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오타쿠가 있는가?

by 정은상

일본말 오타쿠otaku는 취미보다는 조금 더하고 집착보다는 조금 덜한 그 무엇을 가리킨다고 한다. 원래 오타쿠는 집이란 뜻인데 일본인 특유의 정서적 시스템 때문에 무언가에 편집증적으로 달라붙는 사람을 뜻하는 부정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단어가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광범위하게 쓰여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처음에는 일본말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오덕후라고 하다가 이제는 덕후라는 말로 정착하게 되어 어떤 분야에 몰두해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이런 오타쿠가 있는가? 바야흐로 이 시대는 오타쿠 또는 덕후 정신을 가진 사람이 뭔가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너무나 다양한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먼저 자신이 오타쿠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을 넘어서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타쿠는 철저하게 자신이 먼저 그 속에 푹 빠져 충분히 느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꽃차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사람이 꽃차에 대해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러야 무한한 꽃차 세계를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상대방은 단지 꽃차가 아닌 소개하는 사람의 오타쿠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며 그 후에 꽃차의 신비한 효험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일조차 깊이 있게 빠져들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다양하게 많은 제품을 개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통념을 깨뜨리고 한 가지에 집중하고 몰입할 때 그 속에서 풍부한 스토리를 찾아낼 수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게 된다. 창직은 이런 것이다. 무슨 대단한 과학 기술을 발명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아주 작고 사소한 출발에서 모티브를 찾아내고 아이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소비자가 아닌 자신이 먼저 미친듯 좋아하고 즐기는 수준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의 기호에도 맞추게 된다. 반대로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스스로 동기부여에 실패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당신에게 오타쿠가 있는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오타쿠를 찾아내는 연습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여행을 하고 영화를 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속에 감추어진 오타쿠를 발견하기 위해 애써 보라. 오타쿠는 특정한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고 특출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숨은 내면에서 오타쿠가 발견될 수 있다. 작은 일부터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면 가능하다. 우리는 평소 너무 크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아니다. 반대로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습관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우리 속에 잠자는 오타쿠를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다. 창직의 출발은 오타쿠를 발견하는 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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