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계절, 여름이다. 여름 내내 뜨거운 무더위는 싫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명언을 잊지 않았다. 이 화끈한 여름을 시원하게 즐겨야 한다면, 온몸이 서늘해지는 차가운 눈꽃빙수와 상큼한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이디어 톡톡 튀는 디저트가 수두룩한 강남 카페 골목에서 쌈박하고 짜릿한 여름 디저트 네 가지를 골랐다.
1. 파티세리 후르츠
카페 파티세리 후르츠는 압구정 로데오 골목 안에 있어 한적한 분위기가 이국적인 외관과 어울려 여유롭다. 셰프가 만드는 파인 디저트 매장인 파티세리 후르츠는 이름에서 느껴지듯 과일을 주제로 하는 디저트 카페다. 입구에 놓인 쇼케이스 안에 잘 익은 납작 복숭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물 납작복숭아보다 더 진짜 같은 납작복숭아는 사실 화이트초콜릿 코팅 안에 복숭아 과육, 요거트 가나슈, 무스 등으로 만든 과일 무스케이크다. 쇼케이스에는 다섯 가지 과일 맛으로 만든 ‘카페 그르망 쁘띠 프뤼’도 특별한 맛이다. 살구, 유자, 복숭아, 배, 체리 맛의 과일 무스케이크는 초콜릿과 과일 특유의 향기와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파티세리 후르츠는 셰프가 엄선한 최상급의 프랑스 AOP 버터와 초콜릿을 사용하여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든다. 비주얼도 아름답지만, 납작복숭아 맛을 오롯이 즐기기엔 ‘후르츠 피치 멜바’가 제격이다. ‘후르츠 피치 멜바’에는 싱싱한 산딸기와 산딸기 소르베, 멜바 소스, 바질, 요거트 가나슈, 복숭아 꿀리와 과육이 들어간다. 납작복숭아를 먹으려면 숟가락으로 껍질 부분을 부셔야 하는데, 소소한 퍼포먼스까지 달콤하다.
‘후르츠 피치 멜바’는 부드러운 복숭아 과육이 달콤하게 씹히고 유리컵 안에 장식한 산딸기 소르베가 상큼하게 어울린다. 복숭아의 은은한 단맛과 과일 향의 균형감이 매력적이다. 납작복숭아의 예쁜 비주얼과 달콤한 파르페는 한여름 무더위도 잊을 만큼 색다른 디저트의 향연이다.
파티세리 후르츠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13-1
이용 시간 매일 12:00~21:00
추천 메뉴 후르츠 피치 멜바 19,000원, 프랄리네 크림 라떼 6,500원, 카페 구르망 쁘띠 프뤼 36,000원
2. 드렁큰 빈
신논현역과 논현역 사이의 골목길에 뉴욕의 맨해튼 지하철이 생겼다. 뉴욕의 길거리 풍경에서 가져온 간판들로 화려한 입구를 지나 지하철로 내려가면, 골동품 같은 엘리베이터와 뉴욕 지하철 노선 지도까지 뉴욕의 감성을 고스란히 옮겨온 풍경에는 감탄이 나올 만큼 디테일이 살아있다.
뉴욕 지하철 개찰구와 똑같이 꾸며놓은 입구를 지나 지하 1층으로 들어서면, 뉴욕 여행의 추억을 가진 사람에겐 애틋한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드렁큰 빈 건물 지하1층과 2층은 뉴욕 지하철 컨셉의 카페, 3층은 갤러리 분위기의 카페, 4층과 5층 실내는 위스키 바로 운영되고 5층 루프탑은 시원한 야외 분위기를 만끽하는 공간이다.
드렁큰 빈의 신박한 뉴욕 지하철 콘셉에 압도당해서 무더위를 잠시 잊었다면, 이제 특별한 아이스커피 맛을 볼 차례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가 검증하는 스페셜티 커피를 맛보는 로스터리 카페인 드렁큰 빈에는 커피, 필터커피, 스무디, 에이드, 티 종류가 있고 지하철 옆에서 마시는 수제 맥주를 체험할 수도 있다.
스페셜티 생두를 버번위스키에 45일 이상 숙성한 뒤 알코올을 날리고 위스키의 풍미를 남긴 스페셜 메뉴, ‘드렁큰 빈 콜드브루’가 시그니처 메뉴이다. 위스키로 숙성한 원두라니, 카페 이름인 드렁큰 빈이 오버랩 되면서 향긋한 커피 향기에 취하는 시간까지 짜릿하다.
쌉싸름한 ‘말차치즈케이크’에 시원한 ‘드렁큰 빈 콜드브루’와 ‘패션후르츠 오미자 에이드’를 음미하며 아련한 뉴욕 여행의 낭만을 즐기다 보면 무더위도 저만치 사라진다.
