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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Jan 17. 2022

오래된 미래 by 안수향

사서 한 책읽기 #001

올해 첫 번째로 읽은 책은 <서툴지만 푸른 빛>의 저자, 안수향 님의 <오래된 미래>이다.  한국의 산사와 서원, 유네스코에 등재된 문화재에 관한 프로젝트로 제작된 이 책은 배포용으로만 제작되었다가 경주 독립서점 어서어서에서 제작되어 그곳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책이다. 그 소식을 알고서도 오랫동안 사고 싶다, 마음속으로만 염두에 두었다가 작년 연말 경주여행에 가서야 손에 넣었다.


첫 번째 책에서 이미 작가님의 사진과 글에 크게 감동받았고, 그래서 두 번째 책도 의심 없이 구매했다. 한 가지 걱정했던 것은 한국의 유적지를 방문하고 쓴 역사유적 에세이라는 점이었다. 역사와 유적이라는 것이 직접 보면 멋지고 아름답지만 단순히 그렇게 말하기엔 늘 스스로 부족하다 느낀다. 그 안에 쌓인 역사와 이해관계를 이해하기란 배움의 지식이 항상 얕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작가님의 책에선 역사이야기와 자신이 느낀 감정이 적절히 배합되어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래된 것들을 어렵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적어 내린 글이 가슴에 콕콕 박혔다. 글이 꼭 책에 담고자 했던 바로 그 오래된 미래였고, 대흥사였고, 부석사였고, 병산서원, 소수서원이었다. 오래된 미래라는 제목처럼 이 책이 바로 오래된 것을 담고 있는 미래의 책이 아닐까.


책에 쓰인 단어 하나하나에도 혹여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못 전해 질까 조심스러움과 동시에 신중함이 느껴진다. 직접 눈으로 본다한들 이렇게 섬세할까 싶은 글에 나 또한 그곳을 당장 찾아가고 싶은 충동이 이는 책이었다. (그중 대흥사는 꼭 가봐야겠다고 결심!) 그리고 읽는 내내 멋지고 아름답다는 말이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구나 느끼며, 작가님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이 읽는 내내 부러웠다.


역사는 역사일 뿐 그 공간에 일어날 일은 모두 알고 이해하긴 어렵다.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이 책의 작가님처럼 문화재를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기 위해 나름의 감상하는 방법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84

그러나 창은 그 너머를 마주할 수 있되, 함부로 넘을 수는 없는 문이다. (…) 마찬가지로 나는 퇴계 선생이 그의 제자들과 생전에 그이 제자들과 생전에 함께 지내던 공간을 들여다 볼 수 있긴 하나 그 역사 속으로 직접 들어갈 수는 없구나. 짐작하여 느낄 뿐. 원래 역사란 그런 것일까. 보되, 다 알 수는 없는 쓸쓸한 일.


p.121

몇백 년 전에도 그들이 보았을 풍경이 동시에 내게도 온 듯하여. 그러니 오래된 사물이란 시간을 잠시 잇는다는 점에서 그토록 고귀한 것일지도 모른다.


p.169

올해 딴 햇차인데 맛이 어떠냐 물으시면 나는 나의 빈약한 언어를 고민하게 된다. (…) 말이 없어진 방 안, 아주 잠시나마 초의선사가 말한 선에 닿았던 것 같다.


p.223

아주 날 것의 생생한 역사가 현재와 만나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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