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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와 허황옥, 운명적인 2천 년의 사랑

한국 관광 100선 스토리텔링 _ 김해




A.D 48년 음력 7월 27일, 두 개의 웅장하고 붉은 돛을 단 용선(龍船)이 가야에 닿았다. 아유타국을 떠나 벵골만의 험한 바닷길을 뚫고 항해를 마친 인도 공주가 가야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가야의 첫 왕후, 허황옥의 이야기이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김수로와 허황옥의 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는 최근 ‘가야 철기 해상 실크로드’라는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설화보다 더 신비롭고 용감한 사랑으로 해석되고 있다. 2천 년 전의 불꽃같은 사랑을 테마로 유니크하게 꾸며놓은 가야테마파크에서 가야의 눈부신 역사와 철기문화까지 돌아보고 나면 금관가야의 무한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야로 항해하는 배와 허황옥 공주를 그린 벽화


 



2천 년 전 찬란했던 금관가야로 떠나다, 김해 가야테마파크

김해의 중심, 분성산 자락에 있는 가야테마파크는 고대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공연, 전시, 놀이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철광산공연장  앞에 ‘6 가야의 황금알’ 조형물이 보인다. <삼국유사> 김수로왕 신화에 나오는 여섯 개의 황금알을 형상화한 것이다. 황금알 중 처음으로 깨어났다 하여 수로(首露)라는 이름을 갖게 된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가야의 역사와 문화, 수로왕과 허왕후의 러브스토리가 어우러진 가야테마파크


김수로와 허황옥의 러브스토리는 가야 왕궁의 메인인 태극 전에서 만날 수 있다. 태극전 실내로 들어가면 AR 체험과 가야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주말에는 왕과 왕비 옷을 입고 어좌에 앉아 사진을 찍어보는 체험도 새롭다. 태극전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연못 정원, 가야 시대의 의복이 전시된 가락정전, 허왕후 스토리관인 왕후전 등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야왕궁의 메인인 태극전


가야마을, 열린 만화방 가야다움(전시관)은 가야의 역사를 주제로 만화로 활용하여 쉽고 재미있게 학습하고 이해하는 공간이다.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통해 가야의 역사와 점자, 수화 등을 경험하는 체험관도 있다. 철의 기원과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체험 공간인 철과 대장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철이 많이 생산되어 쇠바다(金海)로 불렸던 가야에서 철을 다루던 능력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그 외에 열린 숲 속 족욕장과 왕궁 피크닉도 온 가족이 즐기기에 좋다.


수로왕과 수로왕비의 캐릭터 ‘금이야 옥이야‘


철과 대장간이야기(체험공간)과 열린 만화방 가야다움(전시관)

    

허왕후 스토리관에는 왕후전 외에도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야까지 이어지는 허황옥의 신행길을 거울방으로 꾸며 놓았다. 낮에는 계절의 해풍을 이용하고 밤에는 별빛을 헤아리며 망망대해에서 항해했을 16살의 공주, 허황옥의 발자취를 따라 별이 가득한 거울 방을 통과하는 느낌은 특별하다. 자신의 운명을 헤쳐 나가는 허황옥의 강한 의지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허황옥의 인도에서 가야로 이어진 신행길을 체험하는 거울방


수로왕 탄생 설화와 허왕후의 러브스토리를 화려한 색채와 음악, 입체 영상으로 표현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도 볼 만한 공연이다. 이 밖에도 가야 무사의 기상을 배우는 가야무사어드벤처,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과 익사이팅 타워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자전거로 22m 높이의 줄을 타고 왕복 500m를 오가는 체험인 익사이팅 사이클, 높이 15m의 거대한 구조물에 72가지의 장애물 코스를 스릴 넘치게 체험하는 익사이팅 타워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수로왕과 허왕후 이야기로 꾸민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의 철광산 공연장




김해 사람들과 만나다,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

높이 5m의 원형 봉토 무덤인 수로왕릉을 김해 사람들은 납릉(納陵)이라고 부른다. 납릉 정문의 화반 위에는 석탑을 가운데 두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마주 보고 있는 문양이 있다. 허왕후가 인도에서 왔다는 증거 중 하나라는 쌍어문양이다. 납릉 옆 숭정각에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표준 영정이 있다. 왕릉 주위에 펼쳐진 18,000여 평의 왕릉공원은 김해 사람들의 산책코스로 사랑받는다. 수로왕릉 뒤 수릉원은 수로왕과 허왕후가 함께 산책했을 것처럼 느껴지는 단아한 숲이다. 구실잣밤나무, 상수리나무 등 곧게 뻗은 나무숲이 품위 있어 보인다.


