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ud Silence Jan 05. 2024

그런걸 대체 왜 좋아하는 거야?

‘취존’


언젠가 부터 유행한 말이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사람들의 개성과 취향이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에서도 주류 문화와 비주류 문화는 나뉜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그 시절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고, 만나면 이슈가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런 문화. 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 아이돌이 될 수도 있고, TV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고. 그에 반해, 허름한 뒷골목 어딘가에서 적진 않지만 많지도 않은 이들이 즐기는 소수의 문화가 있다. 한때 힙합이 그랬고, 한때 락이 그랬고, 한때 애니가 그랬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신기한 것은, 각각의 문화가 어느 순간 각자의 주류문화를 형성하면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때는 너무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였었던 힙합 문화가, 자존감과 자신감의 대명사가 되어 나타나고, 지하 어두운 클럽에서 머리 염색한 사람들이 모여서 듣던 락음악이 어느 순간 페스티벌을 열면서 표면화 되었다. 정말 방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보던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제 TV연예인들도 당당하게 어떤 시리즈를 좋아하는지 얘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각 개인의 취향이란 것은, 분명히 누군가와 나눌 사람이 있을 것이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지리적으로 가깝다면 좋겠지만,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한 요즘 시대에,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내 동지들을 분명히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취향의 공유로 느껴지는 동질감은 삶에 있어서 매우 큰 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너 그거 알아? 너무 좋지 않아?’ 나만 알고,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무엇인가에 같이 동조할 수 있는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느낌. 이를 바탕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느낌은 매우 소중하다.


‘그런걸 대체 왜 좋아하는거야?’


내가 많이 듣는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지금처럼 잘 발달하지도 않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금기시 되었을 듯 싶다. 아쉽게도 나의 취향은 당시의 주류와는 조금 벗어나 있었다. 유행을 말하더라도 그 포인트들이 살짝 달랐었다. 아무리 그들과 비슷하게 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코드’가 잘 안 맞았던 것 같다. 다행히 리액션은 좋은 편이라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내 취향에 대해 동조해주는 다수 혹은 소수 혹은 두-세명을 만난 기억이 흐릿하다. 이것은 내가 과거를 되돌아볼 때,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한 취향을 드러내고, 추구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 당했었고, 나는 말을 굉장히 잘 듣는 학생이었기에, 언젠가 이런 취향들을 바라올 날이 오겠지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어언 20년이 넘은 것 같다. 이제와서 하려고하니, 나는 취향과 욕망을 미루는 법만 알고, 이루는 법은 잘 모르는 것 같더랬다. 서커스 기둥에 풀어져있지만, 그걸 모르는 코끼리 처럼, 난 여전히 묶여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내 마음 속에 이뤄지지 못한 많은 부분들이 먼지만 켜켜이 쌓인 채로 내 맘속에 가만히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풀어지려고 한다.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 순간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거부감을 거부해보기로 한다. 욕망에 대한 절제를 해제해 보려고 한다. 그런다고 낭비하고 규율을 어긴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걸 얘기해보고, 거절당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아보려고 한다. 거절 당한다고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믿어보려고 한다. 내게 다가온 나의 취향들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으려 한다. 더 늦기전에, 먼지를 닦고 광을 내보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을 기대하길 바라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