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전주에서 맛깔나게 살아보기, <반반 전주>

전주 생활관광 2박 3일, 내가 먹은 음식 7가지





전주 생활관광 <반반(半半) 전주> 여행은 코비드 이후, 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전주 여행이었다.

전주 살아보기 프로그램인 <반반 전주>는 전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생활관광 여행이다. 매주 금토일 2박 3일 진행되며 1회 20명씩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전주와 사랑에 빠진 로컬매니저가 일정을 함께 한다.



전주 사람은 아닌데, 전주사람보다 더 전주를 사랑하는 지인이 소개한 중국집은 동네 핫플, 오후청이었다.

짜장면과 짬뽕을 시키려다가 물짜장을 시켰다. 검은색의 짜장 대신 붉은빛의 녹말 소스가 물짜장이었다.

짜장이라고 하기엔 색깔이 짬뽕 같고 짬뽕이라고 하기에는 국물이 부족한, 울면과 짬뽕 그 어디쯤의 음식.



친구는 중식의 기본은 짜장이라며 짜장면을 시켰다. 짜장면, 물짜장, 볶음밥을 시키고 주인장 눈치를 봤다.

가게를 손님에게 맡기고 배달을 다녀온 주인장은 후다닥 세 가지 식사를 차려주고 다시 배달을 떠났다.

불향 살아있는 짜장도 맛있고 부드러운 매운맛의 물짜장도 입에 착착 붙고 볶음밥은 고슬고슬 고소하다.



전주에는 물짜장으로 유명한 식당이 꽤 많다. 가장 많이 알려진 노벨반점 외에도 수정관, 진미반점 등이 있다.

국수에 해산물이 추가되거나 매운맛을 살리는 등 각 식당마다 개성이 살아있는 물짜장 맛을 만날 수 있다.

점심시간에도 줄 서지 않는 맛집, 물짜장과 짜장면 맛이 좋았다. 짜장과 물짜장, 반반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





<반반 전주> 여행은 패키지 반, 자유여행 반의 반반이라는 의미를 가진 현지 나들이형 생활관광 상품이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 전주시가 함께 기획하고 2023년 5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금 토 일 2박 3일, 숙박 2일과 모주 만들기 체험, 한정식 저녁, 공연과 야간 투어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



<반반 전주> 일정을 위해 찾아간 행원은 일본식 가옥이다. 과거 허산옥 기생이 머물렀던 요정이었다고.

패키지 프로그램은 가야금 체험, 모주 만들기, 야경산책 등 한옥마을의 전통체험들이 기다린다. 자유시간에는 전동성당, 풍남문, 오목대, 경기전, 자만벽화마을, 전주향교와 먹거리 등 전주의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웰컴 드링크, 오미자차와 제로웨이스트 웰컴키트 선물도 받고 스탬프 투어 등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5시부터 이어진 가야금 공연과 설명, 해금 공연은 전주 한옥과 잘 어울려 클래식한 힐링을 즐길 수 있었다.

작은 콘서트라고 할 만큼 아늑한 공간에서 듣는 전통악기, 가야금 소리는 새삼스럽게 아름답고 흥겹다.



둘째 날은 모주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체험장에서 체험객들이 모여서 체험을 했다.

전주의 전통주인 모주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끓여주는 마음이 담긴 술이라는데, 한약재가 들어가 독특한 향과 맛이 특별하다. 끓이는 동안 알코올은 날아가고 1도 정도의 도수만 남는다 하니 향긋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모주에 넣는 한약재 종류부터 정성이 느껴진다. 취향에 따라 인삼을 넣거나 다른 약재를 추천받을 수 있다.



경기전의 푸르른 숲이 내려다보이는 건물 2층에서 모주 만들기 체험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체험이라고 하는데, 그럴만하다. 준비물도 깔끔하고 체험을 돕는 선생님들은 친절하고 편안하다.



모주를 끓이며 향긋한 냄새에 반해 따뜻한 모주를 한 잔씩 맛보았다. 부드럽고 달콤한 모주가 술술 넘어간다.



두 번째 시음은 얼음을 넣은 시원한 모주 한 잔. 막걸리의 여운이 남아있어 왠지 기분 좋아지는 느낌이다.



포장과 장식까지 완벽하다. 경기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위한 세팅까지 해놓아서 줄을 서서 인증샷을 남겼다.



점심도 역시 전주 지인이 소개해준 백반집이다. 태평동 시골집은 백반이 8500원. 김치찌개와 갈치조림과

된장국 뚝배기가 다양한 집반찬들과 함께 가득 나온다. 구운 김과 양념간장은 정겹고 소시지 반찬과 멸치볶음도 먹음직스럽다. 오랜만에 찾아간 시골집에 외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을 받은 듯 반갑고 따뜻하게 먹었다.



남부시장의 스타벅스라고 불린다는 은혜휴게실로 갔다. 가격도 착하고 주인장도 친절하고 기분 좋은 찻집.



생강식혜와 매실차를 시켜 더위도 달래고 갈증도 사라진다. 동네 상인들과 단골손님들 분위기가 훈훈하다.



오목대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한옥마을 기와 풍경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변신하기 전,

고즈넉한 풍경의 한옥마을이 그립기도 하지만, 오목대에서 바라보는 한옥 풍경은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이다.



저녁은 다문 한정식. 감탄이 나오는 한옥집은 아니어도 고색창연한 옛날 주택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던 곳.

유명한 관광지인 전주에서 먹는 한정식은 왠지 기대 안 했는데, 기대 이상의 정성과 맛이 담긴 밥상이었다.