사적 제73호인 수로왕릉


납릉 정문의 화반 위에 있는 쌍어문양


수로왕과 허왕후의 품위 있는 산책이 그려지는 수릉원


인도 아유타국에서 시집온 허황옥 공주와 김수로왕의 러브스토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결혼이라고 말한다. 2천 년 전 이역만리 인도 공주가 가야로 와서 수로왕을 만났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신비롭고 흥미진진하다. 수로왕은 왕이 된 후 7년 동안 결혼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의 왕이 된 것처럼 자신의 배필도 하늘이 정해줄 것으로 믿고 기다렸으니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수로왕릉 가락유물관에 전시중인 제례복(좌), 납릉 옆 숭정각에 있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표준 영정


수로왕릉에서 북쪽으로 1km 남짓 한 곳에 수로왕비릉이 있다. 왕비능이 수로왕릉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 것은 수로왕의 남다른 사랑의 의미가 담겨 있다. 허왕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수로왕이 고향인 인도를 그리워했던 왕비를 위해 바다가 보이는 명당을 내어주었다고 한다. 옛 기록에 의하면 허왕후는 10남 2녀의 자녀를 잘 키운 현모이자 수로왕이 가야를 잘 다스리도록 내조를 아끼지 않은 양처였다. 또한 두 왕자에게는 자신의 성인 허 씨를 물려주어 김해 허 씨의 시조가 되었다.  


사적 제74호인 수로왕비릉


수로왕비릉 앞에는 파사각이 있다. 파사각의 석탑은 허황옥이 바다를 건너 가야로 올 때 풍랑을 피하기 위해 배에 싣고 온 돌탑이다. 파사석의 힘을 믿은 사람들이 파사석을 훼손해서 지금의 모양은 본래 모습이 아니다. 파사석은 우리나라에 없는 돌로 아유타국의 흔적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유물이다. 파사각 앞쪽에는 1999년 아유타국 왕손 부부와 2001년 인도 시장이 기념식수한 소나무들이 멋스럽게 자라고 있다.


허왕후가 인도에서 올 때 배에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


  

왕후의 노을을 따라 걷다, 분산성과 해은사

분산 정상부에는 두툼한 석탑 띠를 두른 듯 정교하게 돌을 쌓아 올린 분산성이 있다. 분산(분성산, 327m) 정상에 있는 분산성은 둘레 923m, 폭 8m로 지은 성벽이다. 허왕후가 아유타국을 그리워하며 거닐었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이곳은 최근 ‘김해의 만리장성’으로 SNS에서 ‘노을 뷰 맛집’이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해 질 무렵의 ‘왕후의 노을’은 금릉 팔경 중 하나로 꼽히며 김해 낙동강레일바이크의 ‘왕의 노을’과 마주 보고 있어 더 애틋한 노을 뷰로 사랑받는다.


오랜 세월 증축과 복원을 거쳐 지금의 반듯한 모습으로 완성된 분산성


김해시가지와 김해평야를 내려다보는 전망 좋은 분산성


허왕후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느껴지는‘왕후의 노을’


산성 안에는 허왕후와 오빠인 장유화상이 창건한 해은사(海恩寺)가 있다. 허왕후가 가야로 올 때 무사히 항해를 할 수 있도록 풍랑을 막아준 용왕님께 감사하는 뜻으로 창건한 절이다. 해은사에는 다른 절에선 볼 수 없는 대왕전이라는 전각이 있다. 대왕은 수로왕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각 내부에 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을 봉인하고 있다. 해은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거대한 자연 암벽에 흥선대원군의 친필 휘호로 새겨진 만장대(萬丈臺)도 인상적이다.  


