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단어

자존

by 스틸앨리스




각자의 상자 속에 살고 있다는 것


우리는 누구나 보이지 않는 상자 속에서 산다.

그 상자는 때로 신념이고, 가치관이며, 때로는 고정관념이다. 문제는 그 상자가 좁아질수록 시선도, 자존도 함께 갇힌다는 것이다.


50을 넘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한 나를 두고,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아온 걸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졌다. 그 질문의 바닥에는 언제나 하나의 잣대가 있었다. 바로 돈이었다. 늦은 나이에 실패라는 문앞에서 한걸음 나아간다는게 쉽지 않았다

결국 돈이라니. 돈앞에 무너지는 수없이 많은 날


돈은 삶을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내 존재와 자존을 온전히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오랫동안 내 상자의 벽에 ‘돈=성공’이라는 문장을 붙여두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옥죄며 살았다.


하지만 상자를 벗어나 한 발짝만 나오면 보인다.

누군가는 관계 안에서 빛나고, 누군가는 배움 속에서 자존을 세우며, 또 누군가는 매일의 작은 성실함에서 자신을 지켜낸다. 그 모든 것이 자존의 다른 이름이 된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상자에 갇혀 있는지를 자각하는 일이다.

상자를 부수지 못한다면, 적어도 뚜껑을 열어 바깥의 공기를 마셔야 한다. 자존은 돈으로만 증명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하루를 살아내느냐로도 충분히 세워질 수 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