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쌀 보관 방법
왜 우리 집에서는 한정식 쌀밥집의 그 찰지고 고소한 밥맛이 나지 않을까. 일본 여행에서 아침밥을 전문으로 하는 가정식 밥집의 쌀밥 맛을 경험해 봤다면 더 궁금할 것이다. 갓 지은 쌀밥은 김치만 있어도 한 공기 뚝딱이다. 동시에 갓 지은 쌀밥은 언제나 옳지만 매번 갓 지은 쌀밥을 해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무엇을 놓쳤기에 그 황홀했던 경험을 집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파헤쳐 보는 것이 오늘의 주제이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다. 대부분 자료들은 농촌진흥청의 연구 자료를 참고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밥 짓는 기술보다는 "쌀이 얼마나 신선하냐"가 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먼저 가장 맛있는 쌀의 첫 번째 조건 즉 신선한 쌀의 첫 번째 조건은 '갓 도정한 쌀'이다.
쌀은 농산물이면서(당연한 소리를?) 신선식품이다. 커피 원두가 오래되면 기계가 좋아도, 숙련된 바리스타라도 맛있는 커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모두가 쉽게 생각한다. 대부분 원두를 살 때 분명 로스팅 할 날짜를 보고 구매하지만 과연 마트에서 쌀을 살 때도 도정 날짜를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보통 쌀에게는 너그럽다. 쌀은 그냥 쌀이니까, 하고.
위 그래프는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도정 후 보관 온도에 따른 품질변화 그래프이다. 어느 상황, 어느 품종이든 갓 도정하면 출발점이 같다. 즉 보관을 어떻게 하든 갓 도정해서 바로 지은 쌀밥은 최고로 맛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갓도정한 쌀을 먹을 수 있는 건 추수를 한 10-11월 쌀뿐이다(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집에서 도정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이것도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더 문제는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보통 10~20kg 쌀을 구매 후 다 먹을 때까지 상온에 보관하면서 쌀을 소비한다는 것. 왜 이게 문제인가. 다시 농촌진흥청 자료를 살펴보자.
두 번째 가장 맛있는 쌀의 두 번째 조건은 "보관의 방법"이다. 신선식품인 쌀은 당연히 최대한 신선하게 보관해야지 그 신선도가 오래간다(당연한 말이잖아!).
농촌진흥청에서 배포한 위의 자료는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연구한 자료이다. 도정한 쌀 2킬로그램(kg)을 밀폐용기에 담아 각각 4도, 15도, 25도(상온)에서 12주간 보관하여 품질 변화를 살펴본 결과를 알려준다. 4도에서 보관한 쌀은 약 82일 후부터 품질이 변하기 시작했는데 반해 25도에 보관한 쌀은 고작 12만에 품질이 변하기 시작했다. pH 측정은 산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얼마나 산패가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위 실험은 온도만 조절했고 모두 "밀폐용기"에 담아서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집을 포함해서 대부분 쌀 포대 입구만 구겨 말아 보관하고, 이 상황에선 산패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위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집에서 가장 맛있는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1. 최대한 도정 날짜가 최근일 쌀을 구매할 것!
2. 쌀은 페트병(밀폐)에 담아 냉장 보관(4도씨) 할 것!
아마 이 두 가지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겠지만 쌀의 단백질 함량을 낮추거나, 완전립 비율을 높이는 것도 쌀밥 맛을 최상으로 올리는 방법이지만 이는 '생산자'의 몫이다.
나는 집에서 이렇게 한다. 보통 2리터 페트병에는 약 1.8kg 정도의 쌀이 들어간다. 10kg의 쌀을 샀을 때 페트병 약 5개면 보관이 가능하다. 페트병에 도정 날짜를 적고 냉장고에 눕혀 보관하면 1년 내내 맛있는 쌀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보관 방법은 쌀뿐만이 아니라 보통 실온에서 보관해 오던 대부분의 곡물에 다 적용이 된다. 콩, 땅콩, 잡곡, 렌틸콩, 병아리콩 등등.
기억해야 한다. 모든 농산물은 사실 신선식품이라는 것을.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