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에 지친 삶, 변신 시작
주말 동안 가족과 생일 여행을 다녀왔다.
아들은 엄마 생일을 한 달 전부터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뭐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우리 집은 몇 년 전부터
'생일은 생일자가 스스로 하고 싶은 거 찾아서 말하기!'를 규칙으로 한다.
결혼했더니,
남의 편 생일에 그의 어머님은 당연하게 아들집에 오신다고 하신다. (내 생일에 우리 엄마가 오시지 않는데)
그리고는 내가 남의 편 생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평가하시려 하셨다.
아들 생일을 축하하고 싶으신 거면 직접 준비해서 축하하시면 되는데.. 왜 나에게?
남의 편 생일에 가족 여행을 갔더니, 서운해하셨다.
"네 생일에 가지..."
양가 부모님과 남편, 아이 생일까지 모두 내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져서
어느 날 딱 선언했다.
"스스로 생일에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말하고, 그대로 하기!"
작년 내 생일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작년은 아이가 겪은 괴롭힘 때문에 나도 함께 바닥으로 침전되어 있던 때라..
갤러리를 열어 본다.
여행을 하긴 했구나...
연간회원권을 활용했고, 초 가성비 숙소를 예약했다.
올해 내 생일은 월요일.
아들은 계속 체험활동 신청서를 내고 결석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럴 필요 없으니, 토일 여행 다녀오자.
남의 편이 궁금해하던 숙소로 예약을 했다.
그 동선 안에서 내가 궁금했던 곳들을 가본다.
먹는 것은 두 남자 위주로 맞춘다.
케이크만 내가 원하는 거 먹으면 난 만족한다.
(작년에는 남의 편이 좋아하는 초코케이크를 사왔다.)
올에는 치즈케이크를 사라고 그냥 지정해버렸다.
그리고 난 생일에 혼자 있기로 한다.
오랜 기간 망설인 여행 준비 검색을 해본다.
아들과 둘이서만 겨울 방학 동안 해외 한 달 살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 이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려 한다.
정보들이 넘쳐나서 잠시 어지럽다.
아들이 점심 사 먹으라고 5만 원을 줬는데,
어디서 무엇을 먹으면 잘 먹었다고 생각이 들까..
생일의 목표가
'집안일 하나도 안 하기'
'수발들지 않기'인..
뭔가 잠시 서글픈 43살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