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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상 Mar 01. 2020

호칭에 대하여

호칭은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인데 흔히 우리는 직책이나 직위를 성에 붙여 부른다. 이런 호칭 부르기가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과거 관본위 사회에서는 직책이나 직위에 따라 계급이 달라지고  계급에 따라 신분이 정해지고 부수적인 책임과 보상이 따라다녔다.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엄연히 관본위 사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이런 호칭에 익숙하고 세대를 넘어 전수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호칭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  호칭을 하루 아침에 임의로 무시하고 바꿔버리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나 중국  아시아와는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호칭에 대해 전혀 다른 관습과 문화가 있다. 그들에게는 업무를 구분하기 위해 직책이나 직위는 존재하지만 호칭을 부르기보다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양 문물이 물밀듯 들어오며 전통적인 동양의 관습이나 문화와 얽히고 설켜 어정쩡한 호칭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국회의원을 지냈던 사람에게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이상 국회의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의원님이라 부르고 자신도 그렇게 불러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행태를 주변에서 흔히 본다. 교수로 퇴직하고도 석좌교수나 명예교수가 아님에도 여전히 교수라고 부른다. 심지어 잠간 겸임교수를 하고도 계속해서 교수라고 한다. 회사 대표를 역임했는데 퇴직 후에도 대표님이라 불러주면 좋아 한다. 한번 대표는 영원한 대표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런 문화가 우리 사회를   경직하게 만든다. 정년이 되어 명예롭게 은퇴를 하든지 조기에 퇴직이라도 하고 나면 당장 명함이 없고 마땅히 부를 만한 호칭도 없다. 그래서 당황하고 상당한 혼란에 빠진다.

창직 코칭을 하면서 가장 먼저 시도하는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리고 과거를 잊도록 지난 호칭에 대해 잊어버리라고 권고한다.  정도의 설명으로도 누구나 공감은 하지만 당장 명함이 없거나 부를  있는 호칭이 없으면 딜레마에 빠진다. 그래서 퍼스널 브랜드를 먼저 정해야 한다. 필자의 맥아더스쿨처럼 브랜드를 만들고 호칭을 교장이나 총장 또는 대표 등으로 정한다. 처음에는 모두가 어색해 한다. 명함을 만들라고 하면 한번도 지금까지 자신이 직접 만들어  적이 없어서 당황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호칭을 정하고 명함을 만든  다른 사람을 만나면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고 자신의 호칭을 불러 달라고 요청할  있다. 이게 창직의 출발이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호칭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8 동안 320명을 일대일 또는 그룹 코칭하면서 70 이상의 명함과 호칭을 만드는  도움을 주었다. 주로 필자처럼 ooo스쿨이 많지만 oo연구소나 oo통신  다양하다. 창직을 통한 평생직업 찾기는 이런 낯선 상황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팽창사회를 지나 수축사회로 접어들면서  조직보다 이제는 필자와 같은 1인기업 시대가 활짝 열렸다. 자신의 기업을 세우고 호칭을 정한  이렇게 불러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있는 용기가 절실하다. 1인기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수시로 명함을 바꾸고 호칭도 여러가지 사용하면서 차츰차츰 자신에게 알맞는 브랜드와 호칭을 확정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호칭은 남이 정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불러달라고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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