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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 HAN Mar 15. 2022

기억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구루들 (1): 빌 조이

'컴퓨터 분야에는 두 명의 빌이 있다. 하나는 빌 게이츠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빌 조이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인터넷 시대를 연 위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을 꼽으라면 빌 조이(Bill Joy)를 꼽는 사람들이 있다. 에릭 슈미트는 그 시대에 가장 뛰어난 컴퓨터 사이언티스트라고 그를 평가했다고 한다.


빌 조이 (출처: 위키피디어)

빌 조이는 UC 버클리 대학원을 다닐때 (전기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 유닉스 OS를 TCP/IP가 포함된 오픈 소스인 BSD(Berkeley Software Distribution) UNIX를 만드는데 가장 중심 역할을 했다. 이는 유닉스와 이를 활용하는 인터넷을 크게 확산하는데 공헌을 했으며 졸업하기도 전에 전설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유닉스의 탄생'이라는 책에 자세히 나온다. 리눅스는 이렇게 보면 빌 조이의 철학을 이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BSD 유닉스를 무료로 소스까지 제공한다는 그의 결단은 이후 오픈 소스 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BSD 유닉스는 이후 솔라리스, 넥스트스텝, 나아가 맥OS X까지 진화하는 길과, 프리 BSD, 오픈BSD 등으로 발전해 나갔다. 


그가 만든 것 중 하나가 'vi' 에디터이다 (1976년). 그가 이를 단지 일 주일 만에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었으나 나중에 아니라고 본인이 확인했고, 에릭 슈미트 주장으로는 BSD 커널을 일 주일만에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ex(이는 척 헤일리와 공동 작업이며 ex의 풀 스크린 비주얼 모드 에디터가 vi이다. vi는 나도 젊었을 때 가장 많이 사용했던 에디터다.)와 C-Shell도 그의 공헌이 컸다고 한다. TCP/IP는 BBN에서 만든 버전이 문제가 있어 그가 새로 짜서 넣었다고 하고 이때 그가 만든 것이 소켓(Socket)이다. 빌 조이가 vi를 만들 때 참고로 한 것이 제록스 파크의 브라보(Bravo)라는 텍스트 에디터였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포춘 잡지에서는 그를 '인터넷의 에디슨'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또한 나중에 자바스크립트라는 언어가 된 가전과 휴대용 기기를 인터넷과 연결하기 위해 사용하기 편한 프로그래밍 언어의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바를 만든 제임스 고슬링을 내가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을 얘기했더니 그는 지니라는 언어를 구상 중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1982년에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에 들어가 선의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제임스 고슬링이 자바의 창시자이지만 빌 조이도 영향을 미쳤고, JXTA 프로토콜 등을 만드는데도 기여했다. 2003년에 선을 떠나 몇 곳의 벤처 캐피탈 파트너가 되었고, 클라이너 퍼킨스에서는 그린 테크에 투자했다고 한다. 

2000년 4월 와이어드 잡지에 기고한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나(Why The Future Doesn't Need Us)'라는 글은 테크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지금도 많이 인용되는 글이다. 여기서 그는 유전공학과 나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고, 지능형 로봇이 인류를 대치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로 '네오-러다이트'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사회적 통제 없이 무작정 발전하는 기술은 인류에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는 지금 말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위협에 대한 앞선 경고일 수 있다. 내가 빌 조이를 주목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이 글에서 보여준 기술 선지자의 책임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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