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가 무조건 좋지 않은 이유.
미국에선 한국처럼 포장 이사를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웬만하면 트럭을 빌려 알아서 해결하곤 한다. 새 집으로 가 보니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정돈도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야말로 카오스였다.
미숙아 아기를 케어하며 짐 정리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이었는데, 그 덕분에 집안 정리도 몇 주나 걸렸다.
미숙아들은 칼로리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모유를 준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특수 분유를 조금 타서 칼로리를 조금 더 높인다. 모유가 20kcal 정도라면 분유로 5kcal 정도를 더 해서 더 영양 보충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인데, 이 미숙아 분유가 굉장히 비싸다. 다행히 미국 전역의 일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값이 비싸다 보니 정말 분유값, 기저귀 값으로 가계 경제가 휘청거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분유로 갈아타게 된 이유는, 바로 내 모유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모유의 질도 달라지는데, 제대로 된 산후조리를 하지 못한 탓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아기가 속을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거기다가 매번 유축을 할 때마다 기분이 울적해지는 바람에 도저히 이걸 계속하고 싶은 엄두가 나질 않았다. 돈은 조금 더 들겠지만 아기를 위해, 나를 위해 이것이 나은 상태라 생각했다.
모유에서 분유로 갈아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명 "분수 토"를 경험하기도 했는데, 정말 아기 입에서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분유를 보고 놀란 경험이 몇 번이나 있었다. 몇 대 몇의 비율로 섞어 타야 하는지,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 건지 인터넷에선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었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어 더 애를 먹어야 했다.
나의 경우 섞어 주지 않고 한 번은 모유를, 한 번은 분유를, 이런 식으로 교대로 주었다.
모유에서 분유로 갈아타는 방법은? 아기들이 익숙해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곧 시간이 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기가 토를 하니 가슴이 아프겠지만, 적응하기까지 조금만 기다려준다면 분유로 갈아타기도 곧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모유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모유를 주는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미숙아라고 할지라도 분유가 더 좋을 수도 있다. 꼭 모유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