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심리학으로 바라보는 직장생활 #15
마음은 머리에 있을까 가슴에 있을까?
책의 서두인 '심리학이란 무엇일까?'에서 던졌던 질문을 기억할 것이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결국 머리와 가슴 둘 다로 결론지어졌더랬다. 우리가 감정을 느끼며 직접적인 신체 반응을 보이는 곳은 가슴 쪽이자,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할 때 본능적으로 심장 부근을 가린다. 반면, 머리에서 외부에 대한 자극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느낀 감정을 신경세포를 통해 각 감각 기관에 전달하지 않으면 감정이란 생겨날 수 없으니 결국 '마음'은 머리와 가슴 둘 다에 있다고 해야 합당한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도 '뇌'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이는 지각 심리와도 연관이 된다. 눈을 통해 들어온 자극을 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 각 신경에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마음은 천차만별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장생활을 할 때,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뇌'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남'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서도 이해심이 깊어질 수 있다.
먼저, 우리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를 간략하게나마 파헤쳐보자.
'뇌'는 '신경세포가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으면서 동물의 중추 신경계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뇌'는 인지, 감정, 기억, 학습 등을 담당한다. 우리의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으로 구분되며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대뇌'는 다시 '전두엽', '측두엽', 후두엽', '두정엽'으로 나뉘는데 기억력과 사고력은 '전두엽'이, 청각과 기억의 형성은 '측두엽'이 관장한다. 동시에 '후두엽'은 시각 중추를, '두정엽'은 운동 중추이자 촉각, 압각, 통증 등의 감각을 느끼게 한다.
어려운 '뇌'의 구조를 다 알 필요는 없고 우리는 '전두엽'과 '변연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두엽'은 앞서 설명한 대로 '대뇌'에서 가장 앞쪽에 위치하여 정보분석 및 행동 조절을 관장한다. '변연계'는 대뇌 피질과 간뇌 시상하부 사이 경계 (귀 바로 위, 측두엽 안쪽)에 위치하는 감정, 행동, 동기부여, 기억, 후각 등의 중추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전두엽'은 '이성', '변연계'는 '감정'이라 정리해도 무리가 없다.
감정으로 행동하고, 이성으로 합리화한다
사람은, 특히 우리네 직장인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임을 강조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논리적인 사람이 되도록 주문받고, 그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앞서 직장이 매우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살펴봤듯이, 사실 직장은 '감정으로 행동하고, 이성으로 합리화'하는 곳이라 표현하는 곳이 옳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 각자의 감정이 난무하고 교차하면서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긴다.
사람은 예로부터 '변연계'를 자연스럽게 사용해왔다. 생존을 위해서다. '변연계'는 '공포'라는 감정을 발생시키는 곳이다. '공포'는 사람에게 생긴 최초의 감정이다. 원시 시대 때, 눈 앞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생각해보자. 이 때는 '이성'이고 뭐고 살기 위해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때 활성화되는 곳이 바로 '변연계'인 것이다. 그리고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개발이 가능한데 반해, '변연계'는 어린 시절에 바로 자리를 잡는다.
재미있는 건, '전두엽'과 '변연계'의 차이다. '전두엽'은 언어 능력이 있으나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매우 취약하다. 반면, '변연계'는 언어 능력은 없지만 호불호를 느끼며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무언가를 구매할 때,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를 빗대어 보자면 '감정으로 구매하고, 이성으로 합리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업계는 이것을 활용한다.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저것을 가지면 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자극한다. 즉, '변연계'를 자극하고 사람들은 '합리화'를 통해 불편한 마음을 줄여 나간다.
