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철학, 철학의 일상 : 디오게네스
디오게네스는 누구보다 진보적이다. 기존의 사회적 질서를 근본적radical으로 넘어서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디오게네스의 논의에 동의를 해줄까? 아마 그렇지 않을 테다. 오히려 우리 시대의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디오게네스를 ‘무책임한 진보주의자’ 혹은 ‘교활한 보수주의자’로 치부해 버릴지 모른다. 바로 여기에 우리 시대의 ‘진보’에 관해 고민해 보아야 할 지점이 있다.
‘진보’는 무엇인가? “세계는 바뀌어야 해!”라는 세계관이다. 반면 ‘보수’는 “세계는 유지되어야 해!”라는 세계관이다. 진보와 보수를 구분하는 많은 쟁점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첨예한 쟁점이 바로 ‘사회’과 ‘개인’의 담론이다. 진보는 ‘사회’에 방점을 두고, 보수는 ‘개인’의 방점을 둔다. 즉, 진보는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보수는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이 노력해야 말한다. 쉽게 말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진보는 그것이 ‘사회’ 즉,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보고, 보수는 그것이 ‘개인’, 즉 개별적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어느 사회에 극빈층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보자. 이때, 진보주의자들은 자본주의로 구성된 사회 자체를 문제 삼는다. “자본주의라는 구조 자체가 문제야!”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의 노력 부재를 문제 삼는다. “자기가 노력을 안 하니까 가난해지는 거야!” 어느 사회에 여성이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보자. 진보주의자는 남성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 자체를 문제 삼는다. “남성 중심의 구조 자체가 문제야!”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의 노력 혹은 역량의 부재를 문제 삼는다. “여자들이 노력을 안 하니까 소외당하는 거야!”
누구보다 진보적(radical progress!)이었던 디오게네스는 ‘무책임한 진보주의자’나 ‘교활한 보수주의’라고 비판받을 혐의가 있다. 인간의 불행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한 관습·전통·제도·교육·도덕·윤리·법률 때문이다. ‘시니시즘’에 입각해서 이 문제를 보자면, 그 해법은 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각자가 당당한 마음을 가질 때 기존의 관습·전통·제도·교육·도덕·윤리·법률을 넘어설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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