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턴스(THE SUBSTANCE, 2024) 코랄리 파르자
* 코랄리 파르자 : 프랑스 영화감독. 2017년 『리벤지』로 데뷔. 이후 두 번째 영화 『서브스턴스』로 제77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 ‘코랄리 파르자’는 ‘쥘리아 뒤쿠르노’와 함께 주목받는 프랑스의 젊은 여자 감독이다.
두 부류의 영화가 있다. ‘의미’ 있는 영화와 ‘재미’ 있는 영화. 전자는 인문주의(예술성·철학성)를 표방하는 영화이고, 후자는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영화다. “좋은 영화란 ‘의미’뿐만 아니라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나의 영화적 지론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과 영화의 본성을 이해하고 내린 결론이다. ‘재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좋은 창작물이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것이다.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왜 그 일을 하는가? ‘재미’ 있어서다. 하지만 대중은 그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대중은 영화 자체의 ‘재미’를 느낄 뿐이다. 그러니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재밌어야 한다.
(영화가 아무리 예술적이고, 철학적이라 하더라도) 영화는 근본적으로 자본 집약적 본성을 가진다. 달리 말해, 자본이 없다면 영화는 지속될 수 없다. 이것이 영화가 재밌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사람들은 ‘재미’ 없는 영화에 돈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코랄리 파르자’는 좋은 영화감독이라 할 수 있다. 인문주의적 주제(페미니즘)를 장르(스릴러·고어) 영화로 표현하며 대중적 흥행을 이끌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깊이 있는 창작자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정직하게 지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코랄리 파르자’는 대중적인 감독을 넘어 깊이 있는 감독의 반열에 이를 가능성을 보여준다. 괴물로 변해버린 ‘스파클’이 공연장을 피바다로 만드는 장면을 보라. 무엇이 ‘스파클’을 괴물로 만들었나? 남성 중심의 사회적 시선이 아닌가? 『서브스턴스』의 엔딩씬의 공연장은 남성 중심 사회의 상징이다. 그 엔딩씬은 그곳을 피바다로 만들고 싶었던 그녀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녀는 그 엔딩씬으로 사회적 억압으로 인해 왜곡된 자신의 욕망을 모두 해소해 버렸던 것 아닐까? 그래서 그런 왜곡된 욕망의 파괴적 해소 끝에는 결국 허망한 회귀만이 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아닐까? 자신의 젊은 시절의 상징인,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거리로 돌아가 최후를 맞이한 괴물, 그것은 ‘코랄리 파르자’ 자신의 깨달음은 아니었을까? 조금 더 세련된 그녀의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서브스턴스』로 자신의 왜곡된 욕망을 해소했으니까.
우리 안에 많은 ‘양태’들이 있지만, 그것은 모두 ‘실체’로서 하나다. 이 삶의 진실에 이를 때만 ‘나’와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 줄 수 있다.
1.
“제 번호예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러닝 머신을 뛰고 있을 때였다. 한 여자가 내게 수줍은 표정으로 쪽지를 건네고 갔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 거울에 비친 나의 몸을 보며 짜릿함을 느꼈다. 그때였다. ‘수’를 처음으로 만난 날이.
나는 항상 비만이었다. 아직도 허벅지에는 여기저기 살이 튼 자국이 그대로 있다. 허리와 엉덩이에 덕지덕지 붙은 살이 그리도 꼴 보기 싫었다. 살을 빼고 싶었다. 먹지 않고 운동했다. 뚱뚱한 나의 껍질을 모조리 벗겨서 복근이 드러나는 몸을 갖고 싶었다. 나는 ‘엘리자베스’의 등을 갈라서 ‘수’를 꺼내려는 ‘스파클’이었다. 살을 빼는 과정은 정말 껍질을 벗기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늘 참아야 했고, 늘 배고픈 상태에서 운동하느라 현기증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낯선 여자에게 쪽지를 받던 순간의 짜릿함이 그 고통을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복근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수’는 만족을 몰랐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꾸만 남은 살들이 보였다. 더, 더, 더, 살을 빼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다 ‘엘리자베스’가 깨어나면 멈출 수 없는 폭식을 했다. 다음 날, 체중계 올랐을 때 식은땀을 날 정도로 불안했다. 다시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만 같아서. 하루아침에 다시 축 처진 뱃살에 엉덩이와 허벅지에 덕지덕지 살은 붙은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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