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가지 금지 성분부터 동물 복지 등급까지
처음 미국에 와서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에 장을 보러 갔을 때,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미국 마트 어디에나 볼 수 있는 코카콜라와 국민 감자칩 레이즈(Lay's)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민 상비약인 타이레놀조차 매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홀푸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니, 이유는 명확했다. 이 제품들이 홀푸드 자체 품질 기준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홀푸드는 단순히 유기농 식재료를 파는 오가닉 마트가 아니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규정한 300가지 이상의 금지 성분 리스트를 운영하고, 이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만을 판매한다.
매출 1위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나 인공 감미료 등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성분이 단 하나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가차 없이 퇴출된다.
이미 정제되어 있는 홀푸드 상품들은 믿고 살 수 있다. 직접 성분표를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 수고를 홀푸드가 대신해 주는 것이다.
사실 MD 관점에서 매출 1등 브랜드를 단지 ‘자사 품질 기준’을 이유로 제외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홀푸드는 이 확실한 매출을 포기함으로써 고객에게 '성분표를 읽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선물했다.
무엇을 집어도 안전하다는 믿음, 그것이 홀푸드 정체성의 핵심이다.
홀푸드의 꽃은 단연 신선식품이다.
특히 과일과 채소의 품질이 압도적인데, “어떻게 블루베리에서 이런 맛이 나지?" 싶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정직한 입맛을 가진 어린 딸아이가 "엄마, 홀푸드에서 블루베리 꼭 사 와"라고 먼저 챙길 정도다.
홀푸드가 높은 신선도와 맛을 유지하는 비결은 지역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식재료를 발굴하는 ‘로컬 포리저(Local Forager)’ 시스템이다. 대형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지역 농가의 식재료를 빠르게 매장으로 들여오는 구조다.
한인들 사이에서 '홀푸드 삼겹살이 미국 최고'라는 평을 듣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홀푸드 정육 코너의 무지개색 라벨에는 1부터 5까지 숫자가 적힌 '동물 복지 등급'이 붙어 있다.
단순히 유기농 사료를 먹였는지를 넘어, 돼지가 진흙 목욕을 하며 자랐는지, 소가 인생의 75%를 드넓은 초원에서 보냈는지를 세심하게 따진다.
미국에 오기 전, 내게 홀푸드의 첫인상은 '해외 살이 중인 연예인들이 장 보는 마트'였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화려한 진열, 이름도 낯선 건강 식재료를 카트에 담는 모습. 한국의 현대백화점 식품관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홀푸드 제품들은 품질이 좋은 만큼 가격대가 있다. 어느 날 내 지인은 “홀푸드에서 마음 놓고 장을 볼 수 있을 만큼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농담을 한 적도 있다.
가격 때문에 매일 가긴 부담스럽지만, 언젠가 돈 걱정 없이 카트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누구라도 매일 들르고 싶은 곳.
홀푸드는 단순한 마트를 넘어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지향점이 되었다.
홀푸드는 미국 유통 생태계의 거대한 필터이자 ‘품질 게이트키퍼(Quality Gatekeeper)’ 역할을 한다.
식품 스타트업들에게 홀푸드는 성공을 향한 데뷔 무대다.
실제로 미국 유통업계에는 홀푸드를 시작으로 하는 일종의 ‘엘리트 코스’가 있다고 한다. 홀푸드에서 품질을 검증받고 나면, 월마트나 타겟,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망에 입점할 기회가 열린다. 미국 유통 흐름의 상류에 있는 홀푸드가 만드는 ‘낙수효과’다.
제조업체들은 때로는 마진을 깎아서라도 홀푸드 매대에 서려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이곳 입점 자체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가장 강력한 보증 수표이기 때문이다.
텍사스 오스틴의 작은 마트로 시작한 홀푸드는 2017년 아마존에 인수되었다. 정감 있는 로컬 마트였던 홀푸드는 이제 아마존의 정교한 데이터 시스템으로 더욱 체계적인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반면 아마존에게 홀푸드는 오프라인 고객과 직접 만나는 유일한 창구이자, 미래 쇼핑을 실험하는 장소다.
인수 후 아마존 프라임 고객 전용 할인 딜은 물론, 계산대 줄을 설 필요 없는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이나 손바닥 결제 '아마존 원(Amazon One)' 같은 첨단 기술이 홀푸드 매장 곳곳에 도입되고 있다.
과연 아마존은 홀푸드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이어지는 2탄에서는 인수 뒤에 숨겨진 아마존의 진짜 속내와 두 회사가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깊게 살펴본다.
1. 금요일의 오이스터 런
홀푸드는 종종 금요일에 '프라임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생굴을 개당 1달러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현장에서 직원이 바로 굴을 까주는 'Shucking' 서비스도 제공해서 집에서도 오이스터바 못지 않은 신선한 생굴을 즐길 수 있다.
2. ‘Local’ 태그의 마법
매대 곳곳에 붙은 'Local' 표시를 주목하자. 해당 주(State) 농가에서 온 제품으로, 신선도는 물론 지역 경제까지 돕는 가장 ‘홀푸드스러운’ 선택이다.
3. 궁금하면 맛보게 해 준다
홀푸드에는 "Try before you buy" 정책이 있어, 치즈나 과일뿐만 아니라 심지어 봉지에 든 과자(Chips)도 궁금하다고 하면 직원이 봉지를 뜯어 맛보게 해 준다.
4. 델리바(Deli Bar) 스마트 이용법
홀푸드 델리바 음식은 안전한 성분 덕분에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외식 메뉴로 인기이다. 다만 무게당 가격을 매기므로 국물보다는 단백질이나 밀도가 높은 메인 요리 위주로 담는 것이 가성비 면에서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