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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Jul 06. 2017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알찬 여름 방학 보내는 방법"

체험 학습과 독서를 중심으로

<한우리 독서 신문> 여름 방학 호(2017.8.) 1~3면에 쓴 글입니다. 독자는 초, 중등 학생을 둔 학부모를 생각하며 썼지만, 책을 읽는 방법과 체험 학습 준비 노하우는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10만 한우리 회원에게 배포되는 <한우리 독서 신문>은 전국 한우리 독서토론논술 학원과 광화문 교보문고, 영풍문고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으로 "알찬 여름 방학" 보내기 

'체험학습'과 '독서'를 중심으로  


여름 방학이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방학들은 어땠는지 한 번 되돌아보자. 시작할 때는 이것 저것 욕심을 내어 잔뜩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끝날 즈음에는 무엇을 했는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아쉬운 방학이 되지는 않았는가?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방학을 설렘으로 시작하여 아쉬움으로 마친다. 그런 방학은 이제 그만. 즐거움과 보람을 모두 얻는 알찬 방학을 보내는 법을 알아보고 당장 이번부터 최고의 방학을 만들도록 하자.  



알찬 방학을 보내기 위한 핵심 요령   

선택과 집중  



끝날 때 마다 흐지부지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방학 때 오히려 할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책상 앞을 떠나 다양한 공부도 하고 싶고, 부족한 과목도 보충해야 하며, 다음 학기 예습도 해야 하는데, 여행처럼 특별한 경험 역시 방학이 아니면 하지 못하니 학업(學)을 떠나(放) 잠시 여유를 가져야 할 방학(放學)이 휴식(Vacation)이 아니라 일(Vocation)이 된다. 결국 어느 하나 손에서 놓지 못한 채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개학을 맞는 것이다. 

방학을 뷔페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뷔페에는 맛보고 싶은 요리들이 한가득 있지만 접시는 그 음식들을 다 담을 수 없다. 욕심껏 종류별로 다 주워 담다보면 해파리 냉채와 크림파스타가 합쳐지고 샐러드 위에 양념 게장이 얹히는 식으로 음식들이 다 뒤엉켜서 무엇 하나 기억에 남는 요리가 없다. 이런 까닭에 개학날 교실에는 기대와 의욕으로 생기가 넘치는 것이 아니라 데친 야채처럼 피로한 얼굴들만 가득하다.  

알찬 방학을 보내려면 방학 때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춘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선택의 가짓수를 늘리고 싶은 욕심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 과목을 매일 빠짐없이 공부하고..." 같은 식으로 세우는 계획만큼 실패하기 쉬운 것이 없다.  


우선 키워드를 선택하자. 키워드는 아무리 많아도 네댓 가지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해서 도저히 버릴 것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 스티브 잡스를 생각하라. 그는 한 때 애플에서 쫓겨났지만 애플의 경영 사정이 악화되자 다시 구원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가 복귀했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우선 순위를 정해서 해야 할 일을 줄인 것이었다. 잡스는 애플이 생산하고 있던 350가지의 제품을 단 10가지로 줄였다. 100가지가 아니다. 10가지다. 340가지의 제품을 없애고, 핵심적인 제품에만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에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을 만들 수 있었다.  


키워드가 늘어날수록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뒤죽박죽된 접시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예전에 보았던 한 고3 학생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그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수학 점수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여름 방학이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 생각하고 과감하게 하루 12시간을 수학에만 투자했다. 선택과 집중은 효과를 발휘해서 그 학생은 이듬해 서울대 공대에 합격했다. 기억하자. 선택하지 않으면 집중할 수 없다.  

몇 가지 키워드를 정했으면 그것들 각각마다 목표를 정할 차례다. '책을 몇 권 읽겠다.' 처럼 '양'으로 정할 수도 있고, '매일 1시간씩 빠짐없이 운동을 하겠다'와 같이 방학 동안 소화할 '일정'으로 정할 수도 있다. 역사나 미술과 같은 특정한 '테마'를 생각해도 무방하다. 

여기서는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목표가 있어야 과정을 계획할 수 있고, 그 과정을 지속할 힘이 나며, 과정을 마친 후에 얼마나 잘 했는지를 반성할 수 있는데, 이것이 곧 다음 학기와 다음 방학 생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목표-계획-실행-반성'의 프로세스는 목표를 세우는 것에서 출발함을 잊지 말자. 만약 귀찮다는 이유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면 그것은 흐지부지한 결과를 예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컨셉이 좋은 상품은 날개 돋힌 듯 팔리고, 목차가 좋은 글은 술술 써진다. 키워드와 목표를 명확하게 잡았다면 방학은 이미 절반쯤 성공한 것이다. 물론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는 학생마다 다르다. 여기서는 방학을 맞이하여 가장 많이 떠올려볼 만한 키워드를 두 가지 골라보았다. 바로 '체험학습'과 '독서'다.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예시 삼아 알차게 방학을 보내는 방법을 보다 상세하게 알아보자.   



