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ud Silence Sep 25. 2023

휴가와 보상의 딜레마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회사는 근로자에게 일정기준에 따른 유급휴가를 지급해야하고, 미사용시 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특정 조건에서는 보상해주지 않아도 되지만, 어쨋든 1년간 일을 했다면, 유급휴가를 받고, 미사용한 연차가 있다면 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어쨋든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휴가를 쓰지 않고 일정부분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도 있고, 주어진 휴가를 모두 쓰고 휴식을 취하는 방법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선택을 달리 하는 듯 하다.


내가 본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금전적 보상보다는 휴가를 선택하였다. 아이가 있는 분은 육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가끔씩 휴가를 내셨다. 30대 초반의 미혼 동료들은 굳이 특별한 일이 있지 않더라도 휴가를 아끼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다고 했다. 휴가를 쓰지 않으면, 편하게 일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해한다. 휴가도 안가고 직장이 편한 것 같다는 빈말 아닌 빈말을 들어본 적도 있으니까.


나는 올해는 금전적 보상을 선택하기로 했다. 월급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소대로 출근하면 돈을 좀 더 얹어주는데 휴가를 가고 싶진 않았다. 물론 내 팀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크게 불편하지 않게 일을해서 나 또한 팀 내에서 편안한 느낌을 가진다는 환경에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출근해서 일을 할 때 아주 불편하지 않고, 약간의 보람도 있으면서, 감당가능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지내니까, 휴가가 고픈 환경은 아니다. 


특별히 큰 경조사가 있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겠다. 미혼이니까 명절에 내 부모님만 챙기면 되고, 크고 작은 경조사도 기혼인 동료들에 비해 적은 느낌이다. 아이가 없다는 점은 스케줄에 변동성이 줄어든 다는 것을 의미한다.(기혼선배들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혼인을 피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렇다는 의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휴가를 보내고 싶겠지만, 그래서 촉진제 같은 것도 생긴 것이 아닌가. 회사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는 지키지만(지킬 수 밖에 없지만), 그 외에는 선택의 영역이니까. 팀장급 선배 중 한 명은 정말 일이 많아서 휴가를 못 쓰고 있다. 일이 많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무적인 업무 외에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업무에 투자하는 에너지가 대단하다. 그런 사람들을 본 받아야 하고, 그래야 내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쉽지는 않다.


내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다만 금전적 보상을 선택하기로 한 올해,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연차가 많이 쌓여있는데, 하루 정도 그냥 써버리고 싶은 날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기가막히게 일이 바빠지고, 프로젝트가 돌아가니 세상이 참 얄궂다. 일년 사용 가능 연차를 좀 더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법정연차가 1년에 15개 정도로 알고, 회사마다 근속연수에 따라 더 주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던데, 1달에 2개정도는 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한 18개 정도? 그랬으면 나도 아마 1~2개는 더 썼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새로운 직원의 등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