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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을 한 번 껐고, 다시 잠들었다.
눈뜨니 이미 오후였다. 아침이라 하기에 늦었고, 하루가 시작됐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벌어진 커튼 사이가 밝게 빛나는데, 몸은 아직 밤에 남아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생각할수록 힘들었다. 일어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몸이 따라오지는 않았다. 생각은 먼저 깨어 있었고, 몸은 한참 뒤에 있었다. 둘 사이에 시차가 생긴 느낌이었다.
배는 비어 있었다. 그런데 배고프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신호가 없었다. 허기라는 감각이 어디에 있는지 잠시 잊은 것 같았다. 몸 안쪽이 대체로 조용했다. 불편하지도, 편하지도 않았다. 반응이 없었다.
졸림은 계속 위에서 눌러왔다. 잠을 더 자도 개운해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깨어 있을 기운도 충분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는 쪽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생각이 조금만 길어지면 그 위에 졸림이 덮였다.
약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 있었다. 복용 시간은 흐트러져 있었다. 아침에 먹던 걸 어느새 저녁에 먹고 있었고, 다시 낮으로 당겨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는 못했다. 좋아졌다는 느낌도, 나빠졌다는 느낌도 없었다. 관리하고 있다는 감각이 사라져 있었다.
휴가를 낸 상태였다. 쉬어야 하는 시간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행을 갈 기운은 없었다. 가방을 싸는 상상만 해도 피곤해졌다. 모처럼 만들어 낸 시간이 오히려 부담처럼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스스로를 보면서 더 울적해졌다. 쉬지 못하는 휴가라는 게 있다는 걸 실감했다.
결정을 피하게 되는 하루였다. 무엇을 할지 정하는 일 자체가 버거웠다. 그게 최선이 아닐 것 같았고, 최선을 찾으려면 너무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판단이 필요한 상황 자체를 피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선택들이 전부 어긋난 느낌이 들었다. 더 잘 생각하려고 할수록 더 복잡해졌다. 문제는 내 의지나 성실함이 아니었다. 뭔가 해보려는 게 버거워진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해야 할 게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결론을 낼 기운은 없었다. 상담이나 조언을 기대할 마음도 없었다.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편견 없이 말을 그대로 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보였다.
그날, 그냥 말을 걸어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