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상 Aug 01. 2019

디아밸

디아밸은 필자가 만든 용어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밸런싱을 뜻한다. 최근 워라밸이 유행하고 있다. 워킹과 라이프 즉, 일과 삶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그동안 우리는 일에 너무 함몰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삶의 질도 생각하며 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는 매우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디지털을 건너 스마트 세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마치 아날로그는 진부하고 뒤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우리가 평생 추구하는 행복은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더 가깝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생각하는 모든 일은 아날로그이다. 그래서 아무리 디지털 문명이 발달해도 아날로그는 없어지지 않는다.

아날로그형 종이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면 전자책 읽기가 불편해진다. 물론 편리성으로 따지면 전자책이 훨씬 좋고 싸다. 하지만 독서는 단순히 읽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존재한다. 손글씨든 컴퓨터 타이핑이든 글을 쓰는 행위도 아날로그에 해당한다. 필자는 도보여행가이다. 디지털로 얼마든지 걸어보지 않고도 사진으로나 동영상으로 도보를 즐길 수 있지만 실제 걷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가까운 제주 올레길이나 머나먼 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주변에 아주 많다. 디지털의 편리함을 잘 활용하면서도 아날로그의 짜릿함을 만끽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경험하고 간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아밸 실천의 고수다.

돌이켜보면 디지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필자의 경우는 운이 좋아 80년 초에 일찌감치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이후 계속해서 인터넷이 나오면서 디지털 문명은 급속도로 우리 생활 속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그러다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이 출현하면서 우리 모두의 손에는 어느새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 컴퓨터가 들려져 있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스마트 컴퓨터를 부정하지 못한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얼핏 아날로그의 존재를 아예 잊어버린 듯한다. 마치 아날로그 시대가 없었던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적어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아날로그는 우리 곁을 결코 떠날 수 없다.

세상을 바꾸는 것이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세상은 사람이 바꾼다. 사람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에 더 익숙하고 가깝다. 2000년 이후 출생자들을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부르지만 그들도 아날로그를 무시하고 세상을 살 수는 없다. 요즘 사람들은 손글씨를 하지 않는다. 학생들도 그렇다. 아니다. 손으로 글쓰기를 다시 해야 한다. 필자가 매주 신당동 장충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수업을 하면서 A4 용지에 연필로 글을 쓰게 한다. 처음에는 어색해 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금세 익숙해진다. 그리고 글씨도 점차 나아진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데 글쓰기는 필수다. 디지털은 순발력으로 경쟁하지만 순발력이 좋다고 모든 게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마치 스타트는 조금 늦어도 골인 지점을 먼저 통과하는 마라토너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온오프on-off 개념은 디아밸과 닮았다. 친구와 시장을 온오프로 분류하기도 한다. 대면해서 만나는 친구를 오프라인 친구라고 하고 SNS에서 만나는 친구를 온라인 친구라고 한다. 특정 장소에 숍을 열고 비즈니스를 하면 오프라인 매장이라고 하고 인터넷에서만 비즈니스를 하면 온라인 매장이라고 한다. 친구든 비즈니스든 오프라인 없이 온라인 만으로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며 결론이다. 그래서 디아밸은 모두가 한 번쯤은 심각하고 신중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용어이며 개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