1인 한 마리씩 나온 굴비와 떡갈비 인심 넉넉하고 어느 것 하나 뺄 것 없이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밥상.



도 금방 지었는지 고슬고슬하고 생선조림, 나물과 무침, 김치 등 반찬 하나하나 손맛과 정성이 담겼다.

전통주인 이강주도 한 잔씩 곁들여 전주에서 처음 만나 밥상에서 마주한 손님들끼리도 반가운 건배를 했다.

체험하며 인사했던 분들과 마주 앉아 전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여행은 밥상에서 힘이 난다.



코비드 이후, 낯선 이들과 앉아서 먹는 한정식은 어색하지만 감개무량한 시간이었다. 낯설어도 마음 훈훈한.

떡갈비, 보쌈, 양념게장, 홍어무침 등 남도의 맛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다문 한정식은 미슐랭에 두 번이나 선정될 만큼 맛으로 인정받은 곳이다.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였다는 향긋한 이강주 한 잔도 잘 어울렸던 밥상.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자꾸만 돌아보게 만드는 집의 매력적인 풍경들이 좋아서 스마트폰에 연신 담았다.

낡고 오래된 창호지 문과 휘어지고 색이 변한 툇마루, 옛집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지붕장식이 정겹기만 하다.

이 집에는 옛날 우물자리도 있었는데, 여름날 저녁, 가족시원하게 등목을 하 웃는 풍경이 그려졌다.



반반 전주의 매력은 자유여행 시간이 많다는 것. 차를 타지 않고 그냥 골목길만 걸어 다녀도 여행하는 기분.

자유시간에 스탬프 투어를 해도 좋다. 한옥마을에서 복 받아가기, 인생사진은 골목길에, 골목길 이야기 등 테마에 따라 코스가 나뉜다. 취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여 모바일 앱을 통해 스탬프를 획득하면 선물도 받는다.



전주한옥마을 큰 길목은 온갖 먹거리 상점으로 복잡하다. 한옥마을을 가로지르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아직 정겨운 풍경이 남아있는 곳들을 마주칠 수 있다. 꽃을 심어놓은 골목, 아기자기하게 벽화가 그려진 담, 옛날 간판이 그대로 붙어있는 빈티지한 가게들, 예쁜 카페들이 선물처럼 나타나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마당이 예쁜 집에 들어가 유자차를 마셨다. 마당 넓은 집에서 보낸 여유와 힐링 .





전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반반 전주>의 밤을 즐기는 야행코스도 여유롭고 시원하고 유익한 시간이다.

전주읍성 4대 문 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풍남문도 야경 명소 중 하나다. 로컬 매니저가 인생샷도 찍어준다.

전주를 가로지르는 남천교를 지나 조명이 아름다운 청연루에서 시원한 강바람에 쉬어가는 시간도 압권이다.



전주에 왔으니 전주 가맥을 빼놓을 수 없다. 황태포를 연탄불에 바사삭 구워내는 특별한 황태구이가 있다.

바짝 마른 황태포를 연탄불에 은은하게 구워내서 술안주로 먹는 황태포는 거의 가루처럼 부서지는 상태다.

오버쿡이라 생각한다면 오산. 마요네즈 청양소스에 쿡 찍어서 입에 넣는 순간 구수함이 입안에 가득 찬다.



전주가맥 때문에 전주를 다시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환상의 황태포구이, 여름밤 맥주가 생각나는 안주.


초원슈퍼

주소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3길 32-1

운영시간 15:00~00:00

가격 황태구이 1만 3,000원, 계란말이 8,000원

전화 063-287-1763




셋째 날은 마지막 만찬으로 아껴두었던 전주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남부시장 내에 있는 현대옥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긴 도마에는 청양고추와 마늘과 대파가 신선한 양념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대옥의 특별한 비법이다.

오징어를 추가로 넣어서 콩나물 국밥을 시켰다. 우선 반숙 수란에 국밥 국물을 넣고 후루룩 마시듯이 먹는다.



현대옥은 전국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데, 전주 남부시장에 와서 먹어야 그 맛에 오롯이 빠질 수 있다. 전주의 물이 좋아 콩나물 맛이 좋은 건지, 육수 내는 비법이 다른지 궁금하지만, 전주에서 먹는 콩나물국밥이 최고.



전주천변 공터에 열리는 새벽시장이 있다. 일명 도깨비시장이라고 불리는데, 전주 사람들이 사랑하는 시장이다. 전주 지인 덕분에 새벽시장 정보를 얻어 9시쯤 느지막이 도착해 시장 분위기도 느끼고 먹거리도 살 수 있었다.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들고 나오신 어르신부터 좋은 농산물을 판매하는 상인들까지 활기가 넘친다.



한벽당에서 보낸 오후 시간이 꿈결 같다. '누각 아래 맑은 물이 흐르는데 바위에 부딪쳐 흰 옥처럼 흩어지는 물이 시리도록 차다 하여 한벽당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한벽당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시와 풍류를 즐기고 길 가던 나그네도 쉬어가던 누각이다. 세월이 느껴지는 멋진 마루에 앉으면 강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예약정보

- 홈페이지 : https://www.instagram.com/jjin_jeonju?igsh=aTB4OTdkN3N3OGJq

- 예약문의 : 전주여행 로컬매니저 김진용 / 010-4263-8279

- 판매 : 5월 1일 ~ 11월 30일

- 이용 : 5월 1일 ~ 12월 3일 매주 금토일(2박 3일)


매거진의 이전글 경주 옥산서원에서 사색의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 세 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