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사랑했던 남편이 너무 밉다.
나보다 1년 앞서 아기를 낳은 부부의 출산 소식을 듣고
찾아갔던 적이 있다.
지인에게 물었다.
"남편이 1순위예요 아기가 1순위예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아기라고 했다.
나는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지 생각했다.
어떻게 남편보다 아기를 더 우선 할 수 있을지를.
하지만 아기를 낳고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속으로 난 자식과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붙여
남이 될 수 있는 남자와의 레벨은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걸.
출산 후 많은 여성들이 남편이 밉다고 꼴 보기 싫어진다 말한다.
어떻게 하면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여성들도 있다.
<아기를 낳은 후에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이라는 책도 출판되었다.
내용을 엿보니
남편에게 집안일 분담에 대해 침착하고 구체적으로
사무적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정을 담아 확고하게 하면 남성이 협조적으로 나온다는.
휴
이런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조차도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는가?
왜 남성들을 위한 <육아책>은 없는 걸까.
<출산 후 아내를 화나지 않게 하는 법>
이런 책은 왜 안 나오는 걸까.
그것은 남성들이 그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그것 조차도 열불이 터진다.)
아이가 태어난 후 부부 관계는 확연히 달라진다.
어떻게 대화를 하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배려해 줄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서로 알아볼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생리 전 증후군의 PMS 때 보다도 출산 후 여성의 호르몬은
더 미친 듯이 날 뛴다는 것을 남성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호르몬 때문에 저러는구나"라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뭔가 <행동>으로 좀 알아서 보여주면 어떨까.
출산 후 남편이 미워지는 이유는 <기대감>에 못 미쳐서 그렇다.
그 기대감을 100% 충족시킬 수는 없어도
대화로, 그리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공부를 좀 해서
알아서 할 일을 좀 찾아 한다면 부부간의 갈등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느라 힘든 아내가
어떻게 하면 남편을 육아에 참여시킬지
어떻게 하면 집안일을 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계획을 짜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은 이미 많이 풀어져있을 것이다.
아내들이여, 남편을 가르치려고 하지 맙시다.
그들도 엄연한 성인이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사람은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법.
자꾸 아내가 하라는 방식에 길들여지게 된다면
남편도 같이 키워하는 남편 육아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군대에서 만큼은 칼 같이 각 잡아 빨래를 정리하고
치약으로도 청소를 했던 남자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