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수안보면 상촌식당
서울을 떠나 지방 취재를 다니던 여행노동자 초기에는 시골밥상을 무던히 찾아다녔다. 개인적으로 소박한 시골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평소 먹기 힘든 향토음식을 제철에 먹을 기회이니 먼 길 마다않고 찾아가서 먹었다. 때로 시골밥상은커녕 분식집 찾기도 힘든 오지에선 차라리 중국집 찾기가 쉬웠다. 알고 보니 현지 분들은 시골밥상을 사먹지 않고 집에서 해먹는다는 것. 차라리 어쩌다 먹는 외식이나 밭일 중에 먹는 새참도
짜장면과 탕수육을 더 선호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때부터였을까. 지방에 가면 일단 오래된 중식 노포를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다. 충주시 블로그에 1년 넘게 기고를 하며 중국집 스페셜 리스트가 생겼다.
충주에도 오래된 중국식당이 많다. 외관은 비슷비슷한 중식당이지만, 세월만큼 탄탄한 내공을 자랑한다.
특히 수안보면 외곽에 있는 상촌식당은 주목할 만하다. 충주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다는 하얀짬뽕,
소마면과 탕수육은 정성과 내공이 느껴지는 맛으로, 일부러 찾아가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다.
상촌식당은 수안보면에서 한적한 시골길을 10분 남짓 달려야 한다. 정오도 안 됐는데 주차장에 차가 그득하고, 저만치 느티나무 아래 손님들이 보인다면 제대로 찾은 것. 손님이 몰려서 재료가 일찌감치 떨어지면, 미련 없이 문을 닫는다. 2시 이후에 가려면 전화 문의 필수. 평일은 그나마 예약이 가능하지만,
주말은 어김없이 선착순이라 하염없는 기다림은 득도에 가깝다.
상촌식당의 명성에는 1대 주인장의 신념에 가까운 소신이 숨어 있다. 어릴 때부터 화교 식당에서 일한 권씨는 중국 발음의 초마면을 소마면으로 알아들었다. 수안보에 상촌식당을 열어 전국 어디에도 없는 소마면을 만들었을 때, 나름의 레시피와 철칙도 만들었다. 채소 국물을 쓸 것, 요리에 쓸 채소를 미리 썰어놓지 않을 것. 아무리 싱싱한 채소도 전날 썰어놓으면 맛이 없기 때문이다. 주문과 동시에 재료를 썰고 준비하니
당연히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소마면의 맛있는 비법은 요리의 정석을 지키는 기본에 있다.
2대 사장인 권씨의 두 아들이 영업하는 평일에도 오전 7시 전부터 바쁘다.
이들 역시 음식 재료 손질을 당일에 하기 때문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양파 썰기부터 시작한다.
모든 요리의 기본은 신선하고 좋은 재료라는 믿음도 대를 이어 꿋꿋이 지켜진다.
옛집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 실내로 들어서면 작은 마루와 큰방, 작은방에서 손님을 맞는다.
실내의 벽면에는 탕수육, 소마면, 짜장면 등 단촐한 메뉴판이 보인다.
상촌식당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메뉴판은 오랜 세월 역사의 산증인이다.
메뉴판 위에 세월의 더께처럼 메뉴와 가격을 바꿔 적은 종이가 차곡차곡 붙어 있다.
상촌식당의 모든 요리에는 정해진 레시피가 없다. 오래 써서 반질반질하게 닳은
국자가 모든 요리의 계량컵이다. 맛있는 음식은 레시피가 아니라 입맛을
터득한 요리사의 감으로 만든다는 게 주방장의 소신이다.
상촌식당은 아무리 바빠도 주문이 들어온 순서대로 만든다. 탕수육이 몰린다고
한꺼번에 튀기지 않는다. 소마면 주문이 계속 들어와도 한꺼번에 만들지 않고
한 그릇, 두 그릇주문만큼 요리하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초창기에 ‘산더미 탕수육’으로 이름을 날린 탕수육은 양을 줄이고 값을 내렸다.
손님들이 찹쌀탕수육으로 착각하는 탕수육은 좋은 감자녹말을 사용한다.
비싸도 100% 감자녹말로 반죽하고, 질 좋은 돼지 등심을 굵직굵직하게 썰어 반죽을 알맞게
입히는 게 비법이다. 세월이 흘러도 좋은 재료는 바꾸지 않는 것, 음식이 변함없는 이유이다.
소마면의 시원한 국물 비법은 조리 과정에 있다. 채소와 해물을 볶을 때 나오는 맛으로
국물을 내기 때문에 맑고 담백하다. 양배추와 양파, 호박, 당근, 대파 등 신선한 채소가
천천히 볶아지면서 나온 시원한 국물에 오징어와 새우, 홍합을 넣고 끓이다가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칼칼한 맛을 살린다.
소마면과 짜장면의 쫄깃한 면은 주인장이 책임진다. 8시간 숙성시킨 반죽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기계에 넣고 면을 뽑아 팔팔 끓는 물에 삶는다. 잘 삶은 국수는 찬물에 여러 번 치대며 씻어
밀가루 냄새를 없애고 탄력을 살린다. 물기를 쪽 빼고 담으면 쫄깃하고 구수한 식감이 훌륭하다.
쫀득한 면발 때문인지 충주 사람들은 소스에 비벼 먹는 짜장면을 더 좋아한다.
주말에도 문을 여는데, 손님들이 오픈시간보다 일찍 줄을 서기도 한다.
탕수육은 일찌감치 재료가 떨어지기 십상이라, 이후에는
소마면이나 짜장면으로 만족해야 한다. 재료 소진시 영업 종료.
평일엔 예약 가능. 주말에 열심히 일하고 월요일은 쉰다.
주소 수안보면 중산신촌길 99
대표 메뉴 탕수육 1만 8000원, 소마면 9000원, 짜장면 6000원
영업시간 11:30~15:00(평일), 11:00~15:00(주말)
휴무 매주 월요일
문의 043-848-3492
주차 식당 주변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