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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차 거리로 떠나는 초겨울 여행

정읍 쌍화차 거리에서 뜨거운 쌍화차 한 잔 하실래요.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지는 초겨울이 오면 정읍의 쌍화차 거리로 간다. 따끈한 쌍화탕 한 잔을 마시노라면 머릿속을 떠돌던 상심은 말랑해지고 어깨를 누르던 일상의 무게는 헐렁해진다. 구수한 쌍화탕에 달콤한 밤과 대추를 담아 훌훌 떠먹으면 헛헛했던 속까지 든든해진다. 곱돌 찻잔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온기와 감미로운 쌍화탕 한 잔이 은은하게 몸을 데우면 추운 겨울도 팍팍한 세상도 견딜 만하다. 



40년 전통의 모두랑 찻집에서 끓여낸 쌍화탕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정읍 쌍화차 거리

도심에는 거리마다 한 집 건너 카페와 커피 전문점이다. 언제부턴가 커피와 이국적인 분위기에 익숙해진 풍경이다. 7080세대들의 커피 문화였던 옛날 다방에는 달걀노른자가 들어간 쌍화차가 있었다. 한방냄새가 희미한 쌍화차였지만, 마시고 나면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정읍 도심에 있는 쌍화차 거리는 정읍경찰서에서 정읍 세무서까지 이어지는 새암로에 있다.



새암로 입구에 있는 전설의 쌍화차 거리


이 골목에 특화된 쌍화탕은 넉넉한 한약재와 밤, 대추, 견과류를 넣어 만든, 제대로 된 한방 전통탕이다. 쌍화차 거리에는 30년을 훌쩍 넘긴 쌍화탕 찻집이 아직도 건재하고 크고 작은 쌍화탕 찻집들이 십여 곳이나 성업 중이다.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찻집을 기웃거리다 보면 특유의 쌍화탕 내음이 발길을 잡는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곱돌 찻잔


인사동, 모두랑, 자연이래, 궁, 연, 벗님, 초모, 차밭, 다솜이 등 쌍화차 거리의 가게들은 인심도 넉넉하다. 차 한 잔으로는 왠지 서운해서 가래떡을 구워주고 제철 과일을 주거나 입가심으로 식혜나 오미자차를 낸다. 쌍화차 거리의 쌍화탕은 오래된 전통차가 아니라 마음부터 따뜻해지는 건강 한방차다. 



쌍화차와 쫀득하게 어울리는 가래떡 구이



전통옹기에서 13시간 끓인 맛있는 보약인사동 찻집

전설의 쌍화차 거리가 시작되는 입구에 인사동 찻집이 보인다. 소박하고 깔끔하게 꾸며놓은 실내에는 쌍화탕 향기가 은은하다. 날이 쌀쌀해지고 온몸 여기저기가 아플 것 같은 환절기에는 따끈한 차 한 잔의 휴식이 절실하다. 보약이 아니라 한방차라고 강조하지만, 인사동 찻집에서 만든 쌍화탕은 보약 못지않은 건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동의보감에서 찾은 쌍화탕의 재료에 네 가지의 약재를 더해 전통옹기에서 끓여내는 쌍화탕은 주인장의 자부심과 의지가 담겨있다. 스스로 아픈 몸을 치유하기 위해 쌍화탕의 재료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좋은 쌍화탕을 찾게 되었다고. 





감기 예방에 좋고 혈액순환과 피로해소에도 최고인 쌍화탕에는 작약, 산사, 생강, 천궁, 황기 등 21가지 재료에 밤, 대추, 은행, 해바라기 씨앗 등 4가지 고명을 얹는다. 생밤은 조청에 달콤하게 조려서 넣는데, 쌍화탕 안에서 통통하게 불어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별미다.





14년간 전통식으로 쌍화탕을 끓여온 인사동 찻집의 약재는 전국각지에서 직접 구매하고 저온창고에 저장해놓고 1년 내내 쓴다. 인사동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대추차가 아니라 대추탕이다.



