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리는 모두파이터다!' 출간

새 책이 출간 되었습니다. 도와 주세요!

전업작가는 글을 씁니다. 쓰다보니 8번째 책입니다. 

누군가 10권까지 쓸 수 있으면 전업작가로 길이 보일 거랬는데,

큰일입니다. 이제 두권 밖에 안남아서.


이번 책은 격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운동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하 프롤로그


1. 

학창시절 친구들이 축구공, 농구공을 들고 학교 운동장으로 갈 때 저는 도복을 들고 습기 찬 지하 체육관으로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격투기로 밥벌이를 해볼까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린 시절부터 격투기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겁이 많아서 용기가 없어서 격투기에 모든 것을 던지지 못한 채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평범한 직장인이 된 이후에도 늘 격투기 주변을 배회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지쳐 쉬고 싶을 때 격투기 동영상을 보거나 체육관으로 향했습니다. 저에겐 격투기는 무엇보다 달콤한 휴식이었습니다.


 서른 살이 넘은 이후 저는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어떨 결에 시작된 직장생활에 지쳐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삶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문제를 정면 돌파 해낼 자신도 용기도 없었습니다. 정신없는 그리고 의미 없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점점 지쳐갔지요. 지금의 삶이 불만족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어떤 변화를 꾀하기에는 또 늘 주저하고 겁을 내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나봅니다. 때 늦게 찾아온 서른 살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하나의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았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대답은 다시 ‘격투기’로 돌아갔습니다. 격투기를 누구보다 좋아했지만 링에 올라서야 하는 것, 불투명한 미래 같은 것이 두려워 도망치듯 떠밀리듯 선택한 삶이 바로 지금의 모습이었기에 저는 서른이 넘어 직장 사춘기를 겪게 된 것이었습니다. 어떤 경우든 도망치듯 떠밀리듯 선택한 삶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리는 없지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은 주어진 자신의 삶의 조건에 당당히 맞서 정면 돌파하려고 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그것으로부터 도망쳐왔다는 생각이 마음 속 한켠에 늘 있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스무 살에 격투기로부터 도망쳐 행복하지 않은 서른 살이 되었는데 같은 잘못을 서른 살에 다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흔 살에도 여전히 정신없고 의미 없는 삶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불행한 삶만은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른넷에 용기를 내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태어나 처음으로 삶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격투기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링에 들어서면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오로지 자신을 믿고 승부를 벌어야 하는 파이터들의 삶을 꽤 오랫동안 엿보았던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또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나약한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을 정직하게 인정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저는 ‘삶이라는 링’을 살아가는 파이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삶이 파이터들이 살아가는 링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덜 척박하거나 덜 거칠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결국 우리가 ‘링이라는 삶’을 사는 파이터는 아니지만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링’을 사는 파이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로써 한 사람이 성장하게 되는 것은 결국 진심으로 좋아하는 어떤 것을 통해야 합니다.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여자 친구와 사귀고 또 헤어질 때는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또 이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지 못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성장할 수도 없지요. 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과 사귀고 또 이별하는 과정을 겪게 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을 통해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절절하게 배우게 되고 또 그로 인해서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게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꽤 긴 시간동안 격투기를 좋아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격투기를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그것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또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저만큼 아니 저보다 더 격투기를 좋아하는 분이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격투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에요!’라고. 격투기를 통해 우리 삶에 필요한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고 그로인해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이제 겨우 불안하고 고된 삶에서 나름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가끔 흔들릴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지금이라도 나름 자기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은 격투기 선수는 아지만 저 역시 파이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삶이라는 링’을 살아내야 하는 파이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저는 미래에 대한 불안, 걱정, 두려움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조금씩 불안, 걱정, 두려움을 조금씩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도 파이터가 되어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링’을 잘살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차를 미리 보신 분들은 눈치를 채셨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5분(다섯 개 이야기) 5라운드(다섯 개 장)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UFC에서 챔피언 결정전이나 혹은 메인이벤트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이 5분 5라운드를 통해 우리 모두 파이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5분 5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고 강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각자 삶의 챔피언이 될 수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저는 격투기 선수가 아니라서 멋진 시합으로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또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드리게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는 글쟁이입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것뿐만 아니라 격투기를 보며 고민하고 느꼈던 많은 것들을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여러분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꼭 무엇인가를 배우고 느끼지 않아도 좋습니다. ‘야 너 이번 시합 봤어?’라며 친한 사람들과 맥주 한 잔 하며 격투기에 관한 가벼운 수다를 떨 듯이 이 책을 넘길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저는 그렇게 저의 격투기 이야기가 여러분께 닿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파이터를 꿈꾸는 글쟁이 황진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