철저한 '준비학습'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라!   

체험학습  



방학의 꽃은 체험학습이다. 아직 교과 공부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초등학생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중학생 또한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체험학습이 학생들에게 중요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체험학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향상시킨다는 점과 수행 평가 대비 능력을 기르는 기회로 체험학습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체험학습은 평소에 해 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다양한 경험, 즉 '여러 가지 다른 경험'이 체험학습의 핵심인 것이다. 창의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창의성은 서로 다른 것을 연결시키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많이 알고 있을수록,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창의력이 높다. 이를테면 외국 생활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똑같은 기간의 외국 생활이라고 하여도 '미국-캐나다'처럼 같은 문화권보다는 '일본-브라질'처럼 서로 다른 문화권에 머문 사람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체험학습의 중요성은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저 책상 앞을 벗어나 머리 식히는 시간 정도로 생각하여 인터넷에서 '가볼만한 곳'을 검색하는 정도의 수고에 그친다면 시간과 비용을 적잖게 들이고도 자칫하면 학생들에게는 '재미있었다.'라는 말 한 마디 밖에는 남는 것이 없는 경험이 되고 만다.  


따라서 체험학습을 할 때는 그것을 통해서 어떤 평소와 다른 경험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체험학습의 전과 후에 그 경험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체험학습을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인식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수행 평가 대비 능력과 연결된다.  


❶ 선정 : 장소 선정은 학생과 함께! 


체험학습을 어디서 할지 선정하는 단계부터 학생이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처럼 어린 경우에는 쉽지 않겠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생 스스로 관심을 가진 곳을 택하는 비중을 높여가도록 한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꼈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사회, 과학 등 교과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관심을 유도하면 좋다. 자기 주도적인 성향이 강한 학생이라면 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체험 학습장소를 골라보도록 지원하는 것도 훌륭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체험학습 장소가 학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거나 교과 연계와 다소 관련이 없어 보이는 곳일지라도 이러한 선정의 과정을 시간 낭비로 여기거나 사전에 정해놓은 틀에 학생의 생각을 끼워 맞추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과제를 설계하는 기획 능력은 시행착오와 흥미를 통해 발전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❷ 계획 : 계획 수립도 학습의 일부!  


학생과 함께 체험학습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 보자. 계획에는 일정, 비용, 동선, 준비물, 이동 수단 등 체험 학습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 보통 이런 계획들은 자질구레한 것으로 여겨 학부모가 세우고 학생들은 체험학습 자체만 경험하도록 하는 예가 많다. 학생들을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행동 자체가 체험학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임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체험학습을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인식하도록 한다는 말은 프로젝트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역시 체험 학습의 목적이라는 의미이다. 학생이 먼저 계획을 짜보도록 하고, 놓친 점은 없는지, 더 고려할 요소는 없는지 부모와 함께 다듬으며 계획을 완성한다.  


❸ 준비학습 : 최고의 도구는 단연 책! 

준비학습이란 체험학습할 내용에 대해 사전에 하는 공부를 말한다. 체험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보통 이 단계를 허술하게 건너뛴다. 기껏해야 인터넷에 있는 소개의 글을 읽어보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준비 학습의 충실도가 곧 체험 학습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이 부분은 중요하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는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썼다. 이 표현은 체험학습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유적지 관람이든 농촌 체험이든 알고 가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이 많아야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준비학습 단계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는 단연 책이다.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가의 체계화된 지식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책의 힘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도구는 없다. 체험학습과 관련된 책을 골라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고 흥미를 돋구도록 한다. 무엇이든 좋다. 경주 여행을 간다면 신라 역사에 대한 책을, 미술관을 간다면 해당 화가의 위인전을, 농장 체험을 간다면 농사나 식물에 대한 책을 읽는 식이다. 체험학습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하는 점이나 질문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메모하면서 준비를 한다면 더욱 좋다.  


❹ 기록 :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기른다! 


체험학습을 마친 후에는 정리하여 기록을 남겨야 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무엇을 얻었는지를 정리해보는 활동을 하는 동안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저절로 길러진다. 

기록에는 체험학습과 관련된 전 과정이 담기는 것이 좋다. 선정 이유나 계획, 그리고 계획과 실제 진행 사항의 차이점 등은 간략하게 적는다. 중요한 부분은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한 체험의 내용이다. 어떤 배경지식을 쌓았고 무엇을 기대하였는지, 실제 체험학습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였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새로 알게 된 점은 무엇인지, 준비학습 과정에서 알게 된 점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등을 정리하는 것이다. 

