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조각
피렌체를 다녀온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끔씩 꺼내서 보는 사진 중 하나가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Museo dell'Opera del Duomo)에 전시되어 있었던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라 (Penitent Magdalene)'라는 나무 조각이다. 이 작품은 보관을 위해 유리 안에 전시되어 있는데,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이 작품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 작품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선구자인 도나텔로는 Donato di Niccolò di Betto Bardi 라는 긴 이름을 가졌지만 도나텔로(Donatello)로 더 알려졌다 (바사리에 따르면 친척들은 그를 도나텔로라고 불렀다고 한다). 주로 피렌체, 로마, 파두아, 시에나에서 활동한 15세기 르네상스 조각가이다 (태어난 해는 1386년으로 추측한다). 그의 작품은 피렌체 많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의 이름이 '참회하는 막달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성서에서 알고 있는 그 막달라 마리아를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처연하다는 것에 조금 의아해 할 수 있다. 학자들은 이 마리아 상은 또 다른 성 마리아인 이집트 마리아의 모습을 투영했다고 생각한다. 주로 콥틱 교회와 동유럽의 정교회에서 성인으로 모시는 이집트의 마리아는 12살에 부모로부터 도망 나와 험난한 삶을 살다가 17년 후 예루살렘으로 떠난다. 순례가 목적이 아니라 순례자들 중에 더 많은 파트너를 찾고 욕망을 채우며 생활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거룩한 무덤 성당'에 들어가려다 알수 없는 힘에 거부 당한 후 회개와 참회의 기도를 했고, 이후 사막에서 참회의 삶을 살았다 (얘기는 길고 많지만 이 정도로).
이 작품은 1966년 아르노 강 홍수에 훼손된 것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채색과 도금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피렌체 세례당 남서쪽 벽에 위치했었으며, 여러 번 이동했다고 하고, 창고에 넣기도 하고 다시 세례당 앞에 세우기도 하다가 복원 후에 지금 있는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의 막달라 마리아 방에 전시하고 있다.
여튼, 이 마리아 상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막달라 마리아 모습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 이집트의 마리아 얘기를 도나텔로가 함께 담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나텔로는 이 작품을 60살 이후에 만들었다고 하고, 정확한 연도는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1453-1455년 사이로 유추된다).
너무나 사실적이고 해부학적으로 옳은 모습의 이 목조 조각는 화이트 포풀러 나무로 만든 188센티미터 높이의 작품인데, 표정과 손에서 참회의 눈빛과 갈구함을 느낄 수 있다. 피렌체에서 만난 어느 조각보다 마음 속으로 울림이 컸던 작품이고, 이후 내가 도나텔로에 대한 여러 책과 자료를 모으게 만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