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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재윤 Feb 13. 2024

기간제 교사를 비전문가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자 소개에 기간제 교사란 말을 넣은 이유.

<수학이 건네는 위로>를 구매한 지인 한 분에게 책 소개에 '기간제 교사'라는 문구를 굳이 넣었어야 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일반적인 대중들 시점에서는 '기간제'라는 말보다 수학 교사라고 소개했으면 더 전문성 있어 보이고 신뢰가 있지 않냐는 의견이었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면 임용고시를 생각은 없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기간제 교사는 임용시험에 불합격한 실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처럼 임용시험을 치르지 않기로 결심하고 기간제 교사를 하는 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간제 교사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분 들이거나 어쩔 수 없이 기간제의 길을 택한 분들이 많다. 하지만 임용고시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비전문가란 '생각'은 기간제 교사란 직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만 보아도 출판사와 계약하여 책을 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비전문가란 오해를 받았으니 말이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 소개에 기간제 교사 문구를 넣은 이유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2022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초등과 중등을 모두 포함한 기간제 교사는 75756명이다. 전체 교원 50만 명 가운데 무려 14 퍼에 달한다. 중고등학교만 놓고 보면 20퍼센트에 달하며 사립학교의 경우 4명 중 1명은 기간제 교사다.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들은 학교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들을 감당해 나가고 계시지만 안타깝게도 기간제 교사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관심이 없거나 그리 달갑지 않다.

출처 :  2022년 기간제 교사에 관한 통계 자료


1. 왜 학교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가?


기간제 교사에 대한 논의에 앞서 왜 학교는 기간제 교사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지를 세 가지 이유를 들며 살펴보려 한다. 첫 번째는 학령인구 감소, 두 번째는 교직원의 여성화, 교육과정 편성이다.


사립학교는 교사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가 별개인 공립과 달리 '학급 수'에 따라 전체 운영비를 교육청에서 지원을 받는다. 학급 1개당 고용할 수 있는 교사 수는 1.9명으로 계산한다. 만약 사립고등학교 입학생 교실 1개가 줄었다고 가정하면 매해 학년이 거듭할수록  2명의 교사를 정리해야 하는 구조다.


급격한 학력인구 감소를 대비해야 하는 사립학교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쉽게 고용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간제 교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비율이 더 늘어날 거라 전망하는데 학령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원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한 것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 본다. 학교장 입장에선 교육청에서 주관하여 1차 합격생들 중 대략 20~30분간의 면접으로 합격자 1명을 반드시 골라야만 하는 일보다 고용 시스템이 훨씬 유연한 기간제 교사를 뽑는 일에 더 매력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젊고 유능한 사범대 졸업생은 매년 유입이 될 테고 사립 학교장이 맘에 드는 더 능력 있고 좋은 교사를 택하는 기간제 교사의 시스템을 더 선호할 거란 예측이다.


출처 : "노량진에 쓴 돈이 얼만데…" 임용 붙고도 기간제 뛰는 예비교사들


두 번째는 학교 여성 교직원 비율이 70~80퍼센트에 이르는 공립학교 때문이다. 내가 아는 지역의 공립학교를 검색해 봐도 여성 교직원수가 70퍼센트를 넘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체적인 통계를 봐도 교직원의 여성화 현상은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22년도 중학교의 여성 교직원 비율은 70퍼센트, 고등학교는 57퍼센트다. 고등학교의 경우 80년대 17퍼센트에서 22년도 57로 증가하여 40년 이래 가장 높은 변화율을 보였다. 그런데 이 사실이 기간제 교사가 필요한 이유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바로 육아휴직이다. 현재 학령인구 감소로 출산과 육아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 하더라도 여성 비율이 이토록 높은 학교 특성상 육아 휴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정교사는 자녀 1명당 3년 동안의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다. 만약 아이를 3명 기른다면 9년을 육아휴직으로 쓸 수 있으며 휴직 기간 9년 중 3년은 본 호봉의 80퍼센트가량의 월급을 지급받을 수 있다. 만약 교사가 육아휴직을 썼다면 학교의 빈자리를 대신 일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학교는 기간제 교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정교사의 빈자리를 채워줄 기간제 교사가 없다학교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출처 : 교사통계 성비, 연령부터 퇴직까지


마지막, 세 번째는 교육과정 편성으로 인해 생기는 결원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인문학교에서 교무부로 일하며 학기마다 변경되는 수업시수에 맞춰 교원 수급을 해야 하는 일이 무척 번거로운 일임을 알았다. 앞으로 2023 교육과정으로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면 학교에 필요한 과목 수에 따른 교원의 수급을 조정해야 하는 일은 더욱 번거로워질 테다. 관리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해마다 달라지는 교사의 수를 조정해야 한다. 이에 대비하려면 기간제 교사를 고용하는 일이 학교 입장에선 편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전국에 기간제 교사가 단 한 사람이라도 없다면(물론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학교에 계신 정교사 선생님들이 업무를 더 맡거나 수업을 더 하셔야 한다. 사례로 서울의 G학교의 경우 물리 기간제 선생님이 도저히 구해지지 않아 정년 퇴직하신 선생님을 다시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출처 : 기간제 뽑으니 퇴직 교장이 왔다

 

앞서 말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현재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누군가는 기간제 교사를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2. 임용고시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인가?


