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는 죽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죽어있었다. 절대로 죽을 수 없다고 내게 이야기했던 그녀는 피로 바닥에 사람 두 세명 크기의 웅덩이를 만들어 놓은 채 숨이 끊어졌다. 그리고 죽기 전에 나와 같이 있는 사실을 서민주에게 알리고 연락이 없을 시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흐릿했던 기억이 점차 또렷해지면서 되짚어보니 분명히 그 날 나와 선화는 약속한 일이 없었다. 단지 선화가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해서 나 혼자 선화의 집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 도대체 선화는 왜 나와 만난다고 서민주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일까? 선화의 주변을 맴돌던 스토커는 대체 누구였을까? 김태식은 분명 아닐 것이다. 선화에게 들은 바로는 김태식은 선화에게 당당히 연락하고 당당히 자신의 권리라고 믿는 것을 실행했다. 게다가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선화를 구태여 죽일 이유도 없을 것이다. 선화에게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어떻게 보면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 문제가 김태식에게 약점으로 잡혀있는 이상 김태식의 요구에 반항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선화도 충분히 그런 요구에 적응이 되었고 길들여졌기에. 그렇다면 당최 선화를 죽인 범인은 누굴까?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선화의 집을 다시 가봐야 된다는 생각으로 형사의 집을 나왔지만 나는 선화의 집 앞에서 선뜻 들어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다시금 선화의 죽은 두 눈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이 발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죽치고 앉아서 기억을 더듬고 있어 봤자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선화의 그늘을 파헤친 장본인으로서 선화의 두 눈은 편히 감겨줘야 하는 것이 나의 도리였다. 김태식이 소유한 사이트를 찾아내 지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부릅뜬 선화의 눈을 감겨주는 일 정도는 지금도 할 수 있다. 아니해야만 한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맴돌았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어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더라도 눈을 감겨주는 것 정도는 용인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