진한 맛이 일품인 대추탕


조청 다리듯이 오랫동안 고아서 진한 대추탕을 만든다. 달콤하고 은은한 대추향이 일품인 대추탕 역시 감기에 좋고 긴장을 풀게 해주는데 특효다. 그리고 보면 인사동 찻집에서 마시는 차에는 인스턴트가 하나도 없다. 남해산 유자차, 정읍산 생강차, 순창에서 나는 오미자차 등, 모두 직접 담근다. 곁들여 나오는 가래떡 구이는 바삭하고 말랑하다.



따끈한 쌍화탕에서 밤과 대추를 건져먹는 맛이 달콤하다


36년을 한결같은 정성으로 끓이는 쌍화차모두랑 찻집

쌍화차를 주문하면 보글보글 곱돌 찻잔 위로 대추와 밤과 은행이 춤을 추며 나온다. 곱돌 찻잔에 쌍화차를 넣어 그릇째 끓이기 때문에 뜨거운 쌍화차는 밤과 대추, 은행을 떠먹으며 수저로 음미해야 한다. 탕약처럼 진한 쌍화차를 한 수저씩 떠먹다 보면 달큼 쌉싸름한 쌍화차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10월 말이면 내장산 단풍과 함께 쌍화차 거리에도 손님이 많아진다. 현지인들뿐 아니라 전주, 부안, 고창 등 각지에서 오는 손님들로 붐빈다. 1980년 개업해서 40년째 영업 중인 모두랑 찻집은 오랜 세월 변함없이 찾아오는 단골이 많다. 



뜨거운 쌍화탕은 밤과 대추를 건져먹다 보면 알맞게 식는다


쌍화차는 17가지의 한방 재료에 2~3가지의 비법재료를 넣어 모두랑 만의 특별한 맛을 낸다.  모두랑은 쌍화탕에 제철 과일을 내는데, 바나나 혹은 귤을 낸다. 따끈한 쌍화차와 과일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특별 제작 주문해서 쌍화차를 담아내는 곱돌 찻잔은 반들반들 세월이 묻어나는 골동품이지만 찻집은 커피 전문점 못지않게 세련된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주인장에게서 커피를 전문으로 끓여내는 바리스타처럼 쌍화차 전문가의 자부심도 느껴진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쌍화차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을 뿐 아니라 임산부, 노약자가 마셔도 될 만큼 건강한 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이다. 



모두랑 쌍화탕은 테이크 아웃도 가능하다



오후 3구운 가래떡과 따끈한 쌍화탕 한 잔의 행복연 찻집

모두랑과 인사동 찻집 이후에 최근 몇 년 사이 십여 곳의 쌍화탕 전문점이 생긴 것은 그만큼 쌍화탕을 찾는 손님이 많아서다. 정읍 시내에만 50여 곳의 쌍화탕 찻집이 있다는 것만 해도 사람들의 건강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연 찻집도 생긴 지는 10여 년 되었지만, 쌍화탕을 끓이는 정성만은 다른 집 못지않다. 쌍화탕을 끓이는 12시간 동안 탕에만 집중한다는 주인장은 쌍화탕에 혼을 담는다고 표현한다. 초벌과 2차, 3차로 4시간씩 불 조절을 달리해서 끓이는 쌍화탕은 지극한 정성이 들어가야 진한 맛이 나온다고 믿는다. 



밤과 대추, 잣, 해바라기 씨앗 등이 가득 들어있는 쌍화탕


연 찻집에는 밤과 대추, 잣, 은행, 해바라기 씨앗을 넣는 쌍화탕 외에 호두, 아몬드와 떡을 더 넣어주는 모둠 쌍화탕도 있다. 시골에서 사다가 직접 우려내는 오미자차도 별미다. 오래 앉아 담소하는 손님에게는 오미자차를 서비스로 내주기도 한다. 제철 과일과 떡을 구워내고 때에 따라 한과와 땅콩을 준비하기도 한다. 예약제로 만드는 연잎밥도 있고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어 끓인 모주도 판매한다. 모두랑, 인사동 뿐만 아니라 연 찻집의 쌍화차도 식품제조허가를 받아 택배 주문을 받는다. 레토르트 제품이라 집에서도 작은 뚝배기에 데워먹으면 본래의 맛을 재현할 수 있다. 



연 찻집의 쌍화탕만큼 인기 있는 오미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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