'뇌'와 직장인의 상관관계
아마, 지금까지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직장인과 심리학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웬 '뇌'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신'을 바라보기 위함이고 동시에 '남'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감정을 좌우하는 외부 자극의 경로가 감각기관을 통한 '뇌'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변연계'에 의해 매우 쉽게 휘둘린다. 태초부터 발달된 부분이고, '생존'을 위한 기관이기 때문에 이성을 담당하는 기관보다 먼저 활성화된다. 원시 시대 때 눈 앞에 호랑이가 나타난 것과, 직장 내에서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친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때 우리의 '변연계'는 생존을 위해 즉각 반응한다. '이성'은 정신이 좀 든 뒤에야 뒤늦게 달려온다. 그러니 여기저기에서 마주하게 될 각각의 '반응'에 쉽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우리도 모르게 '뇌', 특히 '변연계'에 지배를 받고 있고, 이를 통해 '감정'이 요동하기 때문이다. 지난날을 돌이켜 봤을 때, 내가 어떤 상황이나 사람에게 즉각 반응했던 그 행동들은 '변연계'의 영향을 받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어렸을 적부터 받아온 교육이 '전두엽', 즉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강요였을 가능성이 높다. 다섯 개의 보기 중에 골라야 하는 답. 감정은 배제된 채 '정답'만을 강요하는 우리네 교육 환경의 결과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고시오 패스 (겉으로는 엘리트지만 비합리적인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가 좋은 예다.
'뇌'를 아는 것이 직장생활에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예를 보자. '변연계'에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함께 붙어있다. 즉, '해마'가 기억을 떠올리면, '편도체'는 그와 관련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슬플 때는 슬픈 사건 위주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 그 예다. 무언가를 보고 난 뒤 덮쳐오는 공포와 욕구불만은 '트라우마'로 기억된다. 직장 내에서 사람의 '이미지'가 형성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봤을 때,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당시의 감정과 결부되어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기억'에 수반되는 당시의 '감정'이 그 사람을 오래도록 좋게 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직장은 생존을 위한 곳, 변연계와 대뇌의 균형이 필요하다
사람의 행동은 변연계가 좌우한다는 결론, 즉 합리적이거나 분석적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의 경험, 직관, 느낌, 감성, 분위기, 상황에 따라 의사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직장이라는 정글에서 맞이하는 각각의 위기나 공포, 또 현대 사회의 정보의 홍수와 너무나도 다양한 예상치 못한 상황 등은 모든 것을 이성과 합리성으로 해결할 수 없도록 한다. 그렇다고 모든 의사 결정을 '변연계'에만 의존할 순 없다. 때에 따라선 이성과 합리성을 재빨리 끄집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에는 '지식화'란 용어가 있다. 감정으로 느끼던 것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다. 화가 났을 때 그저 감정으로 모든 것을 표출하기보단,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것 같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떠한 종류의 분노나 화인지를 표현해보면 조금은 그 감정이 누그러진다. 더불어 뿌연 안개가 걷히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그러니 내가 어떤 일에 닥쳤을 때, 생존을 위해 바로 반응하는 모습을 스스로 관찰해 보자. 나의 '변연계'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때에 따라 대뇌인 '전두엽'을 개입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사람은 배가 고프거나 수면부족일 경우 '위기'를 느끼고 '생존'하기 위해 변연계가 활성화되며 공격적이기 쉽다. 이러한 상황을 자신이 인지하고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면, 스스로의 상태를 파악하고 남을 쉽게 공격하게 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뇌'에 지배당한다. 그리고 '뇌'가 작동하는 방법에 따라 우리의 '감정'과 '이성'의 정도가 결정된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은, '전두엽'과 '변연계'의 역할이 서로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것이 더 잘 작동된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이후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다. 평판이 좋아진다던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승승장구하면 '변연계'와 '전두엽'의 균형이 잘 맞았다고 넘겨짚어볼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그저 '뇌'가 시키는 대로 반응하다 보면, '변연계'가 시키는 그대로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그와 같이 반응하여 업무적으로나 관계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 상대방이 '변연계'에 휘둘려 반응하더라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과 '남'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적절한 대응 방법이 나온다. 정글과 같은 직장 내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연습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