드렁큰빈
주소 서울 강남구 사평대로55길 56 B1~5F
이용 시간 매일 10:00~22:00, 월 휴무
추천 메뉴 드렁큰 빈 콜드블루 10,000원, 패션후르츠 오미자 에이드 8,000원, 바스크 치즈 케이크 8,000원
3. 당옥
가로수길 옆 골목에 있는 당옥은 일본식 디저트 카페로 알려진 곳이다. 크지 않은 매장은 이국적인 도자기와 단아한 가구들로 꾸며져 교토의 어느 카페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청담동에서 일식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셰프가 만든 카페라서 일식 디저트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는 공간이다.
당옥의 시그니처 메뉴인 ‘과일빙수’는 제철에 가장 맛있는 과일로 만든다. 겨울부터 봄까지 사랑받는 딸기빙수 외에도 여름에는 ‘멜론빙수’와 ‘복숭아 빙수’, 가을엔 ‘애플망고 빙수’와 ‘샤인머스켓 빙수’를 맛볼 수 있다. 하얀 눈꽃 얼음 빙수 위에 두툼하고 신선한 멜론 조각을 퍼즐처럼 붙여서 나온 ‘멜론빙수’는 투박한 비주얼에 더 입맛이 돈다.
매일 아침 공수하는 프리미엄 제철 과일로만 빙수를 만들어내는 것도 당옥의 과일빙수가 특별한 이유다. 빙수에 들어가는 우유와 시럽은 최상의 배합 비율을 통해 찾아낸 당고만의 레시피로 적당히 달콤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당옥은 시원한 빙수 마니아들로 늘 만원이다.
셰프가 만드는 당옥의 특별한 디저트는 밤으로 만드는 ‘몽실타래 치즈케이크’다. 고소한 밤과 쌀 카스테라, 마스카포네 치즈가 어우러진 몽실타래 치즈케이크는 타래라는 일본 케이크의 테크닉을 빌려왔지만, 몽실타래 만의 디자인과 퍼포먼스와 맛은 오롯이 셰프 주인장의 손길로 완성되었다. 몽실 타래 치즈케이크 소문을 듣고 오는 일본인 손님이 많다는 것과 일본식 디저트가게에서 한국의 대표 주전부리인 호두과자가 인기 많은 것도 흥미롭다.
당옥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22 1층
이용 시간 평일 12:00~21:00, 주말 12:00~22:00 월요일 휴무
추천 메뉴 멜론 빙수 35,000원, 밤 몽실 타래 치즈케이크 18,000원
4. 더 스노우
더 스노우 대치본점의 시그니처 빙수는 ‘꿀 토마토 빙수’와 ‘꿀 생자몽 눈꽃빙수’다. 새하얀 눈꽃 위에 매혹적인 빨간색의 방울토마토가 올라간 ‘꿀 토마토 빙수’는 비주얼도 신선하지만, 맛도 상큼하다. 꿀에 달콤하게 절인 방울토마토의 풍미가 눈꽃빙수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감탄이 나온다.
꿀에 절인 토마토를 따로 그릇에 담아 토마토 빙수를 끝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넉넉한 인심도 더 스노우 카페의 인기 비결이다. ‘꿀 생자몽 빙수’도 자몽 특유의 쌉싸름한 맛보다는 달콤한 맛이 진하다. 어떤 빙수 메뉴를 시키든 찹쌀떡이 들어간 단팥소가 추가로 나와서 과일빙수와 팥빙수 두 가지의 풍성한 눈꽃빙수 맛을 즐길 수 있다.
더 스노우 매장 벽에는 2018년 룩셈부르크 디저트 월드컵 대회에서 동메달을 받은 상장이 눈에 띈다. 주인장이 오랜 세월 지켜온 빙수 사랑과 열정을 증명하는 흔적이다. 더 스노우 주인장은 빙수 사업을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연유를 쓰지 않고 저당 저칼로리 빙수를 만들어 손님들의 건강을 챙겼다.
우유에 민감한 사람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더 스노우의 눈꽃빙수는 락토프리 우유를 쓰고 연유 대신 건강한 꿀과 스테비아로 단맛을 챙겼다. 차가운 빙수와 먹는 찹쌀떡은 빙수 한 그릇을 다 먹도록 굳지 않고 쫄깃하고 부드러운데,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 떡 레시피에 비밀이 있다. 직접 문경에 가서 배워온 떡 기술로 만든 ‘수제 디저트 찰떡’은 시원한 눈꽃빙수와 즐기기에 찰떡같은 궁합을 자랑한다.
더스노우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76길 4 코람벤처타운 1층
이용 시간 일~목 11:00~01:00, 금토 11:00~03:00
추천 메뉴 제철 꿀 토마토 빙수 17,000원, 꿀 생자몽 눈꽃 빙수 17,000원, 수제디저트찰떡 5,000원
*강남문화재단 계간지 2025 여름호 [문화올림#]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