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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명함

by 정은상

나의 직업 명함을 만들자. 특히 나의 퍼스널 브랜드를 확실하게 나타내는 자신 만의 유일한 명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몸 담았던 직장의 명함은 더 이상 인생이모작에서는 의미가 없다. 아직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면 회사의 이름과 직책을 지웠을 때 과연 무엇이 남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명함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나의 브랜드 툴이다. 명함으로 나를 가장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보여지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언제든지 지니고 다니면서 당당하게 나를 누구에게나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회사가 만들어주는 명함 말고 내가 나의 명함을 만들자.

직장 생활을 오랫동안 한 후 퇴직하면 갑자기 명함이 없음에 당황하고 안절부절하며 모임에 나가기를 꺼려한다. 일단 명함이 없으면 처음 만난 사람들이 건네준 명함을 받고는 어색해 하며 퇴직 후 하는 일이 없어서 아직 명함이 없다고 말하게 된다. 명함이 무엇인가?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만 있어도 명함이 될 수 있다. 종이 명함이 아니라도 ‘리멤버’라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멋진 명함을 만들 수 있다. 네이버 ‘모두modoo’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두는 모바일 명함이면서 동시에 홈페이지 역할도 충분히 해 내기 때문이다. 아직 자신의 브랜드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우선 간단한 명함이라도 만들어 보자.

직장에 다닐 때 가졌던 명함은 자신이 평생 가질 수 있는 직업 명함이 아니다. 직장 명함이 아닌 직업 명함을 만들어야 한다. 어디에 소속이 되었느냐 보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명함이 이력이다. 그럴듯한 명함을 만드는 것보다 과연 그 명함을 받아 든 상대방에게 자신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핵심이 있다. 한번의 디자인으로 완벽한 명함을 만들기는 어렵다. 필자의 경우에도 46세에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지금까지 여러번 명함을 바꿔왔다. 퍼스널 브랜드 만들기에 전념하면 새로운 명함 디자인이 머리에 불현듯 떠 오른다.

과거의 명함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번듯한 이름의 유수한 기관이나 기업 또는 학교에 적을 두는 명함도 일시적인 것이다. 오로지 자신만의 자신을 위한 의미 있는 명함을 만들어 보라. 명함부터 만들어 놓으면 퍼스널 브랜드를 구체화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명함이란 무엇인가 이루고 난 후 결과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인가 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명함이다. 명함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접어 버려야 한다. 그리고 명함만 보고 상대를 과대 또는 과소 평가하지 말자. 그대신 그 명함에 직장이 아닌 직업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자. 왜냐하면 그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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