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감정 컨트롤 본부
잘 있었어?
우리 서로 젊으니까 말 놓기로 했던 거 기억나지? 말 놓고 나니까 반응도 좋고, 나도 젊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더라고. 그러니까 우리 서로 말 놓고 지내는 거야, 이제. 말 서로 놓는다는 건, 우린 서로 젊다는 걸 인정하는 거니까.
어때? 딜?
도대체 상사들은 왜?
어제는 열심히, 신명 나게 일하다 기분이 완전 다운되었어. 상사와 동료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다가, 상사가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코멘트를 했거든. 덕분에, 나는 완전 바보가 되고 내가 그동안해 오던 일에 재가 뿌려졌지. 나름 차곡차곡 쌓아왔던 건데 말이야.
왜 상사들은 나의 의도와 뜻은 하나도 모르면서 모든 걸 뒤집는 코멘트를 그리 쉽게 해버릴까? 신입 사원이라면 그저 마음으로 삭히고, 열혈 3~5년 차였으면 그대로 들이박았을지 모르지만, 이제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 보다 더 직장생활을 해오다 보니 일단은 마음을 다잡고 돌아보는 여유(?)가 생기더라.
직장인 "인사이드 아웃!"
그래도 직장 생활을 좀 했고, 또 젊음에게 멘토링을 해야 하니 나름 생산적인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대응 방법,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해보기로 한 거지. 직장 생활 중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거든.
그 일이 일어난 이후를 "인사이드 아웃"의 다섯 가지 감정으로 흐름을 연결시켜 봤어. 영화와는 다르게 마지막에 하나 더, 나 자신이 개입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할 거야. 감정을 아우르는 초월적인 존재는 꼭 있어야 하고, 그건 바로 나 자신이 되어야 하거든. 우리가 매일 훈련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것도 바로 우리 자신이고.
하루를 힘차게 시작했는데, 오늘 회의 때문에 참 우울하다. 난 나름대로 일을 잘 꾸려오고 있었는데, 왜 상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를 바보 만들까?
글쎄 뭐라는지 알아? 그동안 문제 되어 왔던 것을 한 없이 고민하면서, 유관부서 둘이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안을 마련하자라고 했더니, 내가 해결 방법을 몰라서 그저 생각 없이 그 둘에게 Agenda를 Toss, 던졌다는 거야.
내참, 기가 막혀서! 나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 둘 각자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이제 겨우 이해시키고 그 둘을 만나게 할 요량이었는데, 와... 완전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아 생각만 해도 우울하다.
정말 직장 생활이란 참...
그걸 가만히 있냐? 그때 바로 분명히 또박또박 이야기했어야지! "아닙니다, 알고 계신 것이 틀렸습니다! 제가 준비해온 것이 이런 것들인데, 왜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그렇게 함부로 쉽게 쉽게 말씀하십니까?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바로 이야기 안 하면 상사들은 모른다니까? 한 번쯤은 이렇게 명확하게 대들어야 한다니까? 안 그럼 너 계속 당하기만 할걸? 그렇게 당하고 와서 밥은 넘어가냐?
그런데 말야. 그렇게 바로 대놓고 하면 직장 생활이 앞으로 힘들어질지 몰라. 그동안 직장 생활해오면서 받은 많은 조언들이, 일단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 상사에게 대들지 말라였거든. 그것이 맞든 틀리든 간에 말이야.
안 그래도 힘든 직장 생활 앞으로도 펼쳐질 텐데, 굳이 그렇게 세게 대들어서 얻는 게 있을까? 난 좀 조심스러워. 그리고 그때 그렇게 바로 대들지 않은 게 잘했다고 봐.
아무리 정의를 부르짖어도, 누군가에게 찍히는 순간 입도 벙긋할 기회마저 잃을 수 있거든. 일단 살아남아야, 나중에라도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잘 생각해봐, 가끔은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야.
아이고, 참 잘났다. 지금 월급쟁이인 것 티내냐? 이래서 참 월급쟁이는 초라하고 비참한 거야. 하긴, 뭐 바로 대든다고 뭐가 해결되겠어? 당장은 속 시원하겠지만 그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 거고...그렇다고 아무 말 못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참담하고...
어쩌긴 뭐, 이러면서 살아가는 거지.
월급쟁이가 뭐 있겠어?
이야기를 쭈욱 들어보니, 느껴지는 게 많네!
난 늘 생각했어. 왜 다들 기쁘게 살지 못하지? 그냥저냥 좋은 것만 생각해도 모자란 세상인데 말이야. 그런데, 깨달았어. 아, 우리 삶에는(특히 직장 생활에는) 늘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직장 생활에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순간, 스스로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서고 하면서 성장하고 기쁨도 생기더라고.