 임용고시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비전문가란 오해를 해명하기 위해 임용고시란 무엇인지 정확한 정의를 알아야 한다. 임용고시의 정식명칭은 중등(중고등학교)의 경우 "중등교사임용후보자선경쟁시험"이며 수능처럼 1년에 한 번만 치러진다. 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초, 중등교육법에 정해진 자격기준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인정한 중등학교 정교사 자격증 1급 혹은 2급이 필요하다. 정교사 2급 자격증은 사범대학을 졸업 혹은 교육대학원에 졸업하면 받을 수 있다. 정교사 1급 자격증은 임용고시에 합격해야만 주어지는 거로 오해하는데 1급의 경우 3년 이상의 교직경력과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으면 얻을 수 있다.

 즉 임용시험에 합격해야 정교사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임용고시는 교사 자격증(1, 2급)을 소유한 사람 가운데
 "공무원 신분으로 교육을 담당할 공립학교 교사를 선발하는 시험"이다.


기간제 교사도 정교사와 마찬가지로 엄연히 대한민국 교육부 장관이 인정한 정교사 자격증을 받은 전문가다. 그러나 교사를 꿈꾸는 사람 대부분은 임용고시 합격을 마치 '인증된 자격'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를 추측하자면 사범대를 졸업하면 당연한 듯 임용고시를 치르는 학과 내 분위기와 이왕이면 정교사가 되길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 그리고 기간제 교사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모두 삼위일체로 맞물려 어느 순간부터 사범대생들은 임용고시를 합격해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정교사를 꿈꾼다. 생각해 보면 나도 어렸을 때 꿈꾸었던 건 선생님이었지 정교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임용고시로만 선생님의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되어버린 걸까.


만약 임용고시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가 비전문가라는 오해를 받아야 한다면 사범대에 졸업했지만 교사가 되기 싫어 학원 강사로 근무하는 수많은 나의 학교 선배들은 비전문가라고 말해야 하는가. 사범대에 나오지 않고 교사 자격증도 없이 자신의 온전한 실력으로 강의하는 수많은 수학 강사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한 번 즈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3. 기간제 교사가 공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가?


어느 자사고에서는 학교 게시판에 기간제 교사 구인 구직 공고를 내려 달라는 학부모의 민원을 받는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학교의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절반 가까이 된다.) 어느 브런치 글에서는 아이 담임이 기간제 교사일까 봐 우려된다는 말도 있다. y 국회의원은 기간제 교사의 경우 고용 불안에 시달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없으며 정교사가 기피하는 업무 과중한 업무가 부담되는 악순환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과연 사실일까? 


출처 : 아이 담임이 기간제 교사일까 바 심란하다는 글을 봤다.
출처 : y의원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으로 교육의 질 저하 우려


교직에 근무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떤 담임 선생님이 좋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조, 종례를 일찍 해주는 선생님 혹은 맛있는 걸 많이 사주는 선생님이라는 웃픈 의견도 있었지만 공통된 대다수의 의견은 여러분도 예상했다시피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관심이 많고 수업에 열정적인 선생님.


기간제 교사는 고용 불안정성과 임용고시 준비로 인해 학생에게 관심이 없고 수업에 열정적이지 않을까? 물론 반드시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기간제 교사는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재계약을 위한 수업 시연 준비와 교재 연구를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다. 1년 혹은 적어도 4년(4년이라 함은 같은 학교에 재계약을 할 경우 4년 정도는 면접 없이 재채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에 채용을 위한 준비를 스스로 해야 한다. 임용 고시에 한 번 합격하면 평생 정년이 보장되어 수업 연구를 특별히 하지 않아도 잘릴 위험이 없는 정교사와 달리 기간제 교사는 자신만의 특별한 수업 연구를 하지 않으면 정년 보장이 어렵다.


물론 정교사가 기간제 교사에 비해 수업연구를 덜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니다. 퇴직하는 순간까지 예쁜 아이들을 볼 수 없다고 눈물짓는 정교사와 함께 근무하는 영광을 누렸으며 디스코드라는 여러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기반 수업 연구와 교재 연구를 꾸준히 하시는 정교사분과도 친밀한 교재를 이어나가고 있다. 분명 열정적인 정교사도 존재한다. 그리고 기간제 교사 또한 마찬가지로 그 누구보다 교재 연구를 열심히 하고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y국회의원이 말한 과중한 업무 부담을 기간제 교사 탓으로 돌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업무 떠 맡기는 것은 사립학교에서 이어져오는 고질적인 병이자 악습이다. 사립학교의 경우 젊은 선생님들 혹은 기간제 선생님에게 학생 생활 지도나 업무량이 과도한 일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업무량이 많은 부장 교사의 역할을 나이가 많은 기간제 교사에게 맡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과연 기간제 교사를 도입한 시스템에 대한 문제인지 고용 불안정성을 이용한 사람의 그릇된 이기심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생각해봤으면 한다.


4. 그저 선생님이 되는 방법만 달랐을 뿐이다.


<2023 교육과정 도입으로 인한 수업 과정 유연화> 과정으로 수학 교실을 운영한 A학교 교사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발표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사실.. 이런 말씀드리기 죄송스럽지만 기간제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일은 진행되지 않았을 겁니다. 단언컨대 아무도 이 일에 나서서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굳은 확신을 두고 임용고시를 준비하여 정교사가 된 이들을 정말 존경한다 못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간제 교사가 정교사와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들도 학교에서 근무하는 엄연한 교사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이다. 단지 선생님이 되는 방법만 달랐을 뿐이다.


개구리 선생님의 슬기로운 교직생활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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