허왕후와 그녀의 오빠인 장유화상이 창건한 해은사




잃어버린 왕국의 보물을 발견하다,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고분군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을 보고 나면 김해 여행의 감동이 더 풍성해진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에 가려져 알려지지 않았던 고대 왕국 가야의 유물과 역사를 만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문화권의 유물을 모아서 시대별 문화의 흐름을 정리하여 보여주는 고고학 전문 박물관이다. 건물 전체를 검은 벽돌로 지어 철광석과 숯의 이미지를 더해 철의 왕국, 가야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가야의 철기문화를 상징하는 붉은색의 본관 건물 외관도 세련되고 멋스럽다.


가야의 철기를 상징하는 붉은 색의 건물이 매력적인 국립김해박물관


1998년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 지역의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다양한 전시물로 가득하다. 본관은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낙동강 하류에 형성된 선사 문화부터 가야가 태동하고 발전한 시기를 보여준다. 2층 전시실은 가야 사람의 생활 풍습과 유물을 통해 가야문화를 폭넓게 살펴보는 공간이다. 붉은빛으로 거칠게 녹슬었지만 형상이 고스란히 남은 갑옷과 투구를 보며 번성했던 가야 시대를 상상하게 한다.


가야의 철기문화를 알 수 있는 갑옷


단순한 나뭇가지 모양의 가야 금동관(보물 제1922호)


가야시대의 역사와 유물을 다양하게 만나는 전시장


가야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토기 유물


대성동고분군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대성동고분군은 나지막한 구릉지에 형성된 가야의 무덤 자리이다. 고분군 언덕은 구지봉과 함께 가야 사람들이 신성시했던 곳이다. 대성동 고분군 아래쪽에 노출전시관과 대성동고분군 박물관이 있다. 노출전시관에는 3세기말과 5세기 초에 조성된 두 고분이 중복으로 축조된 특이한 구조와 널무덤, 덧널무덤, 굴식돌방무덤 등의 양식을 볼 수 있다. 대성동고분 박물관에는 발굴 당시의 현장 사진과 유물을 전시 중이다.


나지막한 구릉지에 형성된 가야의 무덤 자리,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만나는 금관가야의 무사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만나는 금관가야의 무사



추천 여행 코스

〈당일 여행 코스〉

수로왕릉→수로왕비릉→구지봉→국립김해박물관→가야테마파크→분산성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가야테마파크→분산성→해은사

둘째 날 / 수로왕릉→수릉원→대성동고분박물관→수로왕비릉→구지봉→국립김해박물관


여행지 정보

-김해가야테마파크 : 경남 김해시 가야테마길 161, 055-340-7900, 이용시간 평일 09:00~18:00, 주말 및 공휴일 09:00-20:00(일부 체험 사전문의 요망)

-수로왕릉 : 김해시 가락로 93번 길 26, 055-330-7313, 이용시간 연중개방 동절기(11월~2월) 09:00-18:00, 3월 08:00-18:00, 하절기(4월~9월) 08:00-20:00, 10월 08:00-18:00

-수로왕비릉 : 김해시 가락로 190번 길 1, 055-338-1330, 이용시간 09:00~18:00,

-수릉원 : 김해시 분성로 261번 길 35, 055-330-7311, 연중개방

-구지봉 : 김해시 가야로 157번 길  31-16, 연중개방

-대성동 고분박물관 : 김해시 가야의 길 126, 055-359-0401, 이용시간 09:00-18: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휴무

-분상성 : 김해시 가야로 405번 길 210-162, 055-330-3925, 이용시간 00:00-24:00, 연중개방

-해은사 : 김해시 가야로 405번 안길 210-162, 055-333-0705, 연중무휴

-국립김해박물관 : 김해시 가야의 길 190, 055-320-6800, 이용시간 09:00-18:00, 월요일, 설/추석 당일, 1월 1일 휴무      


추천 숙소(한국관광 품질인증 숙소)

김해한옥체험관 : 김해시 왕릉길 40, 055-322-4735~6, https://www.ghhanok.or.kr

파인그로브호텔 : 김해시 번화1로 67번 길 20, 0507-1405-1100, http://www.pinegrove.co.kr/

아이스퀘어호텔 : 김해시 김해대로 2360, 055-344-5000, http://www.isquare-hotel.com/isquare/home/isquare/index.php

스테이인 호텔 : 김해시 번화1로 67번 길 14, 0507-1478-3304, https://ghstayin.modoo.at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상기 정보는 2023년 4월 작성되었으며 이후 세부 사항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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