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사진 하나]

Prologue/ 사진 잘 찍고 싶다.

by Sunghee
카메라를 가지고 처음 찍은 1만 장의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의 최악의 사진이다.


계속 사진을 찍어야할 이유이다. 누가 했던 말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직 1만장은 멀은 듯하다. 만장 정도 찍으면 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계속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 그런데 만장을 찍었는데도 내 스타일이 생기지 않으면 어쩌지.

사진을 찍는다고 쑥쓰러워 말 못하겠다. 그저 취미이니까. 그저 사진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사진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한 동안은 사진은 찍지 않고 보기만 해왔다. 4 - 5년을 사진만 보다가 올 해 1월에 직장을 가지면서 돈을 모아 가장 먼저 한 것이 카메라를 산 일이었다. 과연 나는 잘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찍는 일보다는 보는 일이 더 좋다. 사진이 회화보다 좋은 이유가 있다(사진도 회화의 일종이라 생각하지만). 바로 '우연의 우연'의 포착, 이라 말하고 싶다. 실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카메라가 현실에서 '비실제'하는(그래서 더욱 실제함을 강조하는) 순간을 포착함으로 현실을 비꼬거나 혹은 위트로 삶의 무게를 위로할 때 오는 즐거움은 회화에서는 찾기 힘든, 그리고 내가 사진을 더욱 좋아하는 이유이다.


Piazza della Rotonda, Italy, Richard kalvar.

하나의 우연(피사체)과 또 다른 우연(상황)이 만드는 이미지는 이성과 합리주의가 지배하는 일상에서 한 줌의 위로가 된다.

백범광장, 서울 남삼, 육명심

백범의 동상 앞에서 반공을 외치는 일상의 부조리함은 회회가 담지 못하는 카메라의 특권일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싶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 우연과 우연을 담아서 팍팍하고 퍽퍽한 일상에서, 당위와 합리로 가득차 있는 일상에서 일말의 여유를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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