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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7. 2018

회사를 악용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성장'의 관점에서 '나'와 '회사'의 관계 재설정하기

생존과 성장


회사의 존재 목적은 '이윤 추구'다.

'이윤 추구'는 곧 '생존'을 내포한다.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나 개인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회사는 개인의 역량이 필요하고, 개인은 회사에 모여 성과를 낸 뒤 그 이익금을 공유한다. 이러한 '생존'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바로 '성장'이다.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도태되면 멸렬한다.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오늘도 우리를 출근하게 만들고, 회사는 혁신을 거듭하게 한다.


회사가 성과를 지난날과 비교하는 이유다. 전년 대비, 전 분기 대비 등등. 목표는 항상 '성장'을 전제로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 성장'을 기반하여 '정신적', '정서적' 성장은 끊임없이 추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와 '회사'는 공동 운명체다. 


'성장'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보통 우리는 (공동체로서) '나'와 '회사'의 연결 고리를 '월급'으로 생각한다.

1차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그 '본질'과 '의미'를 따져보자면, '성장'을 전제로 한 계약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것을 그저 '돈'으로만 본다면,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받는 급여에 만족할 일이 없다. '성장'을 전제로 둘 사이를 바라보면 좀 더 생산적인 관계가 된다. 관점도 바뀔 수 있다.


그것의 정도에 따라 우리는 회사를 악용할 것인지, 이용할 것인지, 활용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또는, 지금 우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1. 회사를 악용하는 경우: 나의 성장 X, 회사의 성장 X


대리 시절엔가, 퇴근하지 않는 팀장님이 옆 팀에 있었다. 일과 시간이 끝났는데도 미동도 않고 있었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 퇴근을 해도, 그분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우주선을 만드는 걸까?', 어떤 대단한 프로젝트를 하길래 저러는 건지 궁금했다. 두 달 뒤 그분은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분이 열심히 몰입하고 있던 건, 우주선 만들기가 아니라 인터넷 도박이었다. 팀원 중 몇몇은 그분에게 돈도 갈취당했다. 팀장이라는 위계를 악용한 것이다. 


어느 비서는 임원 법인카드로 개인물품을 사들였다. 바이어 선물용이라고 적은 뒤 시작된 작은 횡령은 후에 명품 가방과 구두, 옷가지를 사들이는 대범함으로 확대되었다. 횡령액이 수천만 원으로 불어난 뒤에야, 그 일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믿고 맡긴 신뢰를 악용한 것이다.


또 어떤 직원은 진단에 걸려 경고를 받았다. 해외 출장 중 빨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출장 갈 때, 드라이클리닝이 필요한 겨울 코트나 고급 소재의 정장을 10벌 이상 들고 가 맘먹고 서비스를 받은 것이다.


이처럼 회사를 악용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회사를 개인 도박장으로, 개인 돈줄로, 개인 세탁소 등으로. 대부분이 어떤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거나, 불법의 영역인 것들이다. 자신은 물론, 회사의 성장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망친다.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이다. 이는 '성장'의 개념으로 그 둘의 관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식이 가득한 개인으로 자신을 규정하거나 당장 보이는 그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될 거란 헛된 착각 때문이다.


2. 회사에게 이용당하는 경우: 나의 성장 X, 회사의 성장 O


말 그대로 회사에게 쪽쪽 빨리는 경우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러한 피해의식이 있다. 퇴직을 당하거나, 해고를 당하게 되면 어떻게 몇 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한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항변을 한다. 회사가 필요로 하거나 강요하는 업무를 하다 보면, 자신의 성장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나의 성장이 없을 때, 직장인은 그렇게 힘들다. 직원의 성장을 도모하지 않는 회사는 영속의 가치가 없다. 당장 굴러갈진 몰라도,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경영 방법이다. 직원의 복지에 신경을 쓰는 회사가 하나 둘 늘어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3. 회사를 이용하는 경우: 나의 성장 O, 회사의 성장 X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의 성장은 모르겠고 나의 성장만 추구하는 경우다. 받은 만큼만 일한다는 마음가짐의 소유자들이 많다. 회사의 이름은 대출받을 때 유용한 존재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보단, 실리적 선택을 우선한다. 일과 시간이 끝나고 회사 사무실에서 유학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전기세 들이고 하느니, 회사의 공간과 기자재를 이용하겠다는 거다. 개인에게 필요한 프린트를 사무실에서 하기도 한다. 내가 회사에 이만큼 기여한다는 생각, 그렇다면 나는 회사를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다는 권리감을 가지고 있다. 이 또한 단기적인 시야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 말할 수 있다.


