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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상 Aug 11. 2019

와이파이형 인간

공감에 대한 시대적인 요구가 점점 증대되고 있다. 세대 간에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들 한탄한다. 공감 중에서도 세대 공감은 모두가 원하면서도 그 어느 누구도 이렇게 해야 세대 공감을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와이파이형 인간은 세대를 뛰어넘어 폭넓게 세대간의 대화와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가교 역할의 인간형을 말한다. 당연하게도 정답은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해 경청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상대의 말과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대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숙고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을 찾아내야 한다. 꾸준한 탐구와 인내심으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태도와 자세가 필요하다.

얼마전 공감과 소통을 위한 특별한 현장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세대 공감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종로3가 탑골공원과 부근 익선동 카페 골목을 누비며 과연 탑골공원을 찾는 시니어는 젊은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익선동을 찾는 젊은이들은 반대로 시니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직접 현장에서 인터뷰하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었다. 필자는 탑골공원에서 누구와 대화할 것인지 찾아 다니다가 혼자서 신문을 열심히 읽고 있는 80대 후반의 시니어에게 다가갔다. 워낙 더운 날씨여서 가져간 음료수를 먼저 내밀었더니 한사코 거절했다. 음료수를 뒤에 두고 옆에 앉아 어떻게 말을 꺼낼까 망설이다가 그분이 읽고 있는 신문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가벼운 질문을 시작했다. 이후 대화가 순조롭게 이어져 헤어질 때는 다시 권했던 음료수를 받고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인증샷도 찍었다.

한편 필자는 지난해부터 신당동 장충중학교에서 자유학년제 중학교 1학년 창직반을 지도하고 있다. 지도라고 했지만 사실은 만13세 중학생들과의 세대 공감을 위해 주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필자의 생각을 주입하거나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대화하고 검색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이 학습의 목표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60대 중반인 필자가 자연스럽게 요즘 중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과정의 연속으로 세대 공감을 위한 대화에 자신감이 생겨났다. 탑골공원에서 시니어와의 대화에도 이런 방식은 그대로 적용되어 대화를 하는 과정에 필자는 짧은 질문을 하고 그분은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하면서 그분이 가진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었다.

결국 세대 공감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상대 세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든 그것을 옳다 그르다는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아하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그대로 접수하는 것이다. 혹시 다른 세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을 아끼고 적절한 질문을 하면서 대화하면 대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이 맞거나 틀리다는 느낌을 스스로 갖도록 해주는 그런 방식이다. 이렇게 본다면 세대 공감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은 상대방이 틀렸다고 하면서 가르치려 드는 말이나 행동이다. 시대적 상황이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과거의 잣대로 혹은 미래의 예측으로 판단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상대를 가르치고 고치려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러니 세대 간의 벽은 더욱 두꺼워지고 단단해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와이파이형 인간이 되어 10대부터 80대까지를 넘나들며 원활한 세대 공감 코디네이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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