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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6. 2018

직장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

'즐기기'보단 '버티기'가 좀 더 필요한 직장에서

"어떻게 그렇게 직장 생활을 오래 하실 수가 있어요?"


이 질문을 받으면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 질문을 받을 정도로 직장 생활을 오래 했을까란 '자문(自問)'.

둘째, (어느 정도는 했다고 치고) 도대체 정말 어떻게 버텼을까란 '의문(疑問)' 때문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직장생활을 한 것은 맞다.

그래도 그것보단 상대적인 것이 한 몫한다는게 더 맞겠다. 이 질문은 대부분 강연을 통해 만난 취업준비생 후배들이나, 경력이 몇 년 되지 않은 멘티 또는 후배들로부터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질문을 받으면 나도 덜컥 뒤를 돌아본다. 십 수년을 나는, 직장인으로 살아온 것이다.


직장생활의 어려움들을 어떻게 이겨 냈을까?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리는 억울함, 분노, 망신, 자존심에 대한 상처들이 있는데. 미워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같은 공간에 있기도 싫은 사람이 지금도 분명 있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나는 옳은 길로 가고 있는가란 의구심이 때론 불같이 일어나는데.


물론, 보람과 기쁨, 환희의 순간도 있다. 그것은 잠시 뿐. 더군다나 그것이 내일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직장생활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다. '일희일비'하지 말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어찌 되었건,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은 해야겠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딱히 떠오르는 비법은 없었다. 그래서 요즘 떠오르는 생각들을 부여잡아 정리를 해보니 '맥'이 잡힌다. 그것들은 지난 시간 하나 둘 쌓아온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었다. 애초에 나에겐, 십수 년을 버틸 힘이 있진 않았다. 아마도, 하루하루를 버티며 직장인으로서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깨달음과 기회를 얻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요즘 내가 마음에 요동이 칠 때면 무의식적으로 되뇌는 말들을 정리해봤다. 아마도, 이것은 힘든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나에게는.




1. "그럴 수도 있지"


요즘 들어선 이 말에 큰 의지를 한다.

억울한 일도, 기가 찬 일도, 황당한 일도. 이 말 한마디를 떠올리면, 심호흡을 할 여유가 생긴다. 참 신기하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많이 생긴다. 누군가 말을 삐딱하게 해도, 상사가 갑자기 길길이 날뛰어도, 나는 똑바로 한 일이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어그러졌을 때도. 내 입장에선 정말 기분 나쁜 일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거나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조망(眺望)해보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건 내게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이야'라는 건 없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일이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더 불행하고 힘들게 한다. "그럴 수도 있지"란 마법의 주문이 필요한 이유다.


2. "하면 되, 뭐!"


'할 수 있다!'란 생각과 다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실용적인 주문이 있다. '하면 되, 뭐!'다. 이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상사나 다른 부서로부터 더 큰일이 떨어진다. 혼란이 생긴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 지도 판단이 서지 않고, 이 일을 갑자기 잘 해낼 수 있을까란 걱정이 앞선다. 결론적으로, 그 둘 중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을 놔버린 스스로를 발견한다. 시간은 흐르고 조급한 마음이 앞설 때, 무어라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주문이 바로 '하면 되지!'다. '할 수 있다'란 조금은 과장된 거짓된(?) 다짐보다는, 결과는 신경 쓰지 않고 일단 시작이라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어떤 어려운 일이 나를 도사리고 있을 때, 한 번 속으로 크게 외쳐보자. "하면 되, 뭐!". 그리고 시작하면 된다. 그냥.


3. "안되면 말고"


'체념'은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때의 체념은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안되면 말고'는 최선을 다 한 후에 갖는 또 다른 '체념'이다. '기다릴 줄 아는, 또는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일단, 최선을 다한다.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아니, 후회해도 좋다. '하면 되지!'라는 주문과 함께 시작한 일. 그 결과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제대로 했는데, 일이 어그러질 수도 있고. 내가 미처 완벽하게 하지 못한 일도, 어찌어찌해서 잘 마무리될 수도 있다. 결과에 대해 '자기반성'과 '책임'을 지되, 그것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안되면 말고!'의 정신이 필요하다!


4. "저 사람은 저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일 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 뒤통수를 때리는 대사가 나온다.

난, 아직도 이 대사를 마음에 품고 사람 때문에 힘들 때면 머리로 기억하려 애쓴다. 주인공 앤디가 푸념을 늘어놓기 위해 찾은 직장선배 나이젤에게서 들은 말.


"그녀(미란다, 앤디의 상사)는 그녀의 일을 하는 것뿐이야!"


나에게 뭐라고만 하는 상사를 떠올려보자. 저러고 싶을까? 자기는 얼마나 잘났기에? 답답하면 자기가 하던가! 오만가지 감정과 불만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 어떨까? 그 자리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실제로 그곳에 있게되면 나 또한 그와 같은 지시와 요청을 하게 된다. 직장에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란 말이 있다. 맞다. 사실이다. 정말 그렇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되뇌면, '메시지'와 '감정'이 구분되기 시작한다. 나에게 하는 공격 같지만, 그것은 '리더'로서 해야 하는 말인 경우가 많다. 감정만 상하다 보면 상처만 남는다. 저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다시 가늠해보면, 거기엔 분명 '메시지'가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에 집중하면 나는 좀 더 성장할 수 있다. 나도, 내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자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5. "이 또한 지나가리라 (좋은 일도 포함하여)"


우리는 이 말을 안 좋은 일에만 쓰는 경향이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읊조리면 위로가 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일만 지나가길 바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힘든 일이 지나갈 때 나의 감정, 노력, 기억과 시간이 함께 지나가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정과 경험도 모두 소중하다. 좋지 않은 일이나 힘든 일은, 미래의 나에게 주는 (쓴) 약이다. 지나가는 과정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조망해야 한다.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좋은 일'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오늘의 성과가 내일의 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다. 오늘의 성과에 취해, 내일을 바라보지 못하면 안 된다. 그러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복기하고, 이 순간을 잘 보내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지나가는 모든 것의 중심엔, 내가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난 앞으로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직장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 과정 중엔, 또 다른 '주문'이 생길 것이 확실하다. 오늘을 버텨야 내일이 오는 직장인의 삶은, 힘들고 고되지만 깨달음의 깨알 재미가 있다. 우리는 대개,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고, 남을 탓하며, 직장을 원망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제는 그 관점을 바꿔야 한다. 나를 돌아보고, 남을 이해하고, 직장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다. 위에 열거한 직장 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마법의 주문'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매일매일 그것들을 읊조리며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나는, 그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P.S


그러고 보니, '어떻게 그렇게 직장생활을 오래 했냐'는 질문에 '어떻게 버텨왔을까'를 늘어놓았으니 어쩐지 스스로가 짠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이 땅의 모든 직장인과, 예비 직장인들의 하루하루가 조금은 덜 고되고 도움이 되는 의미로 꽉 찼으면 좋겠다. 직장 생활이란 게 '즐기기'보단 '버티기'가 더 많이 필요하니까!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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