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매장도 없는 ‘트조 가방’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집에 이미 여러 개의 트레이더 조(Trader Joe's) 가방을 갖고 있으면서도, 새롭게 나온 트조 가방을 집어 들고 계산대에 설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상품을 기획하고, 판촉과 마케팅으로 물건을 파는 일을 9년 가까이 해온 MD조차 매번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만드는 이 힘. 대체 이 가방의 정체는 뭘까.
흥미로운 점은, 이 가방의 인기가 미국 현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지하철역 상점에서 익숙한 로고를 발견하고 잠시 눈을 의심했다.
바로 미국 여행 기념품 1순위, 직구로만 구할 수 있다던 트레이더 조의 에코백이었다. 가격은 무려 16,000원이었다.
한창 열풍이 불었을 때는 리셀가가 몇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니, 매장 하나 없는 이 ‘마트 가방’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힙한 아이템이 된 걸까.
사실 이 가방에 대단한 미학이 담겨 있는 건 아니다.
매번 디자인과 형태, 가격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기본은 투박한 캔버스 천, 색깔 있는 스트랩, 그리고 마트 로고 자수가 전부다.
하지만 가격을 보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작 2.99달러. 한국 돈으로 5천 원 남짓한 가격에 꽤 괜찮은 내구성과 디자인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다.
선물용으로도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미국에 와서 ‘미국에서만 살 수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선물’을 찾는 사람에게 트조 가방은 거의 정답에 가깝다. 가격, 디자인, 스토리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
싸기만 하다고 팬덤이 생기지는 않는다. 트조는 이 가방을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살 수 있게 두지 않는다.
시즌마다 색상과 소재를 바꾼 한정 에디션을 새롭게 내놓고, 인기가 최고조에 달하면 매대에 이런 문구가 붙는다.
1인당 최대 3개 구매 가능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묘한 감정이 생긴다.
‘지금 안 사면 다시는 못 살지도 몰라.’
소비자의 수집욕과 불안 심리를 정확히 건드리는 장치다.
3. 소비자가 완성하는 바이럴 마케팅
트조 가방은 이제 단순한 에코백을 넘어 하나의 ‘캔버스’가 되었다.
패치를 붙이고, 자수를 놓고, 재봉선을 뜯어 완전히 다른 가방으로 리폼하는 사람들. 이 모든 과정이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된다.
브랜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소비자들이 알아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한다. 이보다 효율적인 마케팅이 있을까.
이 가방은 마진을 위해 판매되는 상품이 아니다. 대신 소비자를 매장으로 한 번 더 끌어들이고, 브랜드를 인지하게 만든다. 매장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조차 가방을 통해 트레이더 조를 기억하게 된다.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다.
브랜드 파워가 강해지면 로고만 박아도 팔리는 일은 흔하지만, 마트 장바구니가 이 정도의 파급력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인위적인 광고비 한 푼 없이, 오직 질 좋은 PB 상품과 일관된 브랜드 철학으로 전 세계적인 팬덤을 만든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다음 글에서는 ‘가방’이 아닌, 트레이더 조 그 자체의 힘을 더 깊게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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