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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ll Water Dec 05. 2020

미국에선 아기를 싱크대에서 씻긴다고?

본격적인 미숙아 육아의 시작! 


당시에 우리는 이사를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모든 짐들을 잠시 시부모님 댁에 맡겨 둔 상태였다. 

그래서 퇴원을 하고 아기와 함께 시부모님댁에서 잠시 지내게 됐는데, 환경이 바뀌다 보니 아기도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누가 가만히 잠자는 아기를 보며 평화로움을 느낀다고 했는가.

신생아는 절대로 조용히 자는 법이 없다. 

얼마나 여러가지로 요란한 소리를 내는지... 매번 소리를 낼 때 마다 아기가 괜찮은 건지 확인해야 했다. 

"용쓰는 아기"라고 검색을 해 보면 다양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는데, 그야 말로 용을 쓰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아기들은 열심히 자라는 거라 그러는 것이라고 하니 딱히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어 "크느라 고생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안타까워했던 적도 있엇다. 

분명히 병원에선 너무나도 얌전히 자던 아이었는데,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을 머리 속에 품었는데 이유는 역시 환경의 변화였던 것 같다. 



싱크대에서 아기 목욕을 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집에 와서 첫 목욕을 시아버님께 부탁드렸다. 신생아 목욕 시키기는 초보 양육자들에게 극악의 난이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 갑자기 싱크대를 박박 닦으시는 것이 아닌가..?

미국인들의 경우 아기들을 싱크대에서 목욕 시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것을 처음 알게 된 나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기억하는 동생의 첫 목욕은 뜨끈한 거실에서 욕조에 물을 담아 아기를 조심스레 씻겨주는 것이었는데, 미국에서는 좌식 문화가 없는 탓에 이러한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빨래건조기에 따뜻하게 수건을 돌린 다음  싱크대 한 쪽에는 부드러운 타올을 준비하여 아기 옷을 벗기셨고, 스펀지로 아기의 몸 곳곳을 닦아주기 시작하셨다. 재빨리 닦아 준 다음엔 미리 건조기로 따뜻해진 수건으로 체온을 유지하게 해 주셨는데, 목욕을 하는 동안 아기는 연신 울음을 그치지 못 했다. 



 꼭 이런 방법으로 씻겨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싱크대에서 아기를 씻기는 것이 편했다는 사실! 쭈구려 앉아 씻기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무릎에 무리도 덜 가고 손목에 힘도 덜 간다. 나는 한국에서 공수 받은 아기 비데 용품으로 아기 몸을 지지 해 주고, 싱크대에 물을 받아 아기를 씻겨 주었는데 따뜻한 타올을 몸에 딱 둘러주니 아기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나는 나만의 한국 스타일과 미국 스타일을 짬뽕시켜 신생아를 편안하게 목욕 시키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가끔은 이렇게 두 문화의 장점만 짬뽕 시킬 수 있다는 게 나에겐 큰 힘이 되어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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