4. 회사를 활용하는 경우: 나의 성장 O, 회사의 성장 O


'국내 영업/ 마케팅'에서 '해외 영업/ 마케팅'으로 옮긴 때였다. 도저히 업무역량으론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이름 석자를 어떻게 알릴까 고민했다. 업무역량이 안되면, 다른 무언가라도 활용해야 했다. 마침 회사에선 '인포멀 그룹 (직장인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던 때였다. '조직문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인포멀 그룹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나는 곧바로 사내 밴드 신청서를 냈다. 될까 싶었지만, 결과는 대성공. 사내 밴드는 '조직문화' 개선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고,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수익금은 기부하여 뉴스에도 났다. 우리 회사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운영하고, 수익금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했다는 좋은 이미지를 얻었다. 나는 풍부한 지원을 받아 즐겁게 밴드 활동을 했고, 그 덕분에 내 이름 석자를 빠른 시간 안에 Top managemnet에까지 알릴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연결 지으면 재밌는 일이 일어난다. 회사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나를 주재원으로 내보냈다. 사업적 '성과'를 내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업적 '성과'는 내가 주재하는 그 국가를 잘 이해할 때 나타난다. 그래서 공부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이해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그 책은 나의 후임자에게 '인수인계'자료가 되었다. 해당 국가로 출장 가는 사람들은 내 책을 읽고 그 나라와 시장을 이해한다.


밑바닥부터 배워온 것들. 사람과의 관계, 커뮤니케이션, 보고서를 위한 엑셀과 파워포인트 기술. 성과를 내기 위해 고민하는 영업과 마케팅 Skill. 거래선을 접대하기 위해 알아낸 맛집과 명소. 회의 주관을 위한 기획 업무 등. 이 모든 것을 체득화하고 난 뒤, 이 지식을 바탕으로 현직자 강의를 한다. 또 이러한 지식은 책의 목차를 잡고 스토리 라인을 잡는데 큰 도움을 준다. 지겹도록 하는 '보고' 덕분이다. 그러다 보니, 현직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생활과 밀접하게 도움이 되니, 나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 되고,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 된다. 나중에 내 사업을 하든, 무엇을 하든 요긴하게 써먹을 것들이 한가득이다. 좀 더 열심히 그리고 잘 하려는 이유다.

'성장'의 관점에서 본 나와 회사의 관계, 우리는 '이용'을 거쳐 '활용'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우리는 '이용'의 단계를 지나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누구보다 더 많이 월급을 받는 건 아니다. 마치 '회사 동화'를 써 내려가는듯한 인상을 받았을 수 있다. 분명한 건, 나도 회사에게 이용당했던 때가 있고 지금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관점으로 둘을 놓고 보니,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분명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고는 결국 우리는 회사에 이용당하거나, 이용하다 악용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일종의 '의미 찾기'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 회사가 나에게 주는 것이, 회사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일까를 고민해보면 좋다. 그 생각을 하고나서부터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저 회사는 나를 괴롭히고, 나는 떠나지 못해 꾸역꾸역 남아 있다는, '직장인의 불행론'의 프레임으로 보면 희망이 없다.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돌이켜 보면, 그 '의미 찾기'를 하는데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입사해서 어느 정도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이 때는 회사에게 이용당하는 때다. 뭣도 모르고 일단 먹고살아야 하니 고민은 많지만 충성하게 된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이제는 제법 회사를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활용'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성장'의 관점에서 둘 다 커갈 수 있는 방향을 말이다. 


십 수년을 지나 깨달아 이제야 끄적이고 있는 것에, 진작 알아차리지 못한 안타까움과 지금이라도 깨달아 다행이라는 위로가 공존하고 있다. '성장'의 관점에서 '의미 찾기'를 하다 보면, 분명 나와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회사를 나와야 할 때, "아, 그동안 돈 받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 참 고마웠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이상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이란 '이상'을 꿈꾸는 것을 신에게 허락받은 존재다. 그리고 때론 '이상'을 '현실'로 바꾸기도 한다. 나에겐 그것이 '성장'의 또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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