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시도한 방법들

이혼 통보 이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시도한 방법들

by 여전히

감정의 소용돌이에 들어가면 사람은 어떻게든 빠져나올 방법을 찾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이혼이라는 일이 내 인생에 생길 예정이었다. 상대방은 강경했고, 결국 둘 중 한 사람의 의지가 없으면 관계는 끝난다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이혼 통보를 받았고, 그 이후로 이어진 요구와 공격에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나 자신을 지킬 방법이 없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어디에도 기대기 어렵다는 감각이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었다.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친구를 배려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속에 있는 말을 계속 담아두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개인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부모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이미 부모님 역시 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은 나에게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그때그때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안전기지 같은 곳이었다.

물론 상담이 항상 편한 것은 아니었다. 상담사의 관점에 따라 내 생각이 흔들리기도 했고, 때로는 나 자신을 더 탓하게 되기도 했다. 상담실에서는 괜히 괜찮은 척 가면을 쓰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까지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상담사는 아니지만, 벌써 2년이 지났다. 지금은 정부 지원을 통해 연 8회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예전에는 금전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를 위해 쓴다고 생각하며 상담을 받았지만, 지원을 받으니 부담이 훨씬 줄었다. 이혼 문제뿐 아니라 가족 문제, 인간관계에서 막히는 순간마다 상담은 도움이 된다. 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자기 비난으로 빠질 때, 다른 관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기대는 것이 어려운 나에게 상담은 고립감을 조금 덜어주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혼 통보 이후 내가 시도한 또 다른 방법은 변호사 상담이었다.

협의이혼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요구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남편은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고, 그 말을 들을수록 나는 내 판단이 맞는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끝없이 하게 되는 상태였다. 그래서 법률 상담을 받기로 했다.


총 세 곳의 변호사를 찾아갔다. 큰 로펌에서는 오히려 내가 먼저 이혼 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을 권했고, 두 곳에서는 협의이혼을 권했다. 어떤 변호사는 전남편이 말한 사유만으로는 이혼 소송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의 말을 듣고 나니 끝없이 이어지던 인터넷 검색이 멈췄다. 온라인 카페와 게시글을 뒤적이며 불안을 키우던 시간도 줄어들었다. 상황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법률상담을 받으러 갈 때, 빈손으로 가지 않았다. 남편과의 관계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했고, 남편이 요구한 것들을 순서대로 적었다. 그리고 나의 입장을 정리해 변호사에게 물어볼 질문을 준비했다. 이혼 조정이나 소송이 진행될 경우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 재산분할 문제도 함께 문의했다.

당시 남편이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이 있어 그 상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도 물었다.

그때의 법률 조언은 나에게 방어막 같은 역할을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끼던 나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도움이 되지 않았던 방법도 있었다.

바로 오픈채팅이었다. 처음에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모르는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위로나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극적인 사연도 아니었고, 아이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남편이 이혼을 통보했다”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비슷했다.

“남자가 그렇게 마음먹었으면 방법 없다.”
“이혼해야 한다.”

대화는 금방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내 이야기는 스팸처럼 흘러갔다. 대신 더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사람들이 몰렸고, 분노하고 욕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일주일 정도 참여하다가 그만두었다.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심리상담과 법률상담이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었다.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보살핌도 있었다. 어머니는 저녁을 함께 먹고 카페에 가며 내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감정을 속에만 쌓아두지 않고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가족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어머니는 나에게 가장 큰 기댈 곳이었다.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삶을 버티는 데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이런 방법들을 거치며 나는 이혼 통보를 받고, 별거를 하고, 결국 이혼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다만 아직 직장에서는 이혼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마치 거짓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그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100%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길 생각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고민하기보다, 내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려주기 싫다면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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