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하려면 좁은 길로 가야 한다. 넓은 길로 가야 뭔가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집중력과 창의력이 생기고 창직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들이 걸어가는 대로를 선택한다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간다는 안도감은 생길지 모르지만, 홀로 고민하며 어떻게 인생이모작을 시작할 지 방향을 모색하는데 방해가 된다. 습관처럼 어울려 다니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그래야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아무나 쉽게 가는 길에서는 상식을 벗어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는 단순한 이치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난해 시작했던 제주 올레 걷기를 이어가기 위해 다시 제주를 찾았다. 모슬포항에서 출발하는 11코스 17km정도의 그다지 길지 않은 코스에서 길을 안내하는 리본을 세 번 씩이나 놓쳐서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오곤 했다. 물론 모처럼 다시 찾은 길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길을 잃었던 이유가 분명했다. 세 차례 모두 넓은 길에서 길을 잃었다. 넓은 길에서는 리본도 드문드문 걸려있게 마련이라서 안심하고 지나친 후 한참을 가다 보면 리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 멈춰 서서 주위를 살펴보면 오솔길로 들어서는 반가운 리본이 그제서야 보인다.
좁은 길에서는 리본을 따라가기 쉽다. 우선 집중력이 높아지고 넓은 길에서 처럼 잡념이 없어진다. 혹시 나타날 지 모르는 뱀이나 위험물도 경계하게 된다. 리본이 걸린 간격도 비교적 촘촘해서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환경에 의해 몰입의 즐거움을 맛본다. 좁은 길은 올레꾼에게 많은 유익을 안겨준다. 넓은 길에서는 어지간히 정신을 차려도 워낙 주위에 이런 저런 것들이 눈을 현란하게 할 뿐 아니라 길이 넓다는 이유만으로도 긴장감이 사라진다. 그래서 길을 잃게 되는 것이다. 세상 살아가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다.
인생이모작은 어렵다. 그냥 탄탄 대로가 눈앞에 펼쳐져 있지 않다. 한 가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모든 디테일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야 한다. 일반조개를 가치 있는 진주조개로 만들어내기 위해 5개월 동안 죽지 않을 정도의 햇빛충격을 준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일반조개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과정 없이 그냥 인생이모작이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넓은 길을 회피하고 좁은 길을 택하라. 누구나 아는 길을 가면 뻔한 결과만 있을 뿐이다. 좁은 길로 가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그런 길을 택하라. 창직하려면 좁은 길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