기록의 형식은 다양하다. 글로 정리하는 활동이 기본이 되겠지만, 추가적으로 체험학습의 유형에 따라 앨범을 만들거나 지도를 그려보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하다. 정리된 기록을 바탕으로 체험학습에 대하여 이야기할 시간을 마련한다면 자연스럽게 발표 연습까지 이어질 수 있다.  


❺ 심화 학습 : 체험학습을 넘어 진로 교육으로! 

한 건의 체험학습은 기록 작성으로 매듭지어졌지만 학생의 관심도에 따라 체험학습의 효과를 확대할 수도 있다. 교과 과정에서는 관련 내용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찾아보거나, 연관된 주제에 대한 책을 더 읽어보면 좋다. 다음 체험 학습지의 선택에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건의 체험학습이 각각 동떨어진 개별적인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이 곧 적성과 흥미를 바탕으로 한 진로 교육 과정이라는 점도 기억하자.  






독서, 

자신의 한계를 깨는 독서에 도전하라!  


여름 휴가철만 되면 영향력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휴가철에 읽어야할 책' 목록들이 화제가 된다. 대통령이나 기업 총수가 휴가 기간에 선택한 책들도 마찬가지다. 왜 사람들은 휴가 때 할 일로 독서를 꼽을까? 시간 때문이다. 바쁜 일상 중에는 긴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탓에 다른 사람의 책에 온전히 젖을만한 여유가 없어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기 중에도 틈틈이 책에서 손을 놓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과제나 시험에 치여 여유 있게 시간을 내기 힘들다. 책에 깊이 있게 푹 빠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짬을 내어 겨우 몇 페이지씩 읽는 독서와 책의 세계에 들어가 몇 날 며칠을 책에 푹 빠졌다가 나오는 독서는 질적으로 다르다. 방학이 최고의 기회인 것이다. 방학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에 흥미가 없는 학생과 독서력이 있는 학생의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보자.  


❶ 책에 흥미가 없는 학생 


장기적으로 볼 때 독서력은 흥미가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간극이 매우 크다. 학업의 우선순위에서 교과과목에 비해 독서가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학이나 영어, 국어와 같은 주요 과목은 흥미가 있건 없건 관계없이 잘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과목으로 인식하고 있기에 생활 계획표에서 차지하는 시간이나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 즉, 흥미가 없는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 끈만은 놓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독서는 다르다. 현재 체계적으로 독서 교육을 받지 있지 않거나 아직까지 책에 흥미를 붙이지 못한 학생들은 학부모가 의욕적으로 지도하지 않는 한 책을 손에 잡을 일이 많지 않다. 게다가 학년이 올라가 학업 부담이 커질수록 한 줌도 되지 않는 독서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간극이 점점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상은 지극히 위험하다. 독서력은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성공으로 이끄는 기초체력과 같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길러질 수 없고 성장 여부가 눈에 띄지도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입시를 포함하여 진로, 취업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힘으로 작용한다. 독서에 흥미가 없는 학생과 독서 교육에 관심이 없는 학부모는 빌 게이츠의 "나를 키운 것은 하버드 대학 졸업장보다 동네 도서관이었다."라는 말을 경고로 새겨들어야 한다.  


책에 흥미가 없는 학생이라면 일단 책과 가까이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방학을 그 계기로 삼아보자.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학생이 흥미를 보이는 책을 고르도록 한다. 독서 교육 전문가들이 꼽은 '좋은 책 목록집'을 참고해도 좋다. 해당 학년에 맞는 권장 도서만으로 제한할 필요도 없다. 제목이든 주제든 학생이 관심이 가지는 책을 읽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책을 정했으면 독서 시작 전과 후에 이런저런 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심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의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와 제목을 보며 무슨 내용일지 짐작해보게 하거나 주제와 관련하여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전체 줄거리나 등장인물을 살펴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말해보게 한다. 비문학 도서라면 새롭게 알게 된 점을 짚어본다. 글쓰기 활동으로 마무리를 하면서 한 권의 책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해를 하였는지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런 경험이 조금씩 책에 흥미를 가진 학생으로 바뀌어 가는 계기가 된다. 맨 땅에 심은 묘목은 뿌리를 내리기까지 얼마간 집중적으로 보살펴야 한다. 학업에 부담에 없는 방학을 독서에 대한 흥미를 심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뿌리를 내리기까지 집중적으로 관심을 시간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❷ 독서력이 있는 학생 

체계적으로 독서 교육을 받아왔거나 독서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은 방학을 '독서 캠프'처럼 활용할 수 있다. 평소에는 읽기 힘든 책들을 골라 집중적으로 읽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두 가지 특별한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길고 어려운 책에 '도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년별 수준에 맞는 권장 도서 위주로 읽어왔다면 책들의 난이도와 분량이 대개 비슷했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방학이라는 점에 기대어 평소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책에 일부러 도전해보자는 이야기다. 

