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속도가 0이 되기 전에

아직 열차 출발시간 15분 전

나는 분명히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옷자락을 뒤에서 잡고 느릿느릿 내려가는 할머니

나의 여유 있는 걸음이 그네들에게 홍수 같은 무서움이었겠지

늙음이란 그런 것이겠지


늙음은 느려짐이다

느려지고 있는 이들에게 15분 전의 계단은 두려움이다

늙음은 두려움이겠지


느려지고 있는 이는 두려움을 두렵다고 말할 수 없어서 외롭겠지

늙음은 외로움이겠지

느려지고 있는 이는 외로움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서럽겠지

늙음은 서러움이겠지


조금 느리게 사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금 느리게 걷고, 조금 느리게 먹고, 조금 느리게 이야기하고

그렇게 ‘너’의 속도에 맞추는 연습을 해야겠다

‘너’가 조금 덜 두렵고, 덜 외롭고, 덜 서러울 수 있도록

'너'의 속도가 0이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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