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 Maxx, 보물창고 속 득템이 주는 도파민

미국 최대 오프프라이스 리테일러 'TJ Maxx'

by 적응형이방인

미국 생활 중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들르는 나의 참새 방앗간은 바로 TJ Maxx다.


이곳은 미국의 대표적인 오프프라이스(Off-price) 리테일러로, 의류부터 뷰티, 주방용품, 가구, 애완용품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만물상 아웃렛'이다.


나이키, 폴로, 아디다스, 코치, 르쿠르제, 스타우브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는 물론, 운이 좋으면 구찌, 프라다, 발렌티노, 지방시 같은 고가의 명품까지 만날 수 있다.


오프프라이스 매장이라고 하면 "아웃렛에서도 안 팔린 물건이 오는 곳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곳은 갈 때마다 무엇 하나라도 반드시 건져 나오게 될 정도로 득템 성공률이 꽤 높다.


795불에 판매하던 띠어리(Theory) 코트를 139불에, 199불이던 헌터(HUNTER) 레인 재킷을 49불에, 69불에 팔던 폴로 랄프로렌(Polo Ralph Lauren) 가디건을 19불에 살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TJ Maxx이다.




왜 사람들은 이곳을 '보물찾기'라 부를까

사람들이 이곳에서의 쇼핑을 '보물찾기(Treasure Hunt)'라고 부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반 매장처럼 같은 물건이 사이즈별로 수십 벌씩 걸려 있는 게 아니라, 단 한 점뿐인 나만의 보물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행거 사이를 헤치며 내 사이즈의 명품 코트를 발견하는 그 순간의 짜릿함은 정해진 가격에 정해진 물건을 사는 일반 쇼핑과는 차원이 다른 도파민을 선사한다.


오늘 보았던 그 물건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을 거라는 긴박함, 그리고 오직 나만이 이 가치를 알아보고 찾아냈다는 성취감이 이곳을 보물 창고로 만든다.



아시안이라서 오히려 좋아

재미있는 점은 미국의 옷 사이즈가 한국보다 한 치수 정도 넉넉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골든 사이즈'인 M이나 L은 정가에 금방 동이 나지만,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XS나 S 사이즈는 아울렛까지 밀려 내려올 확률이 훨씬 높다. 이 XS과 S 사이즈는 곧 아시안의 골든 사이즈기 때문에 오히려 득템의 기회가 된다.


또 우리 시선에서는 무난하고 예쁜 옷이 미국인들의 취향에는 영 아닌 경우도 있어, 종종 '아니 이 옷이 왜 여기까지 온 거지' 싶은 디자인의 아이템들도 많다.


서양인들에겐 외면받은 아이템이 우리에겐 '인생 보물'이 되는 역설적인 즐거움이 있달까..




'대체 어떻게 다른 곳보다 좋은 물건이 많을까?'

한국에서 MD로 오래 일했던 내 시선에는 어떻게 이렇게 좋은 물건이 많은지 늘 궁금증이 남았다. 비결은 기회주의적 소싱(Opportunistic Buying)에 있었다.


단순히 안 팔린 물건을 받는 게 아니라, 제조사의 과잉 생산이나 백화점 납품 취소 건을 포착해 발 빠르게 가져오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 최대 오프프라이스 리테일러인 TJ Maxx는 매입 물량이 압도적이라, 긴급한 재고 발생 시 제조사로부터 가장 먼저 연락을 받는 '우선권'을 점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 주방용품 MD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와인잔 같은 유리 제품에서 이런 소싱이 특히 잦았다. 유리 제품은 가마(Furnace)를 한번 가동하면 생산을 멈출 수 없는 '연속 생산' 특성이 있어, 납품이 어긋나면 순식간에 수만 개의 물량이 갈 곳을 잃는다.


TJ Maxx는 그 거대한 바잉 파워를 앞세워 이런 양질의 물량을 독점하듯 쓸어온다. 품질은 백화점용이면서 가격은 파격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TJ Maxx에서 비교적 고가인 리델 와인잔을 70% 할인된 가격에 득템 한 것도 이런 배경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가격만 쫓는 처량함'이 아닌 '안목 있는 자의 특권'

비슷한 매장이 많음에도 내가 유독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는 특유의 정돈된 디스플레이 덕분이다. 매장은 아웃렛이라기보다 예쁜 편집숍처럼 보인다. 시즌마다 시즌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디자인의 상품들로 새 단장을 한다.

덕분에 이곳에서의 쇼핑은 '가격만 쫓는 처량함'이 아니라, '안목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처럼 느껴진다.


해외 생활에서 쇼핑은 단순한 소비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브랜드의 상품을 좋은 가격에 득템 할 때면, 이 별것도 아닌 것으로 타지살이의 고단함이 눈 녹듯 사라지곤 한다.


나에게 TJ Maxx는 단순한 쇼핑이 아닌, 일상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꽤 생산적인 취미 활동이 되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복잡한 매장이겠지만, 나에게 이곳은 일상의 활력을 주는 꽤 괜찮은 보물창고다.

자, 오늘은 또 어떤 예상치 못한 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TIP: 알고 가면 더 즐거운 TJ Maxx쇼핑 가이드


1. 태그 속에 숨겨진 숫자의 암호와 색깔 스티커

태그 상단 고유 번호 끝이 '2'로 끝나는 제품은 정품 매장과 동일 퀄리티인 진짜 보물이다.

반면 '1'은 TJ Maxx 유통을 위해 기획한 상품일 확률이 높으니 소재나 마감을 꼼꼼히 잘 살피자.

스티커 색깔: 흰색(일반 할인) → 빨간색(1차 세일) → 노란색(최종 할인가)

명품 라인인 '런웨이' 섹션의 보라색 태그를 발견했다면 일단 카트에 담고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 단, '런웨이'섹션은 일부 매장에만 있어 방문 전 유무를 확인하면 좋다.

택에 나와있는 'Compare at' 가격이 시세보다 높게 나와있는 경우도 있고 낮은 경우도 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현재의 판매가를 검색해서 가격 비교를 해보는 것도 좋다.


2. TJ Maxx 쇼핑하기 좋은 타이밍

보통 평일 오전에 상품이 입고되므로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 쇼핑을 추천한다.

연중 가장 큰 세일 기간은 1월과 7월로, 대대적인 재고 정리 시즌이라 노란색 태그가 가장 많이 쏟아진다. 세일 소식을 접하면 최대한 빠르게 방문하는 것이 유리하다.


3. 미국 오프프라이스 매장 한눈에 비교하기

Marshalls(마샬): TJ Maxx와 같은 계열사지만 의류와 신발 비중이 더 높고 패밀리 중심이다.

HomeGoods(홈굿즈), Homesense(홈센스): 리빙 전문 매장. 인테리어 소품과 주방용품 득템의 천국이다.

Ross(로스) / Burlington(벌링턴): TJ Maxx보다 매장은 다소 거칠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다. '날것'의 정글에서 득템 하는 쾌감을 원한다면 추천한다.

Nordstrom Rack(노드스트롬 랙): 백화점 노드스트롬의 이월 상품 중심이라 브랜드 밸류가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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