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만 겹의 붉은 홍매, 흐드러진 꽃 대궐

도심 속 궁궐 여행, 창덕궁


3월이 시작되면, 두근두근 마음이 설렌다. 창덕궁 낙선재에 붉은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서울 5대 궁궐 중 가장 먼저 유네스코에 등재된 창덕궁은 서울에서 가장 예쁜 만첩홍매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제 막 연두 싹을 틔운 궁궐 마당은 사뭇 겨울의 여운으로 쓸쓸하지만, 검은 나뭇가지 한가득 화사한 꽃망울을 피워내는 홍매화를 만나는 순간은 온화하고 황홀하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찾아가는 도심 속 궁궐 산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의 전령사홍매화가 피어나는 창덕궁 

서울의 봄은 겨우내 적막했던 도심의 창덕궁에서 시작된다. 창덕궁의 성정각과 낙선재 주변에 홍매화와 진달래가 핀다는 꽃소식이다. 창덕궁의 첫 문인 돈화문으로 들어서 50여 미터를 걸으면 금천교가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 진선문으로 들어서면 인정문이 보이고, 다시 숙정문을 지나 낙선재와 후원으로 갈라서는 지점에 성정각과 승화루가 있다. 




성정각의 성정매(誠政梅)가 보이고 건너편 승화루 앞에 매화나무가 꽃송이를 가득 품고 우람한 꽃다발처럼 눈부시게 피어 있다. 수령 400년의 매화나무에 여러 겹의 홍매가 몽실몽실 피어나는, 이른바 만첩홍매(萬疊紅梅)다. 창덕궁의 매화나무는 성정매와 만첩홍매 외에도 경훈각 뒤편의 화계(계단식 화단)와 낙선재의 화계, 금천교 주변, 낙선재 앞마당에 매화꽃, 살구꽃, 앵두꽃, 복사꽃, 산수유 등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니 마음과 눈이 행복하다.     




조선의 대표적인 궁을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경복궁을 꼽는다. 그러나 실제로 조선의 왕이 더 오래 머문 곳은 창덕궁이었다. 창덕궁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완성된 궁궐이다. 다른 궁궐이 왕의 권위를 위해 인위적으로 지어졌다면 창덕궁은 자연 지형에 맞게 배치되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조선 왕조의 독특한 궁궐 건축과 정원 문화를 지니고 있는 창덕궁은 숲과 나무, 연못, 정자, 화단 등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궁궐의 미를 발견할 수 있다. 만첩홍매의 절정은 낙화다. 탐스러운 꽃송이에서 여린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아다니며 떨어질 때 한 번 더 창덕궁을 찾아도 좋을 일이다.      




눈부신 신록 사이로 걸어가는 비밀의 정원창덕궁 후원 

창덕궁의 또 다른 힐링은 신록으로 가득한 후원이다. 창덕궁 전체 면적의 2/3가 후원이다. 숨겨진 정원이라 해서 비원으로 불리던 곳이다. 이곳은 왕의 사색과 휴식을 위한 정원이었다. 후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부용지 일원이다. 네모난 연못에 동그란 인공의 섬이 있고 연못에 서있는 부용정(보물 1763호)은 한 폭의 그림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후원에는 제주도가 원산지인 왕벚꽃나무와 개나리, 진달래,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등 봄꽃이 한창이다. 4월이 시작되어 철쭉과 연산홍이 만개하면 후원이 더욱 화사해진다.     


 


창덕궁은 전각과 후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각은 현장에서 입장할 수 있지만 후원은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후원 입장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는 게 안전하다. 후원이 처음이라면 해설사와 동행하여 후원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게 유익하다. 창덕궁은 매주 월요일이 휴궁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에는 전각 입장료가 무료다



그리고 들러볼 곳경복궁과 덕수궁창경궁의 봄

창덕궁의 봄꽃을 돌아보고 나면 창경궁 꽃구경이 기다린다. 후원 입구 매표소에서 1천 원을 내면 창경궁으로 바로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덕궁은 1405년(태종 5년)에 완공되었고 창경궁은 1484년(성종 15년)에 완공되었다. 두 궁궐은 원칙적으로 독립된 궁궐이지만, 공간상으로는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후원을 공유하던 두 궁궐은 조선 후기에 두 곳을 합쳐 동궐(東闕)이라고 불렀다. 창경궁의 옥천교 일원이나 경춘전 뒤뜰에는 사랑스러운 앵두꽃, 살구꽃이 만발한다. 5월에 모란이 필 때까지 창경궁의 찬란한 봄은 끝나지 않는다.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은 경회루와 향원정이다. 경회루 연못 주변의 능수벚나무가 낭창낭창 벚꽃을 피우면 왕이 연회를 베풀던 봄날처럼 경복궁의 화려한 꽃 잔치가 시작된다. 교태전도 봄날에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교태전에는 세종대왕이 좋아했던 앵두꽃이 피어난다. 옥매화와 함께 늦봄에 피어 짧은 봄날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덕수궁은 늦은 개방 시간 덕분에 봄밤의 은은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여유로운 밤 산책으로 인기 있다. 대한문에서 중화문까지 눈부신 산벚나무가 길을 따라 꽃을 피운다. 덕수궁 석조전 앞의 능수벚나무는 이국적인 서양식 분수와 근대 건축물과 어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전해준다.     


 


서울 도심의 맛있는 한 끼이문설농탕  

1904년에 개업한 이문설농탕은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서울시 요식업 허가 1호점이다. 표준어인 ‘설렁탕’이 아니라 ‘설농탕’이라 부르는 것이 인상적이다. 맑고 담백한 맛이 처음에는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먹을수록 고소한 국물이 믿음직스럽다. 육수에 소의 비장인 만하를 넣어 고소한 맛이 살아 있고, 꾸미로 얹는 양지머리 수육은 탄력 있는 식감에 진한 고기향이 일품이다. 송송 썬 파를 듬뿍 넣어 달큼한 향이 배어드는 뽀얀 국물과 함께 밥 한 수저를 뜨는 순간, 입안 가득히 100년 세월이 녹아든 설농탕의 풍미가 진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여행정보>

창덕궁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99

문의 : 02-3668-2300

홈페이지 : http://www.cdg.go.kr/     

경복궁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문의 : 02-3700-3900

홈페이지 : http://www.royalpalace.go.kr/     

덕수궁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

문의 : 02-771-9951

홈페이지 : http://www.deoksugung.go.kr/

 

창경궁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문의 : 02-762-4868

홈페이지 : http://cgg.cha.go.kr/

매거진의 이전글 낭창낭창 빛나는 와이어 소행성, F196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