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남자의 첫사랑은 가슴에 묻는다

by starka

최선화와 , 김민수는 중학교 2학년부터 3학년까지 2년간 같은 반이었다. 선화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예뻤다. 선화가 6학년일 당시 중학생이던 형들이 차례차례 찾아와 빼빼로며 초콜릿이며 갖다 주며 자기와 사귀어 달라고 애걸복걸한 사실은 유명했다. 그런 선화가 중학생이 여인의 향기까지 풍기니 주변 남자들이 안달 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와 김민수 역시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다. 김민수는 초등학교를 선화와 같이 나왔지만 내가 선화를 것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학원에서 남자애들이최선화가 말이야어쩌고 하며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은 귀가 아프도록 들었지만 실물로 보는 것은 입학식 날이 처음이었다.


입학식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는데 공교롭게도 나와 선화는 바로 옆줄에 서게 됐다. 나는 8반이고 선화는 9반이었는데, 나는 우리 반에 줄이었고 선화는 9반의 줄이었다. 2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선화는 너무 예뻤다.


짙은 남색 스커트에 하얀 블라우스, 스커트와 똑같은 남색 조끼와 붉은 타이를 선화의 얼굴은 입고 있는 블라우스보다 희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선화의 머리를 가볍게 흐트러뜨릴 때마다 향긋한 샴푸 냄새가 내게로 날아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선화가 뒤에 친구와 이야기를 하려고 고개를 돌릴 때면 나는 혹여 시선을 들킬까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하지만 바닥을 보고 있어도 선화의 얼굴이 감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선화의 얼굴은 운동장 바닥에도 나타났다가 눈동자에도 나타났다가 사르르 부서져 콧속으로 들어와서는 머릿속을 간지럽혔다. 참다못한 나는 고개를 들어 선화를 바라보려는 순간 선화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는 고개를 돌릴 없었고 선화는 그런 나를 보고는 새하얀 이가 드러나게 싱긋 웃어주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때 나는 비로소 첫사랑이라는 것이 내게 찾아왔음을 짐작했다.



나는 지내지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려던 나는 다시 울린 알람에 얼굴을 찡그렸다. 김민수가 나보다 먼저 선화의 말에 답장을 보냈던 것이다.


덕구는 여전하더라, 내가 저번에 봤다. 그건 그렇고 우리 동창회 해야지?’


나는 김민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같아 불쾌감을 느끼며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최선화는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그래 언제 모이자라고 대답했다.


언제 번은 무슨, 한국 사람들은 그게 문제야 항상. 언제가 언젠데? 나온 김에 이번 주말 어때?’


김민수가 못을 박았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김민수의 뜻에 동조했다.


그래 나온 김에 보자! 이번 주말 괜찮아!’


나도 괜찮아!’


나는 결혼식이 있어서 토요일은 조금 늦을 같은데 괜찮긴 .’


다들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고 싶은 듯했다. 정확히 말하면 예전 풋풋했던 시절의 자신들의 모습을 회상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김민수는 다시 한번 최선화를 재촉했고 최선화는 짧게알겠다 답했다. 그리고는 약속한 주말이 되었다.


나는 무슨 옷을 입고 갈까 고민하다가 옷장을 열어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최선화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다고는 없었지만 그것만이 옷을 차려입고자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김민수 패거리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에게 권순덕이라는 사람이 사실 너희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이유가 컸다고 있었다.


하지만 동안 쇼핑이라고는 동떨어진 생활을 나로서는 찾아 입는다는 것이 고작 가장 새것처럼 보이는 청바지와 하늘색 스트라이프 셔츠, 그리고 부분에 기름때가 오래된 검정 코트가 전부였다. 당장 간단한 옷을 입고 약속 장소에 바로 갈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아직 저번 작업물에 대한 돈이 입금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부분의 기름때가 검은색이니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자위하며 입는 밖에는 답이 없었다.


코트를 입은 나는 장롱에 달린 손바닥만 거울로 이리저리 돌며 뒷부분을 보려 애썼지만 목이 90 이상 돌아가지 않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찝찝한 나머지 옷장 구석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던 목도리를 꺼내 코트 위를 바퀴 둘렀다. 퀴퀴한 묵은 먼지 냄새가 났지만 한결 마음이 나았다.


밖을 나오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목도리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발걸음을 바삐 옮겨 홍대로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김민수가 약속 장소를 홍대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자 다들 아우성이었다. ‘홍대는 너무 시끄럽지 않냐 의견에서부터우리 나이에 홍대가 가당키나 하냐 의견이 대다수였다. 역시 홍대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홍대에서 술을 마시기에는 주변 젊음이 버거웠다. 더군다나 20 후반 들어 같은 시간을 보내도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 유명한 곳보다는 마음에 드는 곳에서 더욱 만족감을 느꼈다. 아마도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김민수 역시 아이들의 반발심을 느꼈는지 다급히 해명을 시작했다.


당연히 나도 홍대는 싫지! 근데 여기는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라니까?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


김민수는 자신의 지인도 어쩌다 들려서 알게 가게인데 뒤로 분위기에 빠져 단골이 되었다고 말했다. 가게 주인이 돈이 궁해서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서, 귀찮게 누군가에게 가게를 추천하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단골손님들에게 신신당부하는 바람에 가게 위치를 알아내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김민수의 설명에 몇몇 아이들은 호기심에 동했는지 뭐하는 술집이냐고 물었다. 김민수는 신이 나서 가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bar). 사장이 건물주래. 근데 그걸 떠나서 분위기가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 거기다 원래 소주도 파는데 내가 하도 부탁하니까 특별히 넣어준댔어.’


김민수의 말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는 발자국 떨어져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김민수의 말에는 사람들이 할만한 포인트들이 전부 들어 있었다. 남들은 모르는 어떤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바라는 스토리와 힘들게 알아냈다는 정성, 그리고 원래는 안되는데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됐다는 한정판적인 요소까지. 게다가 마지막에 던진 김민수의 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중학교 추억하면서 만나는 건데 젊은 감성으로 홍대가 어때서! 레트로로 가는 거야 레트로로!’


김민수의 한마디가 채팅창을 열광의 도가니로 변모시켰다. 사이비교주가 따로 없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사람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 가는 부분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듯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다른 방향에서 홍대로 모이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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