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남편 또한 미숙아였다.
첫 출산이라 모르는 것도 많았지만, 내가 아이를 일찍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슬프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남편 때문이었다. 남편 또한 미숙아로 태어났고, 지금은 너무나도 멀쩡한(?) 보통의 성인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남편은 우리 아기보다 훨씬 더 일찍 태어났지만, 몸무게는 조금 더 나가는 수준이었다. 역시 저체중아이긴 했지만 별다른 이벤트나 이슈는 없었던 모양.
시아버지께서는 아기의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3시간마다 작은 주사기로 분유를 주었던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아기를, 20여 년이 흐른 후에 다시 안아 보는 그 기분은 과연 어땠을까?
미숙아는 당연히 유전이 아니다.
하지만 아빠의 이런 선례를 꼭 닮은 아기를 낳았다는 것에 조금 황당했던 것 같다.
흔히들 미숙아를 낳았다고 하면 휴먼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치부가 된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 그렇게 쉽게 나타나는 일은 아니기에...
작게 태어난 아기를 보며 가슴앓이 하는 부모들을 나도 방송을 통해 보았기에 걱정은 컸지만, "우리 아기도 결국, 아빠처럼 건강하게 잘 자랄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슬프지 않았다.
미숙아들은 태어나며 여러 합병증과 다양한 질환들에 대한 위험이 크기 때문에 부모들이 더 가슴앓이를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자가 호흡을 하지 못 하면 호흡기를 달기도 해야 하고, 입으로 영양분을 보충받지 못하면 코에 튜브를 넣어 주입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것!
약 500g~600g으로 태어난 작은 아기들도 무사히 잘 케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육아 넘버 원이라고 불리우는 오은영 박사님도 팔삭둥이셨다고 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 보면, 남들보다 작게, 그리고 약하게 태어났지만 결국에는 너무나도 건강하게 잘 자라준 우리들의 "작은 영웅"들이 있다.
아기들의 생명력은 강하다. 의료진들을 굳건히 믿고, 아기를 믿는다면, 곧 아기와 병원 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퇴원의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이른둥이를 낳아 걱정이 한 아름인 양육자들에게 오늘의 내가 쓴 이 글 들이 희망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