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내 안의 정원 #5. 인정

by 스터링가든 하나

며칠 전 창고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받아 두고 그냥 쌓아 두었던 학위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게 왜 여기 있었지?”


그러고 보니

저는 한때 석사 논문을 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때의 시간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돌아가라면

아마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을 정도로

눈물겨운 시간이었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자며

버티듯 써 내려갔던 시간들.


그렇게 완성된 석사 논문이었지만

정작 저는 그 논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다시 꺼내 보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다시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내가 이런 걸 썼다고?”


어쩌면

조금은 오만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때 저는

제가 알고 있던 것들을 정리하고

논문으로 써 내려가며


“아, 더 이상은 못 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바라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해볼 수 있었을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도 떠올랐습니다.


만약 그때

그렇게 한 번 정리해 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더 깊은 것들을

흡수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논문은

제가 지금의 길로 들어오게 된

첫 발걸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첫 발걸음을

너무 쉽게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껴 주지도 않고,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로요.


학위패를 다시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아주지 않으면

내 논문은 누가 알아줄까.


“내가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랍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누군가를 향해

계속 무언가를 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누군가’가

사실은 내가 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점점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 사람들을 탓하며

마음속을 비워 가기도 합니다.


사실은

내가 먼저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알아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위패를 조심스럽게 닦아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그 ‘누군가’가

가장 먼저 내가 되기 위해서.


누가 봐주지 않아도

나의 글을 쓰기 위해,


누군가의 인정을 기다리기보다

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시작했던

처음의 마음을 다시 꺼내 보기 위해서.


오늘도

내가 나를 잘 알아주는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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