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던 부부도 싸움닭이 된다.
흔히들 부부 사이에 아기가 있어야
사이도 더 돈독해진다고 말한다.
근데 그렇게 말 한 어른들
정말 사이가 돈독하실까?
내가 보기엔 아니던데.
아기를 낳으면 부부 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는 것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
아기를 같이 양육하며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면에 있어서
부부의 끈을 확실하게 해 준다는 말도
사실은 <아기가 생기면 이혼이 어려워지기 때문에>라는 것이 아닐지.
우리 사회는 아직 다양한 가족 구성을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조금씩 사회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아이들이나
편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도 남다른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내 경험으로 보았을 때
아기를 낳아서 생기는 갈등은 너무나도 많다.
부부 둘이서만 살았을 때 일어나지 않는 다양한 문제들이
아기를 낳음으로써 전 생애에 걸쳐 인생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3개월에도 통잠 자는 아이들이 있다던데
우리 애는 왜 밤마다 깨는 건지.
12개월에는 걷는다는데 왜 안 걷는 건지
말은 또 왜 안 하는 건지.
기저귀는 언제 떼는 건지.
학교는 어디로 보낼지, 어떤 사교육을 시켜야 할지,
친구 사귀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왕따가 되지 않으려면?
가해자가 되지 않게 키우려면?
입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지?
사춘기 애들은 왜 이러는 거지?
.
.
.
아이를 낳으면 이러한 걱정이
끊임없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야말로 심플했던 인생이
복잡해지고 치열해진다.
아기를 처음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남편이 생각보다 집안일을 너무 도와주지 않아서
고통스러웠던 여성들도 있을 것이다.
아기 빨래 정도는 알아서 좀 해 주지.
설거지도 좀 해 주면 좋을 텐데.
밤에 혼자 일어나 모유 수유하고 있는데
옆에서 쿨쿨 코 골며 자는 남편은 꼴 보기 싫기 마련.
내 인생의 첫 번째 순위는 아기인데
왜 인간은 자기만 챙기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될 때도 많을 것이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폭발한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거슬리기 시작하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나도 남편과 둘이 살 땐 싸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애를 낳고 나선 작은 일에도 금방 서운해져서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
호르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남편 때문에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기분이 좋지 않으니
아기를 돌보는 일도 더욱 힘들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