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에세이의 범람과 지침에 대해서

by 나리

얼마 전 책을 소개하는 오디오 방송을 듣다 진행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요즘 에세이가 범람해서 조금 지치는 느낌이 있었는데…”


나 또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요즘 독립서점, 독립출판이라는 것이 흔해지기 시작한 때라 더욱 그랬다. 이런 시기에 나 따위가 그 많은 에세이 중에 하나를 보태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했다. 과연 내 책이 수많은 에세이 속에서 존재의 안녕을 알릴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내가 처음 책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은 두 번의 글쓰기 수업과 그 이후에 끄적거려 놓았던 글들을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느 서점에 입고할 생각도 없었고, 이전에 만들었던 사진엽서처럼 개인 소장용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 사진엽서도 예상치 않게 작은 소품점에서 판매하기도 했으니 결국 개인 소장용은 아니게 되었지만.


개인 소장용이라도 책의 꼴은 갖추어야 했기에 양천구에 있는 독립서점에서 책 만들기 수업을 듣기로 했다. 수업을 진행하신 작가님이 설명을 너무 잘해주셨던 덕분에 올해 안에 정리해 보자고 마음먹었고, 이렇게 지금 이 책의 마지막 글을 쓰고 있다. 사실 아직도 이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는 거다.


써 놓은 글들을 다시 읽고 고치면서 과연 이 글들을 책으로 내도 될까 하는 고민도 심각하게 했었다. 다시 읽어보니 나에 대한 부끄러운 글보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은 사람처럼 써놓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여기에 있는 글들은 그 당시에 내가 느꼈던 생각들을 적은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시간과 상황에 따라 아주 다르게 변하기도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글만 읽고 나에 대해 단정하지 말아 주길.


처음 일기 같은 글을 써서 개인 블로그에 올리면서도 부끄러운 글이지만 누군가 읽어주고 공감해 주길 꿈꿨었다. 블로그의 글들은 공개 허용으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 그 글들이 모여 누군가의 선택으로 읽히는 책이 되었다. 그런 당신의 선택에 내 글이 공감과 위로로 답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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