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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6. 2017

직장에서 '평판'과 '이미지'가 중요한 이유

Part 3. 심리학으로 바라보는 직장생활 #10

같은 실수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두 사람, 상사의 반응은?

A를 바라보며, "내 저럴 줄 알았다. 평소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만날 실수 투성이네."
B를 바라보며, "아니 어쩌다가 저런 실수를. 분명 뭔가 사연이 있을 거야. 그렇고 말고!"

직장은 참 흥미로우면서도 무서운 곳이다. 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도 어떤 사람은 평소의 행실까지 싸잡혀 욕을 먹고, 또 다른 사람은 실수한 것에 대해 위로를 받기까지 한다. 이러한 일은 왜 일어나며, 이 상반된 반응을 야기시키는 원인은 과연 뭘까?

직장에는 각 사람마다 '이미지'가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기억하거나 인식할 때, '아 그 사람'이란 인식과 함께 '이미지'올린다. 그것은 매우 강렬하게 우리 뇌리에 자리 잡혀 있다. 한 번 잡힌 그 '이미지'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브랜드와도 유사한 속성으로,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그 형상과 느낌이 각 사람의 '이미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누군가에겐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인지적으로 구두쇠!


그렇다면 왜 우리는 각각의 사람을 '이미지'로 기억하고 그것을 고수하려는 것일까?

사람들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어진 자료나 상황을 합리적으로 종합하여 논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가능한 심적 노력을 덜 들여 신속하게 판단하고자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를 사는 직장인은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양적 부담이 크다. 이 사람도 알아야 하고, 저 사람도 알아야 하며 모르는 사람은 더더욱 알아가야 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누군가의 이름이나 속성, 사정, 특징 등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이미지'로 기억을 하고 그것을 각인시켜 나간다.

그런데 이 '이미지'가 무서운 것은 한 번 자리에 들어서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지적 구두쇠인 사람들은 거기에 '맥락'이란 요소를 넣어 그것을 연장하고 강화해 나간다. '맥락 효과'는 처음에 들어온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의 처리지침이 되어 맥락을 제공한다는 말인데, 결국 첫 모습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업무에 임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다음에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비슷한 효과로는 '초두효과'가 있다. 즉, 첫인상이 '이미지'를 결정하고 유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앞서 언급했던, 같은 실수를 한 사람들에 대한 상반된 반응은 결국 평소에 확립된 '이미지'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거기에는 일종의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그 편견은 '가치 귀착'이나 '확증편향'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속성'을 설명해주는 좋은 예다.

'가치 귀착 효과'는 '객관적인 자료보다는 처음 본 겉모습이나 조건 같은 것만 보고 사람이나 사물을 판단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즉, 내가 한 번 가진 '이미지'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누군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대기업 제품이면 안심이 되고, 비싼 제품이면 왠지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가치 귀착 효과'의 대표적인 예다. 나 또한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받고, 누군가에게서 처음부터 호의적인 모습을 받았다면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을 좋은 '이미지'나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쉽다.

여기에 '확증편향' 즉,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더 적극적/ 편향적으로 수집하다 보면 누군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앞서 본 A와 B의 사례에서와 같이 정반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엔, 주재원으로 나갔던 동료가 긴급히 소환되는 일이 있었다. 해당 국가의 사업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결국 '사람 탓'으로 귀결된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문제가 있었던 다른 법인의 경우는 해당 주재원이 소환되지 않고 그 어려움을 타계할 수 있도록 본사에서 Task 팀이 꾸려져 출동까지 했다. 비공식적인 Task팀의 명칭은, 'OOO(주재원 이름) 일병 구하기'였다. 사업은 하다 보면 굴곡이 있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며 호황과 불황이 교차한다. 그런데, 과연 같은 상황에서 다른 조치를 받은 두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이미지의 모둠, '평판(Reputation)'


절대적이진 않지만 그 두 사람의 차이를 만든 가장 큰 요인은 '평판'이었다. 위와 같은 결론이 나기 전에 이미 사람들 사이에선 수군거림이 돌고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소환되었을 때, 또 다른 누구는 본사의 Task 팀 지원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평판'은 곧 이미지가 모이고 모인, 그러니까 각자가 누군가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모여 구성된 일종의 '보편화된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직장에선 이 '평판'이 매우 중요하다. 부서에 사람이 필요하거나 누군가를 추천받았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상사는 반드시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를 실시한다. 그 사람을 알고 있는 누군가를, 인맥을 통해 물어물어 찾아내고 그 사람이 어떤지 묻는다. 그렇다면, 대답하는 사람은 무엇을 근거로 대답할까? 그렇다, '이미지'다. 거기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맥락 효과', '가치 귀착' 그리고 '확증편향'까지 섞어 대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말 괜찮은 친구예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다면 직장 생활을 매우 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물론, 평판은 주관적일 수 있으므로 여러 명에게 물어보거나 본인을 직접 만나봐야 한다. 1년 전에 우리 부서에 사람이 필요해서 공고를 낸 적이 있는데,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아 바로 레퍼런스 체크에 들어갔다. 추천받은 사람을 알고 있는 지인에게 연락을 했는데, 자신이라면 뽑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다른 이에게는 괜찮은 평을 받아 혼란스러워 결국 당사자를 만나기로 했다. 직접 이야기해보니 내가 받은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다. 결국, 3개월을 지켜보기로 하고 시작을 했는데,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던 사람과는 업무상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즉, 그 사람은 추천받은 사람에게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순 없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직장 생활이 즐거워지는 상상이 안 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착하게 살면 호구가 되고, 그렇다고 배타적으로 살면 나쁜 이미지를 얻게 된다. 백번 잘하다, 한 번 잘못해서 '이미지'가 추락하기도 한다.(이미지는 쉽게 바뀌진 않지만, 좋은 것에서 나쁜 것으로는 한 순간에 변하는 경우도 있다.) 절대 만만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내가 의도한 '이미지'와 받아들이는 사람의 '이미지'의 간극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사람 공부에서 살펴봤듯이, 사람들은 각자의 '지각(知覺)'이 있어 같은 것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여기에 환경적인 요소로 인한 각자의 성격 발달에 따른 천차만별의 가치관은, 결국 내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없는 이유다. 예를 들어, 꼼꼼하게 일 잘하는 사람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신중하다 칭찬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나무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

우선 직장은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나 또한 다른 이들을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살펴보자. 사람의 마음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기에 결국 우리의 마음을 바라보고 남을 바라보면 감이 올 수도 있다. 내가 누군가를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였다면, 내가 그 사람을 좋게 받아들인 이유가 뭘까? 호감이 가서, 일을 잘해서, 나를 도와줘서, 그저 잘생기고 예뻐서, 매너가 좋아서 등등. 그렇다면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느낀 그것들을 실천하고 지향한다면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 번 박힌 이미지는 쉽사리 (좋은 쪽으로) 변하기 어렵지만, 그것을 해내는 경우도 있다. 주위에 귀 기울여보자. 나는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지, 사람들은 내가 어떻다고 말하는지. 내가 부족한 부분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채워가는 노력을 하며 주는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반전 매력을 선사할 수도 있다. 내가 듣기론 이 사람이 이런 '이미지'였는데, 알고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도 꽤 많다. 결국, 좋은 이미지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당장 좋지 않은 '이미지'라도 걱정하지 말자.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면 그것을 잘 유지하자.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떤 '이미지'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거나, 그저 난 좋은 '이미지'일 거야 라고 안주하는 경우다. 내 마음을 바라보려 노력하지 않는데서 오는 착각일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나는 다른 사람을 어떤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비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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