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순간도 차가운 순간도

함께 해준 고마운 내 친구들.

by At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 아빠의 사업상황이 안 좋아지며

집안이 기울기 시작했다.


부자도 아니었지만,

그저 평범하게 부족함없이 자랐던 나는

온실 속 화초가 갑자기 찬바람을 맞고 정신을 못차리듯,

갑자기 힘들어지는 집안이 버거웠다.


쉽지 않은 상황에도,

공부는 때가 있다며, 학비는 어떻게든 마련 해주셔서

집안의 사정으로 인한 휴학은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집은 점점 힘들어지고 결국 우리집은 경매에 넘어갔다.

상상조차 해 본 적없던

아주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적당히 넓은 주택에서 살다가 이사를 갔기에

낡은건 둘째치고,

4식구가 사는데 방한개와 거실겸안방 하나.

매일매일 꿈이길 바랬었다.


참 철이 없었던 그때,

나는 그 아파트가 정말 싫었다.


더 과장되게 말하면 내가 그 아파트에 사는걸

내 친구들이 내 지인들이 볼까봐 무섭기까지 했다.

주변 친구들 중에 그렇게 작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내가 이사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었다.



어느날, 고등학생이던 내 동생이

친구들을 데려왔다.

낡고 작은 그 아파트에 말이다.


한바탕 신나게 놀고 친구들이 돌아가고 나서

나는 동생에게 물었다.


"너는 안창피하니?

우리집이 너무 낡고 작고, 부끄럽잖아..."

그러자 내 동생이 그랬다.

"우리집이 힘들어졌고, 우리집이 작아졌다고 해서

왜 그게 부끄러울 일이야?

그런문제로 내 친구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이 달라지면 그게 친구야?

난 하나도 창피하지 않아."



순간 내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똑같은 상황에서 성장했고, 똑같은 상황을 겪는데,

내동생이 더 어른 같았다.



며칠 뒤 용기를 내어 가장 친한친구 두명에게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나의 마음상태도 솔직히 이야기 하고,

집으로 초대했다.


그 친구들은 우리집에 와서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야 우리가 이렇게 굴러다닐 수도 있는데,

4가족이 함께 살께 살기에는 너무 충분하잖아 !

뭘 이런걸로 그래 ~ 아늑하고 너무 좋은데?! "


라고 정말 편하게, 놀다가 갔다.

나는 알게모르게 용기를 얻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집에 사는 동안 정말 괜찮았다.


제일 적응이 어려웠던 나를 포함하여

우리 가족 모두는 그 집에 익숙해져 갔다.


사람 좋아하는 우리 가족들은 누구라도 웰컴이였고,

때문에 우리 가족들의 친구들이 종종 놀러왔다.

한동안 살다 이사갔지만, 그 집에 살았을 때가

우리집이 가장 북적북적 했던 시절이 아니었다 싶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모두 삼십대가 되었다.

그때 놀러왔던 동생친구들은 아직도 동생의 가장 친한친구들로

또한 그때의 나의 친구들도, 가장 친한 친구들로 여전히 곁에 있다.


나는 그때 이후로 "친구" 라는 관점이 조금 변했다.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고,

내 친구의 어떤 모습이라도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그게 "친구" 라는 단어에 걸맞는 모습이 아닐까.


세상을 살다보면, 허울뿐인 친구, 아니 지인이 참 많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스스로는 알지 않은가.

누가 진짜 나의

"친구" 인지


뻔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는 그런 친구 한둘만 곁에있어도

꽤 따뜻한 삶이 되지 않을까.



너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지인" 을 챙기고 신경쓰느라

"친구"를 놓치는 일은 없기를 .


매일의 나에게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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