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상 Apr 29. 2017

나의 산티아고

나의 산티아고 #9 (마지막 편)

여기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종주의 계획을 접는다. 나는 원하지만 하나님은 허락하지 않으셨다. 이유는 저체온증으로 의심되는 건강 때문이다. 오늘 새벽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면서 함께 자던 알베르게 방 친구들을 놀라게 했다.

겨우 이틀을 걷고 본격적인 출발을 앞두고 너무 아쉽지만 가족과 의논하고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많은 분들이 관심과 격려를 했지만 산티아고는 내 삶의 전부가 아니기에 이런 결정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일단 마드리드로 옮겨가서 몸을 추스린 후 귀국 길에 오를 것이다. 저체온증 의심은 수 년전에 있었지만 그 이후 괜찮아져서 안심했었다. 하지만 거의 40일 가량을 찬 공기와 벗하며 지내야 하는 강행군과 알베르게 취침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판단했다. 매번 룸메이트들을 놀라게 해서는 곤란하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말한다는데 마치 꾀병같다. 평상시는 멀쩡하니까. 네이버에 찾아보니 수세기에 걸쳐 내려오는 병이라는데. 지리산 종주도 다녀오고 제주 올레도 돌고 서울 둘레길도 ...

마음이 편하다. 아쉽지만 어쩌랴. 여기까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은행권의 빅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