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엄마들은 왜 하루에 마트를 세 개나 가?

9년 차 MD의 예리하고 다정한 미국 마트 해설서

by 적응형이방인

“인스타에서 보는 미국맘들은 하루에 마트를 세 곳이나 간데, 왜 그렇게까지 극성일까?”


한국에서부터 늘 궁금했던 점이다. 하지만 나는 미국에 온 지 한 달 만에 나 역시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미국에서는 장을 보는 일조차도 결코 보통일이 아니었다. 한 번 마음먹고 장을 보러 나서는 날이면 세 개 마트는 기본으로 들르게 되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각 마트마다 사야 할 물건이 다 다르고, 그 마트들이 생각보다 꽤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이동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고, 차로 계속 이동하며 장을 보다 보면 세네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다.


한국처럼 밤에 주문해 눈 뜨면 문 앞에 놓여 있는 새벽 배송은 드물지만, 주문 후 몇 시간 만에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당일 배송 서비스는 존재한다.

하지만 판매하는 품목이 한정적이고, 받아보는 식재료의 퀄리티가 꽤 복불복인 데다 가격도 조금 더 비싼 편이다. 결국 장을 제대로 보려면 직접 마트를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다.




미국 마트에는 저마다 ‘가야 할 이유’가 있다.

한식 재료 중 일부는 미국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꼭 H마트, 한양마켓 같은 한인마트나 아시안 마켓에 가야만 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깻잎, 무, 팽이버섯, 청양고추처럼 한식에 주로 쓰이는 채소들, 참기름이나 국간장, 고춧가루 같은 조미료, 한국 가공식품이나 냉동식품들은 미국 마트에서는 찾기 어렵다.


반면 미국 마트가 압도적으로 저렴한 품목들도 있다. 유제품이나 계란, 고기, 생필품 등은 용량이 다소 크긴 하지만 코스트코(Costco)와 샘스클럽(Sam's club)이 유독 가격 경쟁력이 좋아 주기적으로 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식재료를 대용량으로만 살 수는 없기에, 종종 소량씩 필요한 것들은 월마트(Walmart)나 H-E-B, 랜달스(Randalls)를 이용하고, 유기농으로 꼭 챙겨야 할 제품이 있을 때는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이나 스프라우츠(Sprouts Farmers Market), 센트럴마켓(Central market)을 찾는다.


요즘 핫한 식재료나 맛있는 반조리 제품, 스낵이 먹고 싶을 때는 트레이더 조스(Trader Joe’s)를 들르고, 주류를 다양하고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거나 한국의 참이슬 소주가 생각나는 날에는 토탈 와인 & 모어(Total Wine & More)나 스펙스(Spec's)에 간다. 아이들 장난감이나 간단한 생활용품이 필요할 때는 타겟(Target)이 딱이다.


이렇게 미국의 마트에는 저마다 분명한 ‘가야 할 이유’가 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세 곳에서 많게는 네 곳까지 돌아야 한인 가족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식재료를 모두 채울 수 있고, 장 보다가 하루가 다 간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 집 팬트리가 '작은 편의점'이 된 이유

한국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는 '미니멀한 장보기'를 선호하던 나였지만, 미국 생활은 나를 변화시켰다. 언제 닥칠지 모를 부족함에 대비해 기본 식재료는 늘 일정량 이상 구비해 두는 것이 생존을 위한 지혜가 되었다. 요리를 하다가 하나의 재료가 부족해서 차를 타고 마트에 가서 30분을 쓰는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금 우리 집 팬트리는 웬만한 동네 편의점을 방불케 한다. MD 시절 그토록 철저히 관리했던 '재고'가 이제는 내 부엌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낯선 환경에 맞춰가며 살아남는 법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




그래도 마트를 좋아하고 물건 하나하나 구경하는 걸 즐기는 내게는 이 시간이 나름의 기쁨이 되었다. 그러나 문득,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 일상이 얼마나 불편하고 피곤한 현실로 다가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내가 상상해 본 미국 마트 총집합몰..


장 보다가 하루가 다 가고, 낯선 식재료와 씨름하다 보면 가끔은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정성껏 채워 넣은 냉장고를 보며 가족의 든든한 한 끼를 준비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이 먼 타국에서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카트를 밀며 광활한 미국 마트를 누비고 있을 모든 '원정 육아' 엄마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처음 미국에 오고는 어디서 대체 무엇을 사야 할지 몰라서 더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해 공유하자면 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미국 마트 별로 주력이 되는 상품은 아래와 같다.

단, 미국은 땅이 넓은 만큼 각 주별로 메인이 되는 유통 채널이 다르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다.



TIP | 처음 미국에 온 한인 엄마를 위한 미국마트 요약


1. Korean / Asian Market (H-Mart, 99 Ranch, Zion, Hannam 등)

한식 채소, 한국 조미료, 가공식품, 냉동식품을 주로 구입한다. 미국에서는 H-Mart가 가장 대중적인 한인마트이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대형 푸드코트가 함께 있어 '장보기+외식'을 한 번에 해결하는 한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2. Costco / Sam’s Club

유제품, 고기, 계란, 생필품처럼 가격 차이가 큰 대용량 품목을 구입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기름값이 저렴한 전용 주유소까지 이용하는 것이 미국 살이의 정석이자 공식 루트다.


3. Neighborhood Market (Kroger, Publix, Safeway, H-E-B 등)

한국의 일반 대형 마트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동네 마트. 소량 구매나 급하게 필요한 장보기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이며, 각 지역을 꽉 잡고 있는 대표 마트들이 따로 있다.


*미국 지역별 대표 마트: 중부 H-E-B , 동부/남부 Publix, 서부 Safeway, Vons, Albertsons, 중서부 Kroger, Meijer


4. Organic / Premium Market (Whole Foods, Sprouts, Central Market, Erewhon 등)

유기농, 친환경, 고품질 식재료를 찾을 때 방문한다. 홀푸드는 베이커리와 델리(Deli) 코너 퀄리티가 좋아 빵이나 케이크를 사러 들르기도 한다.


5. Trader Joe’s (트레이더 조)

한국인이 미국 여행 시 꼭 들르는 ‘그 마트’. 트렌디하고 맛있는 자체 브랜드(PB) 간편 조리식품이 강점이며, 가짓수는 적지만 실패 확률이 낮다. 꽃과 와인도 가성비가 좋아 자주 손이 간다.


6. Liquor Store (Total Wine & More, BevMo!, ABC Fine Wine 등)

와인, 맥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술을 비교적 저렴하고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


7. Target / Walmart super center

마트와 백화점, 쇼핑몰의 중간쯤 되는 포지션. 식품부터 생활용품, 의류, 가전, 장난감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타겟(Target)은 디자인이 깔끔해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고, 월마트(Walmart)는 가격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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