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생면부지 사람의 부고에 마음이 일렁일 때가 있다. 그건 아마 내가 그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테지.


‘어른’이 드문 시대다. 나이 적은 이들은 나이가 적은 대로, 나이 많은 이들은 나이가 많은 대로 자기 것을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시대가 되었다. 내 옷, 내 신발, 내 돈, 내 집, 내 새끼.... 온통 ‘아이’들 뿐인 시대다.


‘어른’은 나의 것을 잠시 내려놓고, 남의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다. 남의 옷이 해졌을까, 남의 신발이 닳았을까, 남의 새끼가 아플까를 아파하고 또 고민하는 이들이 ‘어른’이다. 그렇게 남을 위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어 보려고 애쓰는 이들이 ‘어른’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젊은 ‘아이’와 늙은 ‘아이’들 사이에서 ‘어른’을 찾았다. 만난 적은 없으되, ‘어른’이 있다는사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 된 ‘어른’을 보며 내 삶을 돌아보며, ‘아이’로 돌아가려는 나 자신을 종종 다잡곤 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른’이 한 명씩 떠났다는 부고를 들을 때가 있다. 나는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다. 또 한 명의 드문 ‘어른’이 떠났다. 미소 지어야 할 때 미소 지을 줄 아는, 호통 쳐야 할 때 호통칠 줄 알았던 ‘어른’이 떠났다. 이제 ‘어른’ 없이 ‘어른’이 되어야 할 시간이 되었나 보다. 나는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다.


“당신을 보며 때로 부끄러웠고, 때로 미안했습니다. 당신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 되겠지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들어 보려 애써보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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