맞아, 우린 직장인이야. 그래서 예의도 갖추어야 하고 때로는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의도하지 않은 억울한 오명을 쓰기도 하지. 그런데, 말야. 한 번 생각해봐. 아마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적이 분명히 있을 걸?
이게 바로 직장 생활인 거야. 의도했든 안 했든, 서로에게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살아가지. 그 영향이 항상 좋은 거면 좋으련만, 안 그런 것이 더 많아서 힘든 거지만.
자, 무작정 기뻐하기보단,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좀 더 성숙해져 보자. 분명 그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못 찾겠다고? 그럼 찾을 때까지 도전!!!
인사이드 아웃 = '나'라는 존재
어찌 그때 복잡하고 처절했던 내 감정을 각 항목에 맞게 간단히 표현할 수 있겠냐만은, 돌아보니 또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당장의 분을 참고 곰곰이 생각해봤어. 결국 내 안에서 찰나처럼 오갔던 저러한 감정들이 결국 나를 만들어 가는 거거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아마 3~5년 차 대리 때였다면 그저 억울해서 버럭 대들었을지 몰라. 사실, 고백하건대 실제로 그런 적도 몇 번 있었거든. 젊은 혈기에 말이야. (결국엔 남는 게 없더라. 그땐 다행히 좋은 상사를 만나 열정이 넘쳐서 그런 거라고 좋게 봐주시더라고.) 물론, 지금도 젊지만... 이제는 우리 좀 더 스마트하게 젊어지자는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거야.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볼까?
상사는 내 의도를 몰랐을 수 있어. 왜? 내가 중간중간 보고를 안 했거든. 상사가 신이 아니고, 내 맘속을 꿰뚫어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그나마 좀 이해가 되는 거지.
그리고, 그 코멘트는 나를 엿먹이려고 한 말이 아니야.
상사 자신이 그 회의에서 이해한 대로 자신의 경력과 지식, 그리고 감정 컨트롤본부에서 오간 내용을 내뱉은 것뿐이지. 어디 한 번 다 되어가는 밥에 재나 뿌려볼까? 하고 일부러 그러진 않았단 건 분명해.
아, 물론 어딜 가나 사이코나 돌아이는 있고, 점심에 먹은 메뉴가 맘에 안 들어서 단순한 짜증에 그러는 사람들도 분명 있어. 그런데, 이건 잠깐 논외로 하자고. 어제 그 상사도 이러한 부류는 아니었거든.
그리고 나중에도 한 번 이야기할 건데, '상사 관리'를 이제는 할 줄 알아야 해.
아무리 정의로운 내용도 사람들 다 있는데서 대들듯이 이야기하면 난 1초 영웅만 되는 거야. 그 이후의 일은? 말 안 해도 알지? 회사 생활 힘들어지는 거.
그게 무서워서가 아니야. 비겁해지자는 것도 아니고. 더욱더 현명하게 우리 목소리를 내자는 거야.
당장에 대들면 그 상사는 자신의 뜻을 절대 굽히지 않아. 아니, 오히려 더 완강해지지. 거기서 자신의 뜻을 굽히면 면이 안서거든. 그런데, 일단 거기서는 표정 관리 잘 하고 알았다고 해. 그러고 나서 개별 면담을 신청하거나 술자리, 또는 차 한잔 마시면서 에둘러 표현해봐. 그런데, 그때 말씀하신 부분에 질문이 있고 제 생각은 이러했고, 사실 어떠한 걸 준비했더랬습니다...라고 말하면, 거기다 대고 이런 싹수 없는 놈을 봤나...라고 말할 사람은 외계인 아닌 이상 없을 거야. 오히려, "어? 그랬을 수도 있네... 그랬구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많지.
정답을 말하는 건 아니야. 지금까지 내 경험과 또 나의 바람을 적은 거야. 그리고 나도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다잡으려고 쓴 거고. 왜냐하면, 나도 상황에 따라 자주 잊거든. 다 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잘 컨트롤한다고 자만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도 없이 벌어지는 일들과 문제, 감정의 기복들을 잘 살펴봐.
직장인의 운명이야. 직장인으로 사는 이상, 그리고 그동안은 힘들다고 운명을 피하지 말고 어떠한 문제가 닥쳤을 때 '인사이드'를 잘 봐봐. 그리고 '아웃'으로 어떻게 표출되는지 스스로 한 번 보고.
잊지 마.
'인사이드 아웃'되는 그것들이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