프란츠 카프카는 "책은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라고 일갈했고,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은 독서에 관한 강의에서 '술술 읽히는 수준보다 조금쯤 더 어려운 책을 읽어야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서력이 있는 학생이라면 자신의 수준에서 약간 어렵다 싶은 책을 골라 꾸역꾸역 읽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도끼로 자신의 한계를 깨는' 일이 될 것이다. 


난이도와 분량은 학생의 현재 수준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겠지만 중학생 이상의 경우에는 대하소설처럼 긴 책을 만나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긴 책에 도전한 대학 후배 한 명이 생각난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일부러 10권짜리 이문열 작가의 <평역 삼국지>에 도전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힘들어도 완독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그 뒤로 방학 때마다 한 번씩 다시 읽어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무려 12번을 완독했다. 그 덕분에 그는 학부생 때도 종종 대학 신문에 글을 실을 정도로 문장을 잘 썼다. 

두 번째는 파생 독서를 시도하는 것이다. 모티머 애들러는 <독서의 기술>에서 독서의 최고 수준으로 하나의 주제에 대해 몇 권의 서로 다른 책을 관련지어서 읽는 독서법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방식은 여러 저자의 관점과 지식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다방면에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이해도를 높임은 물론 자신의 견해는 어디에 속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을 신토피컬 독서 혹은 파생 독서라고 한다.  


방학은 이 파생 독서를 시도해보기에 좋은 기회이다. 학생과 함께 깊이 있게 알고 싶은 주제를 선택한 뒤, 관련된 도서를 고른다. 도서관이나 서점의 서가, 혹은 인터넷에서 고를 수 있는데, 주제에 맞는 좋은 책을 골라낼 수 있는 능력 자체도 중요하므로 학부모가 일방적으로 대신해주지 않도록 한다. 여러 권의 책을 선택하였다면 각각의 책이 주제의 어떤 측면을 다루었는지, 내용에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나 다른 부분은 없는지 생각하면서 읽도록 한다. 독서 전, 후 활동을 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나 파생 독서의 경우에는 한 권의 책에 대한 정리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제에 대하여 정리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학교에서의 수행 평가, 프로젝트 결과 보고, 나중에는 대학에서 쓰게 될 리포트와 논문이 이런 훈련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마치며... 이상으로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하고 싶은 일들을 잔뜩 늘린 뒤 이도 저도 아닌 방학을 보내고 후회하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하자. 선택과 집중이다. 우선순위를 생각하여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정하고, 무엇을 할 지 목표를 세우는 것에서 출발한다. 여기서는 체험학습과 독서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았지만 학생들마다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다. 방학을 마치고 개학이 가까워졌을 때 '이번 방학은 이것 이것을 하면서 보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기대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만 안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여름 방학에 지켜야 할 "NOT TO-DO LIST" 7  



1. 늦게 잠들지 않는다 : 

다음 날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밤늦게 깨어 있기 일쑤. 평소처럼 잠드는 것이 알찬 방학의 첫걸음이다. 


2. 밤 10시 이후에는 전자기기를 하지 않는다 :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이 수면을 방해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밤 10시 이후에는 가급적 전자기기를 끈다.  


3. 낮잠은 1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 : 

낮잠을 길게 자면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상식. 낮과 밤이 뒤바뀐 채로 알찬 방학을 보낼 수는 없다. 낮잠은 부족한듯 자는 것이 최고다.    


4. 편하다고 집에만 있지 않는다 : 

학원, 여행, 체험학습 등 꼭 나가야 할 일이 없으면 편안한 집 안에만 '방콕'해서 지내기 쉬운 것이 방학. 하지만 몸이 편할수록 마음이 늘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친구를 만나든, 도서관을 가든 틈틈이 움직여야 활력이 생긴다. 


5. 시간 계획 없이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다 : 

게임을 아예 안 할 수 없다면 최대한 현명하게 즐기자.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시간 계획을 세우는 것. 구체적일수록 좋다. '오늘은 2시 30분부터 3시 15분까지' 처럼 일정으로 정해두기를 추천한다.  


6. 시청 계획 없이 텔레비전을 켜지 않는다 : 

텔레비전도 게임과 마찬가지. 미리 계획을 세워 시청하되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정하고 그 시간만 켜도록 한다.  


7. 하루 20분 운동하는 것을 건너뛰지 않는다 : 

단언하건대 공부든 일이든 삶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 그리고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에 방학만큼 좋은 때도 없다. 그러므로 무조건 운동하는 시간을 반드시 하루 계획에 넣고 철저하게 지키도록 한다. 단 20분이라도 좋다. 한 달간 꾸준히만 하면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단, 이른 아침이나 선선한 저녁처럼 햇볕은 피해서 하도록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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